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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들이 만든 수능응원곡 영상 고3 담임교사 두명이 힘을 모아 제자들을 위한 수능응원곡을 만들었습니다.
ⓒ 박민영,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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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8일)이 목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수능 응시생 수가 사상 최대에 달한다고 하지요. 또한, 교육과정 개편으로 재수를 하는 데 불리함이 따르기에 이번 재학생, N수생(수능을 2회 이상 본 사람) 등 78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지난 겨울부터 다시 날씨가 추워지는 11월까지 함께 해 온 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후배교사와 수능응원곡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를 개사한 <직감적으로>라는 패러디곡입니다(윤종신씨 혹시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면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눈감아 주세요).

 

영상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여 편집하였습니다. 지난 주말 학교 옥상 창고에서 아이들 몰래 노트북에 소형 핀마이크를 연결하여 녹음하였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사교육 스타강사들이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 만드는 수능응원 동영상에 비하면 쑥스러울 정도로 초라합니다. 연예인들이 만든 수능응원 영상에 비해선 말할 것도 없이 아마추어티가 팍팍 납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친 척'하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마음만은 우리가 가장 뜨겁다고 믿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후다닥 출근하고 밤 11시에 퇴근하느라 최근 2년간 노래방 한 번 못가본 음치들의 노래, 완성도가 아니라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아 주길 원합니다. 학창 시절 밴드부를 해본 적이 없는, 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른 적도 없는, 3분 동안 노래하기보다 2시간짜리 강의하는 게 편한 두 학교 선생의 동영상입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 얻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목요일의 수능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고 불안하겠지만, '다소간의 긴장감은 여러분의 집중력을 높여주어 6월 평가원, 9월 평가원 모의고사보다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가져다 준다'는 믿음과 용기를 지니세요.

 

 

덧붙이는 편지

 

N수생이라는 이름의 너희들에게...

(졸업생들에게 띄우는 무명의 고3 담임의 편지)

 

드디어 이번 주에 수능이구나. 올해도 3학년 담임을 맡고 있기에 수험생 못지 않게 D-2이라는 숫자가 가슴에 와닿는다. 고3 재학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재수 혹은 반수를 하고 있는 너희들은 정말 힘든 한해였으리라 여겨진다.

 

독서실 혹은 도서관에서 독학재수를 하고 있든 학원에서 단과반 혹은 종합반 수강을 하고 있든 아니면 기숙학원에 들어가 고된 일과를 보내고 있든 간에 모든 형태의 재수 방식에는힘든 점, 단점이 있기에 그만큼 너희들의 마음고생이 많았으리라 싶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싶으면서도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계절이 바뀌면서 집중하기 어려운 유혹들도 많았을 테고, 최선을 다하여 공부한다 싶은데 모의고사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아 낙담하기도 했을 거다. 언어 영역이 오르면 수리가 떨어지고 외국어 영역이 향상되면 탐구가 떨어지는 등...

 

지난 5월 스승의 날 즈음, '성공한 후에 떳떳하게 찾아뵙겠다'는 휴대폰 메시지를 몇몇 졸업생들에게 받으며, 한편으론 학창 시절의 선생을 기억해 주는 게 고맙고 반가웠다. 하지만 그보다는, 재수를 하는 게 마치 인생에서 낙오된 것 마냥 너희를 주눅들게 만들었구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주눅들게 만든 게 바로 입시위주의 교육이고 우리 교사들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단다. 미안하다...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사회의 부조리가 어떻고 떠들고 밤 11시 자습감독을 마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너희들의 애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는 것처럼 교만한 마음을 가지던 나는, 사실은 너희들에게 죄인이었다 싶다. 학창 시절 나의 은사님 같은 '좋은 스승'은 고사하고 '좋은 교사'조차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학벌사회라는 풍조와 입시라는 제도 뒤에서 타성에 젖어, 올바른 가치관과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진 아이들조차 성적이 좀 우수하지 못하면 표정이 어두워지게 만드는 그런 차갑고 몰인정한 교육을 해온 게 참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하지만, 진실로 자기 삶에 대한 목표와 열정이 뜨겁다면 결코 너희들은 실패자가 아니란다. 인생은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저마다 자신의 보람과 행복을 찾아 긴 여정을 계속하는 도보 여행과 같다(학창 시절 내가 너희들에게 한 말이 너무나 공허하게 흩어져 버렸을지라도 이 말만큼은 꼭 믿고 기억해 다오).

 

마무리 수능 공부와 컨디션 조절에 여념없을 너희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 편지를 발견할 우연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읽을 수 없는 연서를 노트에 적던 순진한 소년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되는 재수생이라는 이름의 제자가 있다면, 너희들이 어느 학교를 졸업했든 작년 너희들의 담임 선생님, 교과 선생님 모두가 너의 노력과 고생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음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내 제자가 아닌, 우리 학교 졸업생이 아닌 모든 재수생들, 반수생들, 삼수생들아,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너희들이기 바란다.

 

수능대박, 사기충천! 파이팅!

덧붙이는 글 | 박민영님은 부산 부일외국어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태그:#수능, #학교, #수험생, #수능응원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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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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