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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텐보스 앞의 청소년희망여행 참가자들
 하우스텐보스 앞의 청소년희망여행 참가자들
ⓒ 여행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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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가명·17)는 난생 처음 만든 여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여권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처음 타 봐요, 진짜 떨려요!"

여권을 펼쳐놓고 일본 입국신고서를 꼼꼼히 작성했다. "주소도 한자로 써야 돼요? 한자 잘 모르는데 아, 공부 좀 하고 올 걸!" 여권수속부터 일본에 도착하기까지,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일 오전 인천공항을 떠난 전국의 고등학생 30명은 4박 5일 동안 일본 규슈 지역을 방문했다. 이들의 여행은 ㈜여행박사가 '교실 밖에서 만나는 더 커다란 세상'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것이다. 민지처럼 외국여행은 처음이거나 사정상 수학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 학생들이 선발되었다.

학생들은 일본 사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차된 자동차, 이동버스, 일본인 운전기사 아저씨까지 카메라로 찍으며 흥분했다.

"자동차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일본 자동차는 더 다양한 것 같아요."
"일본의 천연비누 같은 거 사가고 싶어요. 이런 거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친구들과 다 한 번씩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해치지 않으니까 말 걸어주세요. 흐흐."

'활화산' 아소산 분화구 구경에 신이 난 아이들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성
ⓒ 일본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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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처음 도착한 곳은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구마모토 성이다. 은행나무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 성은 오사카 성, 나고야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로 불린다. 17세기에 완공된 이곳은 건물 아래 외벽이 곡선을 띠고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수직 형태를 띤다. 이 방식은 기요마사의 뛰어난 축성술로, 적의 침략에 대비한 것이다. 쥐조차 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구마모토성의 상징인 은행나무도 식량이 모자랄 때를 대비해 심은 하나의 전략이라고 한다. 시대의 자취가 전해지는 기록이다.

시내의 중심에 위치한 구마모토 성을 보고 나오니, 도로 한 가운데에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전차가 보였다. "전차가 낡아 보이지 않은 것 같다"는 수지(가명·17)는 질문에 가이드 최성훈씨는 "일본은 절약하는 나라인 것 같다"며 "바닥을 땜질하면서 단단하게 재정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2박 했던 아소팜 빌리지
 학생들이 2박 했던 아소팜 빌리지
ⓒ 일본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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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산 중턱에 위치한 아소팜 빌리지에서 하루를 묶었다.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둥근 스머프 마을을 둘러본 학생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아소팜 빌리지는 아소산 중턱 해발 550m, 100만㎡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소팜 빌리지 내 온천에서 생애 첫 노천온천을 즐기고 처음으로 눈썰매가 아닌 푸대를 타고 언덕을 내려왔다. 학생들은 선생님께 드릴 선물도 잊지 않았다.

3일째 되는 날,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을 보기 위해 아소산 분화구로 향했다. 산을 올라가는 길목에서 유황가스에 의해 숨이 막혔다. 화산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어 안타깝게도 분화구까지 오르지 못했다. 수지는 "그래도 분화구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화산이 있어서 온천도 할 수 있으니, 아무리 위험해도 일본은 화산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숭이 바위를 쳐다보며 소원을 빌다

아소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벳푸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에서 달랬다. 이곳은 원숭이 마을로 1953년 개관이래 A, B, C군 원숭이 약 2천여 마리가 야생 그대로 서식하고 있다.

엄마 원숭이는 새끼의 이를 잡는다. 어떤 먹이든 대장 원숭이가 우선 확보한다. 어딘지 모르게 원숭이의 생리가 인간 사회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낮 12시 점심시간, 여기저기 숨어있던 원숭이가 고구마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 나왔다. 겁 없는 학생들은 원숭이에 다가가 사진을 찍고 원숭이 바위를 쳐다보며 '올해 대학 잘 가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셋째날 저녁 식사 일본식 전통 요리 '가이세키'
 셋째날 저녁 식사 일본식 전통 요리 '가이세키'
ⓒ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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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타를 입은 참가자들
 유카타를 입은 참가자들
ⓒ 여행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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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지역은 온천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벳푸 지옥온천을 둘러보고 우레시노 온천 마을에서도 온천을 체험했다. 다다미가 마련된 일본식 전통 료칸에서의 저녁식사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여학생들은 화려한 색의 기모노를, 남학생들은 정갈한 유카타를 입고 일본의 전통 정식요리인 '가이세키'를 맛본 것이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색깔과 모양까지 감안해 요리한다고 한다. 요리를 담는 그릇까지 모양과 재질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 전통 옷을 입은 학생들은 "흐흐, 숨을 못 쉬겠어", "속옷이 보일 것 같아"라고 불편해 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지 못했다. 불편한 옷으로 각자 자리에 앉아 정식 요리를 맛보는데 상 위에 간소하게 끓는 고기찜, 버터와 달콤하게 굽는 소고기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정갈한 요리 문화가 새로웠다. 경찬(가명·18)은 "이런 음식을 맛보는 데는 유카타가 분위기에 맞는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전통 료칸의 아침 식사는 우레시노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는 온천수로 끓인 두부였다. 새로운 음식, 깔끔한 맛의 아침상은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레시노 지역은 온천 두부와 함께 녹차가 유명하다. 다양한 녹차 상품과 녹차의 공정 과정을 볼 수 있는 공장을 살폈다. 학생들은 녹차비누, 녹차크림, 녹차팩 등 녹차 하나를 여러 제품에 활용한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방학 때 국내여행 하며, 친구들 찾아다닐 거예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리전형을 재현한 하우스텐보스는 나가사키시가 서양 제국을 향해 문호를 개방한 뒤 만들어진 테마파크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 말로 '숲 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들쭉날쭉한 물길은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대신하며 하우스텐보스의 상징인 팰리스 하우스텐보스는 현 네덜란드 여왕이 거처하는 궁전외관을 모방하고 있다.

미현(가명·18)이는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할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우스텐보스에 있는 것보다 많이 친해진 친구들과 함께 하우스텐보스에 있는 게 더 신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저마다 꿈을 키웠다. 일본어 능력시험인 JLPT 3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경찬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언어를 습득했는데, 일본인들과 직접 말을 주고받으며 실제로 일본어가 어떤 느낌인지 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현이는 "생각보다 매우 친해져서 한국 돌아가면 서운할 것 같다"며 "방학 때 국내 여행을 하며 전국 각지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텐보스 전경
 하우스텐보스 전경
ⓒ 하우스텐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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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날인 23일, 사가공항은 아쉬움을 달래려 장난치는 학생들로 떠들썩했다. 학생들은 하우스텐보스에서 구입한 막대기 장난감으로 서로를 놀려가며 장난쳤다. '엔화 동전은 한화로 환전되지 않는다'고 전하자 주머니 속에 있던 마지막 남은 엔화 잔돈까지 탈탈 털어 일본 과자를 사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영하(가명·18)는 "이제 돌아가면 고3 수험생활이 시작된다"며 "1년 동안 공부만 하면서 지내야 하는데 친구들을 못 보는 게 서운하다"고 말했다. 또 "솔직히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은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그 어느 때보다 웃음 띤 얼굴로 사진을 찍은 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편, 이번 희망여행을 기획한 ㈜여행박사는 전 직원이 매달 월급의 1%를 떼어 사회봉사에 사용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중국으로 떠나는 희망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태그:#청소년,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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