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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8일 예산군 오가면 신원리 한 농가의 비닐하우스 안이 시끌벅적하다. 아줌니들이 이른 아침부터 얘기꽃을 피우며 봄배추 모종을 하고 있다. 배추 모종판을 나르는 주인장의 발걸음도 가볍고 아줌니들과 농도 주고 받으며 활기가 넘친다. 오랜만에 채소금이 좋아 봄배추를 심기도 전에 흡족한 값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 짝은 다 심었는디 또 워따 심는대유."

 

비닐하우스 한 동에 모종을 끝낸 아줌니가 주인장에게 물으니 "아! 심을 땅이 읍스면 내 등짝이라도 파고 심으야지. 배추금이 이렇게 좋은디 걱정을 마슈"하니 모두들 깔깔 웃는다.

 

주인장이 잠깐 허리쉼을 하는 틈에 "이렇게 농사지으면 금방 부자되겠다"고 기자가 말을 건네니 이렇게 말한다. 

 

"흉년들어야 농사꾼은 살어. 풍년소리 나왔다 허믄 그날로 죽는기여. 올해 봄 배추금이 왜 좋은지 아남…. 안된 얘기지만 다 이상기온 덕분이여. 작년에 비가 엄청왔잖남. 가을 김장배추가 흉년이 들어 버렸네. 그러니 배추값이 금값이 됐지. 오죽 비쌌으면 김장도 넉넉하게 못혔댜. 정부가 중국배추까지 수입한다고 난리를 떨었으니까 오죽 했겄어. 그래서 이걸 알고 해남 이짝서 노지 봄배추를 겁나게 많이 심었는디 이것도 잘못됐댜. 올 겨울이 보통 추웠남. 죄다 얼어 죽은 거여. 그러니 배추 장사꾼들이 비닐하우스로 계약재배하자고 몰려 드는 거지…. 어디 한구탱이 무너져야 제값받고 농사지니 이게 진짜 잘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해만 같으믄 허리펴고 살것네."

 

배추모종을 끝낸 비닐하우스 안에 흙냄새와 푸성귀 냄새가 풋풋하게 엉킨다.

 

예산군의 대표적인 시설채소재배단지인 창소·탄중·신원리에는 요즘 봄배추 모종에 논 모내기철 만큼 바쁘다. 겨우내 구제역으로 회색빛이 된 시골풍경에 연두색칠을 하는 것 같다. 신암 탄중리는 올해 비닐하우스 1600여동(30여만평)에 봄배추 계약재배를 했다. 수집상과 상인들 그리고 김치공장까지 밭으로 달려왔다.

 

수박이 주특기인 농민들까지 봄배추로 바꿔 갈았다. 2월에 시작해 5월초에 끝나니 불과 3개월 농사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 최고 350만 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노다지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파동을 염려하자, 탄중리에서 만난 한 농민은 "남쪽에도 배추가 없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유통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요즘 같은 일(호황)이야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 채소류는 유통에서 거의 다 포전 매매이고, 수집상과 장사꾼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유통체계가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생산자는 제값을 못받는데 소비자는 비싸게 사먹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을 묻자 "우선 농촌과 도시에 거대조직을 거느린 농협이 창구에서 돈만 세지 말고 밭으로 나와야 한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봄배추 모종, #계약재배, #배추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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