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저녁 7시 경주 안압지. 세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안압지 입구에선 옛 신라군 복장을 한 장병 50여 명이 장관들 입장 때마다 '충의(忠義)'라는 말과 함께 경례를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부터 경주 힐튼호텔에서 이번 회의 최대 쟁점인 환율 문제를 놓고 격론을 펼쳤던 G20 회원국들간의 장외 '제2라운드'가 펼쳐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환율 갈등을 어떻게든 풀려고 노력해 온 우리 정부는 이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헤드 테이블 자리 배치까지 신경쓸 정도였다. 하지만 3시간 넘은 난상 토론과 이어진 안압지 만찬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과 중국 등 신흥국 간의 환율 입장 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 등이 함께 앉도록 했다. 배석자 없이 환율 문제를 두고 서로 자유스럽게 의견을 나누게 하려는 것이었다.

만찬에 앞서 안압지 정원에서 열린 리셉션에선 윤 장관이 속속 도착하는 각국 재무장관을 웃으며 맞이면서, 협력을 요청했다. 이어 노다 일본 재무상과 시라가와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입장했고,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도 모습을 비쳤다.

셰쉬런 부장은 다른 나라 장관들과 어울리지 않고, 수행원들과 안압지 전각 등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이후 만찬 헤드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지만,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라의 달밤' 안압지서 G20 만찬... 미국 등 G7과 중국, 여전히 냉랭(?)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한국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한국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관련사진보기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예정된 만찬 시각보다 40여 분 늦은 7시 44분께 도착했다. 힐튼호텔에서 세계 경제동향 및 전망 세션 회의를 마치고 선진 7개국(G7) 국가들만 따로 모여 회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G7 국가들은 경주회의 개막 전에도 별도 회동을 하고, 환율 문제를 둘러싼 자신들의 입장을 조율했다.

정부 관계자는 "셰쉬런 부장의 경우 지역성을 대표해서 헤드테이블에 배정했다"면서 "만찬 분위기는 대체로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환율 문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테이블에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앙은행장과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의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참석해 환율 논쟁을 이어갔다.

윤증현 장관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첫번째 회의를 통해 G20 회원국들의 확고한 정책 공조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토론에 적극 임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회의를 토대로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면서 재차 회원국간의 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장관의 환율 해법에 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G20 회원국 사이의 환율 문제를 둘러싼 합의를 이끌어 내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3시간 넘게 열린 회의 역시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사이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한 나라의 경상수지 규모를 특정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방안을 재차 내세우면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탈에 따른 시장지향적인 환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들은 무역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구조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환율에 대해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받아 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 회원국 사이의 기존 입장 차를 재확인한 것이다.

경주공동선언, 시장지향적 환율 지향 등 원론적 입장 담길 듯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참석 재무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참석 재무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에 따라 23일 막을 내릴 경주회의에서 채택될 이른바 경주공동성명(코뮈니케)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G20 성명서 등에 환율 문제가 공개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됐던 것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가 유일하다. 당시 토론토 선언에선 "신흥 흑자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반영하기 위한 환율 유연성을 제고한다. 시장지향적인 환율은 세계경제 안정에 기여한다"고 적었다. 경상수지를 기준으로 적자와 흑자 국가를 나눠서 적었고,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도 않았다. 또 '시장지향적 환율'도 원칙론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경주회의 주변에선 이번에도 토론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환율 갈등의 해법을 모색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일부 문구를 좀더 조정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시장지향적 환율에서 좀더 구체적인 방향 제시까지 할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성명서가 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한편, 23일 오전 G20 재무장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문제와 관련해 지분 조정과 이사국 자리를 조정하는 문제와 함께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의제인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논의를 벌였다.

IMF 구조개혁 문제는 이미 선진국 지분 가운데 5% 이상을 신흥·개도국으로 넘긴다는 원칙에는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 등 기존 기득권 국가들의 양보 합의가 쉽지 않아, 다음 달에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로 최종 결정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오후에는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총회 합의를 통해 마련한 금융규제 개혁안과 개발 의제 등에 대한 논의에 이어, 각국 장관들의 개별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경주회의는 막을 내린다.


태그:#G20정상회의, #환율전쟁, #경주회의, #윤증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