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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한반도를 초긴장으로 몰고 간 연평도 사격훈련이 20일 오후 1시간 30분 남짓 실시됐다. '핵전쟁'으로까지 우려됐던 남북 간 충돌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민족 공멸과, 나아가 미국과 동북아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온 겨레와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은 진행 중이며, 전쟁의 '화약고' 서해 영역의 문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한반도 사태는 민족의 운명을 가르는 시한폭탄의 작동과 같은 위험천만한 정세 속에 벌어진 '전쟁 불장난'으로, 우리 민족에게 뿐만 아니라 양심적 세계 평화애호 인류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방법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비단 남과 북의 문제를 떠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히 나서는 등 세계적 문제로 확대됐다. 이는 북측이 이번 훈련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훈련 취소를 촉구하고 강행 시 "2차 3차의 대응타격"과 "핵전쟁으로 확대"를 강하게 경고함으로써, 단순한 남북 간 지역적 충돌을 넘어 전면전 내지 핵전쟁으로의 확대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치열한 전선이 형성됐다.
 
드러난 진실, 훈련강행·전쟁불사 ↔ 대화·평화유지

 

남측 당국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훈련 취소 요구를 무시하고 전쟁 일촉즉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훈련을 실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민족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는 국회 '날치기'로 인한 야당과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남북 긴장을 통해 돌파하려는 '정국 전환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훈련 직후 논평을 통해 "명백한 국면전환용 사격훈련" "위험천만한 전쟁조장 행위" "이명박 정부는 전쟁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미국과 일본 역시 남측의 훈련 실시에 힘을 실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미국은 연평도 사태 이후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을 동원해 서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긴장 고조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일본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백지화 ▲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 ▲이란 제재 동참 등을, 이어 연평도 사태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개정 ▲한반도 지역 지배권 확보 발판 마련 ▲막대한 무기 판매 등의 이익을 챙겼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긴급히 요구한 유엔 안보리 소집을 미루고 훈련 취소와 대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앞장서 반대, 무산시켰다. 일본은 한미연합훈련에 자위대 파견을 운운하는 등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며 한반도 긴장을 즐기는 형국이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한 센카쿠열도 등의 영유권 문제 해결과 국제사회 입지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서 꾸준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유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이 예고된 직후 이례적으로 외교부 성명을 발표해 훈련 취소를 강하게 촉구했으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국제 문제화시켜 해결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중국은 천안함 사태부터 한미일과 서방의 강한 대북 압박과 한미의 연합훈련으로 높아지는 긴장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그동안 훈련을 앞두고 강하게 반발해온 북측은 이번 연평도 사격훈련 직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체면을 살리기 위한 선전용 도발" "유치한 불장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비열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 "세계는 조선반도에서 누가 진정한 평화의 수호자이며 누가 진짜 전쟁도발자인가 하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되는 긴장, 대화만이 유일 해법

 

이번 연평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서해 분계선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 즉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과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의 충돌이다. 이로 인해 1999년 1차 서해교전과 2002년 연평도 교전 등 각종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으나,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4선언을 통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천명함으로써 서해를 한반도 '화약고'에서 '상생의 바다'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방한계선은 1953년 정전 직후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가 남측의 선박과 군함이 더 이상 북측 해역으로 갈 수 없도록 임의적으로 확정한 선으로, 1975년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기밀문서를 통해 "엔엘엘은 일방적으로 설정됐고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어 확실히 국제법에 배치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대한국제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도 "남북 사이에 합의하고 동의한 선이 아니고 유엔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선이며, 더구나 북측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상경계선으로 결코 획정될 수 없다"며 "국제법 해양법상 영해로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훈련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주권국가의 당연한 자위권 행사"라는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이 합의하지 않은 해상 경계선에서의 '불질'은 어느 한 쪽이 수용하지 않는 한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며, 이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나아가 전면전으로 확대라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태 이후 5.24조치를 통한 남북 단절, 연평도 사태 이후 계속된 군사훈련과 이번 사격훈련 등으로 한반도를 전면전쟁 전야까지 몰고 간 남측 당국의 행보는 주변국과 국내외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 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의 '중대 발표'를 통한 긴급 6자회담 제안과 러시아의 수용, 남측 시민사회와 야당, 해외동포들의 대화 촉구가 바로 이를 방증한다.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연평도 사격훈련 당일에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대화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6.15와 10.4선언 이행을 통한 한반도 긴장 해소와 평화를 촉구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남북 간 직접대화를 비롯한 6자회담, 북미회담 등을 통한 평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하며 '비핵개방3000'으로 시작한 대북 적대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이제라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넘어 동족 간 총질을 해대는 추한 모습을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국격'이 아닌, 남북의 정상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구상하는, 진정한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평도,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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