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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앞두고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 검거·추방 의지를 강력히 밝힌 가운데, 최근 경남 창원에서 미등록 외국인을 상대로 강도 피해 등 강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이주민센터(이사장 강재현, 소장 이철승)는 9일 오전 "미등록 이주민 범죄 피해 대책 마련과 이주민 인권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피해 사례를 밝혔다.

이주민들은 ▲중국 여성 강도 납치 피해 ▲안마소에 넘겨진 취업사기 피해 ▲이주민 강제 출국 알고 집주인이 물건 훔쳐간 사례 ▲수박 농장 노동자에게 줄 임금을 가로챈 사례 ▲사장한테 빌려준 돈 떼먹힌 사례 등을 '증언'했다.

[사례1] 창원에 거주하는 중국 여성 칭(가명, 42)씨는 지난 달 29일 오후 7시30분경 일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귀가하던 중 한국인 복면강도한테 납치를 당했다. 범인은 자신을 출입국 단속직원이라고 하며 신분증을 보여주더니 피해자를 승용차에 강제로 태웠다.

창원 일대를 돌던 범인은 도중에 피해자의 손발을 묶고 지갑을 뒤져 신용카드 3장을 강탈하더니 칼로 위협하여 비밀번호를 캐냈고,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7차례에 걸쳐 총 490만원을 빼갔다. 피해자가 범인이 납치 도중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중국 여자 한 명을 잡았다고 말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공범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례2] 중국 길림성에 거주하는 이양쑤(남, 가명, 40)씨와 리친(여, 가명, 33)씨는 한국에 요리사로 취업시켜준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보증금과 입국 비용을 지불하고 올해 7월 21일 입국했다. 중국에서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한국의 중식당에서 일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한국인에 의해 서울 중랑구에 있는 마사지 업소로 보내져 4일간 감금을 당했다. 틈을 보아 피해자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온 후 경남이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례3] 중국 여성 뤼우첸(가명, 41)씨는 미등록 체류 신분으로 돈을 저축하는 데 불편을 느껴 친척의 친구 남편인 한국인 임아무개씨한테 부탁해 지난해 12월 임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였다. 올해 8월 17일 뤼우첸은 통장에 돈을 입금하려다 690만원이 몰래 빠져나간 사실을 알았다. 그 후로 임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사례4] 올해 10월 창원에 사는 중국인 우위(가명, 35)씨는 불법체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어 출입국에 넘겨졌고 곧 출국을 당했다. 이를 안 집주인은 우위씨의 방에 들어가 노트북, 카메라 등 집기들을 훔쳐냈다. 다행히 우위씨가 출국 전에 친지에게 자신이 남긴 물건을 정리하고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으라고 일러둔 바람에 집주인의 행각은 들통 났다. 

[사례5] 무하모드(가명)씨 외 2명의 우주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함안의 한 수박 농장에서 일해 왔다. 근로계약서도 없었고, 농장주가 작업반장 김아무개(43)씨한테 임금을 주면 김씨가 다시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였다. 그러나 일을 마무리한 8월 25일, 농장주가 지급한 440만원에서 이주노동자들 손에 돌아간 것은 3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불법체류 상태임을 알고 있던 작업반장이 여러 차례 임금 반환 요청에도 돌려주지 않다가 잠적해버린 것이다. 무하모드씨는 11월 초 출입국사무소에 검거되어 출국을 당했다.

[사례6] 관광비자로 입국한 중국 여성 쑨씨앙(가명)씨는 2007년부터 김해 진영에 있는 기계부품 업체에서 일했다. 임금이 도급식으로 지급되었다. 사장은 임금을 주고나면 며칠 뒤에 돈을 빌려가기 시작하더니 올해 8월까지 총 4900만원을 빌려가면서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 올해 8월 16일 사장은 차용증을 써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총 1000만원을 빌린 것처럼 허위로 써주더니 곧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강경 단속은 강력 범죄 피해 낳는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이날 "미등록 이주민 강경 단속은 강력 범죄 피해를 낳는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정부는 외국인 피해 범죄에 대응하고 미등록 이주민 인권보호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강제퇴거와 출국명령, 출국권고, 벌금 등의 처분을 받은 외국인 출입국 위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출입국 위반자는 2007년 7만2712명, 2008년 10만5941명, 2009년 10만337명이다.

이 단체는 "2007년과 2008년 이후의 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정부 들어 강제퇴거를 포함한 출입국위반자들은 해마다 10만명을 넘어섰다"며 "참여정부 기간 유일하게 출입국위반자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APEC 회의가 개최되던 2005년이었다. 국제회의가 열리면 외국인을 범죄자로 몰아 강경하게 대응하는 습관은 이 정부 들어 한층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경 대응이 주류를 이루었고, 특히 G20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단속이 강화된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로, 행정 위반자인 미등록 체류자를 사회악 수준으로 치부하여 때려잡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이주민센터에 접수된 상담 통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주민을 상대로 한 사기·횡령·절도·강도 등 파렴치한 범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 2002년 3건, 2003년 4건, 2004·2005년 각 6건, 2006년 18건, 2007년 13건, 2008년 14건, 2009년 15건, 2010년(9월 현재) 13건 등이다.

이 단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대응으로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막다른 위기로 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법 질서 확립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오히려 당사자들이 법의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들은 "국제행사를 빌미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로움을 위축시키려는 정부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미등록 이주민의 불안한 신분을 노리는 악성 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고 이주민 인권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이주민센터는 "강력범죄 피해자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권리 구제를 제도화할 것"과 "이주민을 위한 외국인 인권보장법을 제정할 것", "정부는 G20을 빌미 삼아 체류외국인을 잠재적 테러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과잉적 사찰, 감시를 일삼는 외국인 차별 및 인권 유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태그:#경남이주민센터, #미등록 이주민, #G-20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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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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