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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 후폭풍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자기반성' 외에 뾰족한 수를 제시하진 못했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공동간사 김성태·김세연 의원)은 15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오찬간담회를 한 뒤 연 회의를 통해 예산안 및 쟁점법안 단독 강행처리 뒤의 민심이반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1시간 반 가량 초선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나서는 김 원내대표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공동간사 김성태 의원은 "기분 좋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김 원내대표를 전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를 보내고 난 뒤 열린 민본21 회의에서 안상수 대표최고위원이나 김무성 원내대표에 대한 인책요구는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공동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예산안 처리 및 그 이후의 상황이 한두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의원들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고 철저한 자기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의원들의 공감이 이뤄졌고, 근본적인 개선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날 '민본21' 회원들이 김 원내대표에게 가장 많이 질책한 것은 '예산안 처리 시한도 중요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보다 철저한 검토가 됐어야 하는데 안됐다'는 것과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또다시 국회의 폭력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홍준표 최고위원과 이한구 의원이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닌다'고 지적한 부분도 이날 회의에선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그 부분에 대해 김 원내대표가 상황 설명을 했는데, 듣고 판단하기에는 청와대와의 어떤 교감이나 지시에 의해 (강행 처리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든 회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수구역특별법, 서울대법인화법, UAE파병 동의안 등 쟁점법안들이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예산안과 더불어 직권상정 돼 처리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날 민본21 회원들은 예산안과 쟁점법안들을 날치기 처리한 일 자체에 대해선 문제를 삼지 않는 대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일부 쟁점 예산이 누락된 것과 처리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게 된 일에만 초점을 맞춘 것.

 

'민본21'이 '꿀먹은 벙어리' 된 까닭?

 

따라서 이날 모임에 대한 김 의원의 브리핑 과정에서도 '민본21의 개혁성향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희도 100%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더욱 더 강조하고 있고 개혁성향이 무뎌졌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당이 민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의회주의와 권력분립, 당 내 민주주의의 발전을 지향점으로 삼아 대안을 제시해왔던 '민본21'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민본21'이 이번 예산안 처리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못하고 '자기 반성'이라는 모호한 슬로건을 내건 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모임의 회원들 상당수가 이번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 상황에서 야당과의 물리적 충돌에 앞장섰고, 상임위에서 전혀 논의 되지 않고 직권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도 기계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도 이런 점을 인정했다. 한 기자가 '자기 반성부터 하자는 이유가, 이 사태의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가, 민본21 회원들 스스로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라고 묻자 김 의원은 "후자 쪽에 무게 중심이 많이 가 있다"고 답했다.


태그:#민본21, #예산안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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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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