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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산촌으로 들어온다니 사람들이 갑갑해서 어떻게 살거냐고 물었습니다. 갑갑할 게 하나도 없는데 다들 갑갑할거라고 말했지요. 산촌이 도시보다 더 밝습니다. 문화생활은 어떻게 하며 아프기라도 하면 어쩔거냐고 묻더군요. 문화생활은 골라서 누리면 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는데, 지금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플때를 미리 대비하고, 긴급한 일이 생기면 119로 전화하면 되지 않습니까? 도시보다는 응급처방을 받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도시보다는 시골이나 산촌에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공기, 맑은 물, 천천히 살아가는 산촌이 건강에 더 좋을 것입니다.

전주값 22만원 내라는 전화국과 우편비 내라는 신문 보급소

문화생활, 일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촌에 들어와서 맨 먼저 시도한 게 신문구독이었습니다. 나는 한 끼 식사는 안 해도 되지만 신문이 없으면 말 그대로 갑갑증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부산에 살 때에는 몇 개의 신문을 구독하였고요.

산촌에서 신문보는 재미라도 있어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신문 보급소로 전화를 하였습니다. 신문구독료를 깎아 주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편발송비 4000원을 더 내라고 합니다. 신문구독료가 1만2000원이면 1만6000원을 내라는 것이지요. 산촌에 들어온 것의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지요. 과감히 포기하였습니다. 부산에서 이사 오기전에 이미 한국통신의 유선 전화를 신청하고 인터넷까지 신청해 두었지요.

밀양에 왔더니 전화국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말이 걸작입니다. 동네 큰 길에서 우리집까지 100미터 정도 떨어져있는데, 전주(전화선 연결 기둥)를 2개 세워야 하니까 1개에 11만원씩 총 22만원을 부담해야 개통해 준다네요. 아니 부산에서 사용하던 전화선을, 내가 수백미터 산속에다 집을 지어 놓고 이전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 무조건 개통해달라고 했지요.

안 된대요. 얼마나 떨어져 있어 보이냐고 물으니 100미터쯤 되겠답니다. 그 친구가 간 뒤에 밀양, 김해 전화국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 이전 개통을 빨리 해 주지 않으면 부산 지사로, 그도 안되면 한국통신 사장실까지 찾아가겠다고 엄포를 놨지요. (이게 엄포요? 당연한 소비자의 요구지.)

그날 오후에 밀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현장을 보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그날 오후에 그 사람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전주를 하나만 세우면 될 것 같으니 세워서 전화를 개통해 주겠다고. 그래서 전화문제가 해결됐습니다. 항의를 잘 써먹어야 합니다.

흙길 밟고 대자연 누리는 게 가장 큰 문화 생활 아닐까

인터넷 개통문제. 이게 속도가 느리면 개통을 해주지 않는답니다. 다행히 겨우 개통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속도가 나와 개통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느리기는 느려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광케이블이 깔린 것도 아니고. 그러다 2~3개월 전에 우리동네 처음으로 광케이블이 우리집에 연결됐습니다.

그것도 참,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어요. 우리 집에 IPTV를 연결했는데 영화나 어떤 프로그램을 하나 다운받으려면 몇 시간씩 걸렸습니다. 숨가쁜 사람은 못 보고 죽을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전화와 인터넷이 좀 이상해 졌어요. 그래서 신고를 하였더니 고장수리를 왔습니다.

수리 기사 말이 남전리에 가서 손을 보고 와야 한다네요. 거기에 중계기가 있는 모양이지요. 내려간 사람이 금방 도로 왔어요. 마을 입구 식당앞에까지 광케이블이 와 있대요. 그걸 연결해도 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해 그러라고 했지요. 아, 그랬더니 전화는 해결됐고, 인터넷이 빨라져요, IPTV가 영화 한편 다운받는데, 달랑 30초밖에 안 걸려요. 아이구나 이 좋은 세상! 아니 이 좋은 기술!

그리고 지금은 신문을 구독료 1만원을 내면 신문 지면을 그대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게 됐어요. 종이 신문 말고 인터넷으로 신문을 구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영화보기, 그것은 못했네요.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큰 화면, 박진감 넘치는 음향시설 속에서 감상해야 제맛이 나지요. 그러나 그것도 텔레비전으로 제법 봤어요. 강연도 매주 2~3개씩 들어요. 밀양시립도서관에 회원 등록을 하고 책도 한 차례에 3권씩 빌려다가 봐요.

지금은 시립박물관대학에 등록해서 아내와 함께 다닙니다. 다음 주에는 신라의 고도 경주의 현장 답사를 갈 예정이랍니다.

신앙생활! 이것은 말할게 없지요. 이곳에 와서 공소를 새로 지었으니까.

산촌에 살면 갑갑할까요? 갑갑하게 생각하는 사람만 갑갑합니다. 이 가을의 맑은 하늘도, 밤하늘의 초롱초롱 빛나는 별도, 날마다 쉬지 않고 뻗어 나가는 덩굴의 생명력을 보는 것도, 흙길을 밟고 걸으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은 산촌이 아니면 느끼고 보고 할 수 없는 소중한 문화생활이요, 밝은 살림살이가 아닐까요?


태그:#귀촌생활, #산촌의 인터넷, #산촌의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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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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