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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형상을 한 울산 대왕암 여의주 부분에서 발견된 나무에 불을 붙여 뜸을 놓은 모습. 시멘트로 단단히 고정했고 콩기름 냄새가 아직도 난다.
 용의 형상을 한 울산 대왕암 여의주 부분에서 발견된 나무에 불을 붙여 뜸을 놓은 모습. 시멘트로 단단히 고정했고 콩기름 냄새가 아직도 난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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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들이 즐겨 찾았다는 어풍대(御風臺)를 비롯한 기암괴석들이 동해바다와 어울려 장관을 이뤄 지난 3월 문화재청이 "제 2의 해금강"이라 칭하며,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울산대왕암공원 대왕암에 일제가 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뜸 '혈침'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왕암은 황금색을 띤 용의 형태로 용추암, 용디(디는 등의 사투리), 용두목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뜸은 용의 주요 혈에 박혀 있다. 대왕암 주요 혈에 나무를 박은 후 태운 뜸 형태의 혈침이 발견된 곳은 용의 입과 관자놀이, 여의주로 불린 3곳이며 혈침은 썩지 않고 오래 보관되도록 콩기름을 넣어 놓은 듯 아직도 기름 냄새가 난다.

대왕암을 비롯한 동구지역 문화재를 연구 보존하는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가 대왕암 구석구석을 뒤져 발견한 혈침은 지역 등용사 본명스님과 백성스님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 또한 전국 곳곳에 박힌 일제 쇠말뚝을 찾아 제거하고 있는 한국기선양위원회의 자문을 거친 결과, 일제가 용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기를 꺾기 위해 혈침을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지 않은 절벽에 꽂아

예로부터 용으로 불린 울산대왕암. 왼쪽 붉은 표시부터 용의 여의주, 관자놀이, 입 부분이다
 예로부터 용으로 불린 울산대왕암. 왼쪽 붉은 표시부터 용의 여의주, 관자놀이, 입 부분이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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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향토사연구회는 최근 지역의 저명한 풍수전문가로부터 용의 형상을 한 대왕암의 여의주에 일제가 쇠말뚝을 박지 않았겠느냐는 물음을 들었다. 이미 동구향토사연구회는 대왕암을 수백 번도 더 탐방한 터지만, 이 같은 제안에 예로부터 용의 여의주로 불려온 부분(바로 위 사진 맨 왼쪽 빨간점)을 집중적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동구향토사연구회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인이 발견할 수 없을 정도의 벼랑인 이곳에 지름 22cm 정도의 나무가 탄 채로 박혀 있는 것이 목격된 것. 24일 현장을 찾은 기자도 맡을 수 있을 만큼 이 나무에서 콩기름 냄새가 났다. 콩기름은 나무가 썩지 않도록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 여의주 부분에서 혈침을 발견한 동구향토사연구회는 내친김에 대왕암 전체를 샅샅이 뒤지던 중 용의 관자놀이(태양혈)에 해당하는 곳과 용의 입에 해당하는 곳(아혈)에서도 혈침을 발견했다. 용의 입은 이곳은 용두목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 세 곳에서 모두 콩기름 냄새가 났고 벼랑끝 두 곳은 움직이지 않게 콘크리트로 공정해 놓았다.

한국기선양위원회 등에 따르면 일제는 오행상 우리나라 산이 목(木)의 성질이라 이를 누르는 성질인 상극 쇠(金)를 박았지만, 금의 성질인 곳에는 상극인 나무(木)에 불(火)을 놓는 혈침을 여러 곳에 박았다. 모두 민족의 기를 꺾기 위한 것.

특히 대왕암은 금 성질에 해당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혈침은 상극인 나무와 불로 대왕암 주요 혈에 뜸을 뜨는 형국이었다.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은 "태양혈과 여의주에 박힌 기둥은 일반인들이 발견할 수 없도록 벼랑에 설치되어 전신주나 건물기둥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자리"라며 "콩기름은 오래 전에 쓰던 것"이라며 이 혈침이 아닌 다른 용도의 나무라는 추측을 일축했다.

동구향토사연구회나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이들 3곳 중 한 곳인 용두목 바위인 용의 아혈에 박힌 나무기둥은 전신주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생각해 무심히 넘겨버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주요 혈 부분에서 똑같은 혈침이 발견됨으로써 지역민들은 간담이 서늘하다는 입장이다.

일제 쇠말뚝 발견 및 제거로 유명한 한국기선양위원회 소윤하 회장은 동구향토사의 질의에 혈침이 유력하다는 추정을 하면서 혈침 제거에 대해 조언했다.

소윤하 회장은 "제거할 때는 바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속에 들은 모든 것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며 "대왕암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회신했다.

또한 "대개의 경우 일제가 박은 혈침으로 결론이 나면, 일정을 정해 고유제를 모신 후 제거와 원상복구를 한다"며 "주민들을 참여시켜 '혈침이 제거되고 원상복구가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마을에서 큰 인재들이 많이 태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는 공식적인 전문기관의 고증을 더 거치고 지역문화단체 및 지자체와 협력해 민족정기 바로세우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한편 울산 동구 대왕암이 있는 울산 방어진은 예로부터 삼포개항 중 한 곳인 염포항이 있어 일본인들의 왕래가 잦았고, 특히 한일합방 후 일제는 방어진에 '방어진제철소'를 운영하는 등 점령했다.

특히 울산 동구청의 동구사에 따르면 일제는 방어진에 공동묘지를 조성해 성지 대왕암의 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이 공동묘지는 동구청이 개발 계획에 의해 3년전 이장했고, 동구향토사연구회가 조상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올렸다.


태그:#울산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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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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