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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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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 문이 부서지자, 인권위 한 관계자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 문이 부서지자, 인권위 한 관계자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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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30여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인권위 13층에 난입해 "군대에서 동성애 허용이 말이 되냐"며 농성을 벌였다. 회원들은 "빨갱이 새끼들을 다 잡아넣어야 해, 밥 처먹고 똑바로 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전원위 회의장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려댔고 그 결과 문이 파손됐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 나라를 우리가 세웠어"라며 "너희들이 6.25를 아느냐"고 소리 높였다. 밀고 들어오려는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인권위 직원들이 충돌하면서 인권위 화분이 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회의를 방해하는 이들에 대해 조치하라"며 "어떤 조치든 좋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인권위에서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다룬다고 들어, 동성애에 찬성하는 위원이 누군지 알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그간 인권위의 잘못된 것을 참았는데, 이젠 참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추 총장은 "오전 11시에 전직위원들이 위원장보고 사퇴하라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이 모든 문제가 상임위원 두 명이 사퇴하면서 생겨났는데, 싫은 사람이 그만뒀는데 왜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보수 쪽에서는 인권위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며 "어버이연합의 방문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각계에서 이어진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싫은 사람(상임위원)이 그만뒀는데 왜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이유가 '각 세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의 독단적인 운영, 위원장과 위원들의 반인권적 사고 등 인권위에 산재한 문제들을 덮고 넘어가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전원위원회가 열린 회의장 앞 복도에 난입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전원위원회가 열린 회의장 앞 복도에 난입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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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위원장 "파장 일으켜 죄송"... 거취 문제는 언급 안 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상임위원이 인권위 운영에 대해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상임위원이 인권위 운영에 대해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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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난입 전에 시작된 전원위에서 현 위원장은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이 사퇴한 것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두 상임위원이 사퇴한 이후 안팎에서 현 위원장 사퇴 촉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현 위원장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현 위원장은 "사퇴한 두 상임위원이 매우 열정적으로 일했는데 안타깝다"며 "위원회 수장으로서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실상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인권위원장으로서 자신이 세운 두 가지 원칙에 대한 설명만이 뒤따랐다.

"하나는 인권위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사한 것은 취임 후 이 자리까지 어떤 사람·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부탁도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판단한 것과 위원님들의 의견으로 모든 업무가 결정되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다른 한 가지는 인권위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며 모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단을 내릴 때 이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가, 내 자신이 편향되지 않았나 자문하며 업무에 임해왔다. 지금까지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고 추호의 소홀함이 없었다."

장향숙 위원 "현 위원장의 무책임한 태도 받아들일 수 없어"

이에 대해 장향숙 상임위원은 "참으로 길게 말했는데도 어떤 책임 있는 말씀을 찾을 수 없다"며 "두 상임위원의 사퇴 원인은 현 위원장의 독단에 있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장 위원은 이날 상정된 '상임위원회·소위원회 임시 운영방안 검토보고'에 대해서도 "이것이 인권위의 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이라면 할 말이 없다"며 "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쏘아붙였다.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현 위원장 본인이 민간인 사찰에 대한 의견, 'PD수첩'에 대한 의견, 야간 시위에 대한 의견을 부결시켰으면서 인권위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면 인권위에는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이 자리에서 안건을 심의할 이유가 없다"며 장향숙 상임위원과 함께 퇴장해버렸다.

두 위원의 퇴장과 상관없이 현 위원장은 "시급한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며 회의를 속개했다. 방청석에서는 "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라"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빚어진 어버이연합의 난입 등 혼란 속에서도 현 위원장은 "인권위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어느 위원장 못지않은 성과가 데이터로 남았고, 필요할 때 이야기하겠다"며 자신을 옹호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임기 중 사퇴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상임위원이 현 위원장에게 인권위 운영에 대해 항의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임기 중 사퇴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장향숙 상임위원이 현 위원장에게 인권위 운영에 대해 항의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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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원장 "어느 위원장 못지않은 성과 남겨"... 스스로 적극 옹호

어버이연합 측의 실력행사가 잠잠해지자 다시 시작된 전원위에서는 새로운 상임위원들이 임명될 때까지 상임위 안건을 전원위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임위원회·소위원회 임시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태훈 비상임위원은 "안건에 찬성한다"며 "본래 인권위의 의결안건은 전원위 처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이 찬성 의견을 밝히자마자 상임위 임시 운영방안은 원안 의결되었다. 사실상 아무런 논의 없이 처리되어 버린 것이다.

전원위에 참석한 인권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논의라는 건 없습니다, 인권에 대해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안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합니까, 인권위의 비민주적인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라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전원위원회를 마친 현 위원장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입을 굳게 닫은 채 회의장을 나섰다.


태그:#인권위 ,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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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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