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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여당의 직권상정을 통해 이뤄진 2011년도 예산안과 법안 단독·날치기 처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96년 노동법 날치기' 이후와 비슷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최고위원은 "이 정부는 한나라당 정권이 만든 정부임을 결코 잊어선 안되겠다"라고 강조한 반면, 홍준표 최고위원은 "근본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라는 말로 당 운영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번 예산안 및 법안 처리과정의 폭력 상황을 언급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예산국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강행처리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큰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서민 예산은 삭감된 대신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증액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언급하면서 "정부는 '쪽지 예산'으로 심사 없이 증액된 실세의원 지역구 예산이 있다면 예산 집행과정에서 보류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실세 의원들이 예산안 작성과정에 '쪽지' 등을 보내 영향을 미치고 '예산 끼워넣기'를 했다면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대표적인 예산 누락사례로 꼽히고 있는 불교 템플스테이 지원과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관련 예산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불교계와 강원도민의 자존심 문제이므로 (누락된) 예산을 집행하기에 앞서 당이 불교계와 강원도민에 그 잘못을 빌고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이 독자성 상실, 96년 12월 노동법 기습처리 생각나"

 

홍 최고위원은 "예산 파동의 책임자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했지만, 근본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에 있다"며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독자적으로 한 당 운영인지,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독자성을 잃고 끌려다니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하루 전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대표 등 당 수뇌부가 이번 예산안 처리 뒷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각을 세웠다. 그는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마치 청와대가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정한 것처럼 보도돼 있는데, 야당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는 시점에 당·청 회동을 해서 고 정책위의장을 사퇴시킨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지지는 국민으로부터 온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 말미에서 홍 최고위원은 지난 1996년 12월 신한국당이 노동법 기습처리 뒤 몰락의 길을 걸었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96년 12월 26일 아침에 노동법을 기습처리한 뒤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양지탕(여의도의 식당)에 가서 축배를 들었는데 이것이 YS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됐고 곧바로 한보사건이 터지고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50년 보수정권을 진보에 넘기지 않았느냐"며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96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당을 재편하고 전열을 재정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무성 원내대표는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가 청와대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당·청회동 전인) 11일 오후에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직접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해 본인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태그:#홍준표, #예산 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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