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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타인 소유의 아파트 출입문을 용접해 버렸다면 '정당행위'가 아닌 '재물손괴'에 해당돼 처벌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D건설 자산관리팀 직원인 K(35)씨는 2007년 5월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S씨의 아파트 출입문을 열 수 없도록 출입문 외부 6곳에 용접을 했다.

1심, 재물손괴 인정…벌금 50만원 선고유예

이로 인해 K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한대균 판사는 2009년 10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아파트 출입문 외부 6곳에 용접한 행위가 정당한 유치권에 기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유치권을 행사를 위한 불가피한 행위라거나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어 정당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 무죄

그러자 K씨는 "정당한 유치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정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K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D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던 아파트 중 2개 아파트의 매수인들이 무단으로 아파트에 들어가는 점유 침탈 사건이 발생하자, D건설의 담당직원인 피고인으로서는 아파트 유치권을 보전하기 위해 더 확실한 점유방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출입문 외부 6곳의 용접을 분리할 때 몇 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어 그을음을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했을 뿐 현관문 자체나 아파트 자체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돼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 "출입문 용접 행위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 아냐" 유죄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D건설 자산관리팀 직원 K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D건설이 이 사건 아파트의 유치권자로서 소유자나 제3자에 의한 점유의 침탈을 막을 필요가 있었더라도, 아파트 출입문을 용접한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D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던 다른 아파트 2채에 대한 점유를 그 소유자들에 의해 침탈당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점유의 침탈을 막는 데에 이와 같은 출입문의 용접 행위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피고인의 재물손괴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정당행위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유치권, #재물손괴죄, #정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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