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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서부에는 10여개의 화산들이 마치 줄을 선 듯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몇몇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현재 진행형 화산들이다. 환태평양 화산대의 가장 활발한 지역에 위치한 니카라과는 끓고 있는 땅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중 지금도 희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는 마사야 화산(Volcan Masaya), 그리고 그라나다의 남단에 우두커니 서있는 몸바초 화산(Volcan Mombacho)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화산들이다.

우리는 이 두곳을 탐방하기 위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당일 투어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출발 전날 단체 관광에 사인을 하면 매일 아침 출발하는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사실 우리같이 스페인어에 까막눈이고 이래저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추천할만한 방법이다.

그라나다에는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여행사가 몇 군데 있다. 그중, 우리가 발품을 판 결과 '티에라 투어(Tierra Tours)'가 우리같은 배낭객들의 필요를 가장 잘 서비스 해 주는 곳 인듯 싶다. 다른 여행사들은 고급 호텔 관광객에 매여 있어서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솔직히 그나나다는 중앙광장 근처에 눈이 휘둥글해질 정도의 고급 호텔이 몇개 있다. 다행히 힐튼이나 쉐라톤같은 미국 체인은 아직 없다). 

'지옥의 입,' 마사야 화산(Volcan Masaya)

현재 활발한 활동중인 마사야 화산은 분화구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개 안 되는 화산이다. 또한 이곳은 1979년 니카라고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마사야 화산 입구에는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마사야 화산의 생성과정,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설명을 잘 갖추고 있었다.

화산 박물관을 둘러본 후, 분화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다. 길가에서 과거 격렬했던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화산재로 뒤덮혀 있는 검은 벌판은 지금은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죽은 땅'이다. 그러나 시간과 자연의 다듬질을 거친 후, 오히려 화산재의 도움으로 전보다 더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언젠가는 수목이 무성해질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사야 화산에 오르는 길. 온통 검은 화산재로 덮혀있다.
 마사야 화산에 오르는 길. 온통 검은 화산재로 덮혀있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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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야 화산은 세 개의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분화구 삼형제를 보는 것만 같다. 왕년에 불타올랐던 성격을 죽이고 지금은 초목에 덮혀 평온히 살아가고 있는 첫째 페르난도(Fernando), 한때는 뜨거웠지만 지금은 자숙하며 살고 있는 둘째 닌디리(Nindiri),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혈질 성격의 막내 산티아고(Santiago). 이 세 분화구는 화산활동의 시간별 과정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주차장 바로 옆에 분화구가 있다. 활발히 화산 연기를 내뿜는 산티아고 분화구.
▲ 마사야 화산 주차장 바로 옆에 분화구가 있다. 활발히 화산 연기를 내뿜는 산티아고 분화구.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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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니 거세게 부는 바람 속으로 휘몰아치는 희뿌연 연기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역시 연기를 뿜고 있는 곳은 페르난도와 닌디리 분화구 사이에 있는 산티아고 분화구. 근처에 가보니 유황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산티아고 분화구의 가장 깊은 곳. '지옥의 입'이라는 말에 맞게 마치 목구멍 모양으로 생겼다.
 산티아고 분화구의 가장 깊은 곳. '지옥의 입'이라는 말에 맞게 마치 목구멍 모양으로 생겼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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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은 이곳을 '지옥의 입(The Mouth of Hell)'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역시 '지옥의 입' 답게 입냄새가 장난 아니다. 당시 스페인 사람들은 분화구 바로 옆에 커다란 십자가를 세워 이 지옥의 입이 침묵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현재 화산활동이 멈춘 상태지만,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 닌디리 분화구 현재 화산활동이 멈춘 상태지만,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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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유황온천까지 있으면 동양사람들을 상대로 관광상품이 되겠다 싶어 물어봤더니, 안타깝게도 온천은 없다고 한다. 혹은 온천이라는 상품에 관심이 없어서 아예 개발이 안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니카라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최고급 호텔을 제외하고는 더운물이 나오는 곳이 없다고 한다. 솔직히 니카라과 여행 중 몸을 씻는데 더운물이 필요하다고 느낀적은 한번도 없다. 

페르난도 분화구로 올라가는 길.
 페르난도 분화구로 올라가는 길.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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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장인들의 정성이 한땀한땀... 마사야 마켓(Masaya Market)

마사야 화산 탐방 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사야 마켓에 방문했다. 이곳은 니카라과 장인들이 한땀한땀 직접 만든 각종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니카라과는 가죽, 토기, 목공예품이 유명한데, 이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니카라과'다운 선물을 구매하고 싶다면 한 번쯤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마사야 시장의 모습이다.
 마사야 시장의 모습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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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은 마사야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그리 크지않은 건물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채의 수공예품에 시선을 뺏기고 만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라지만 특별히 강매나 심한 호객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우리는 전자계산기를 드리밀고 "까로(비싸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가격 흥정을 시도해봤다. 사실 현지 상인들이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지도 않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깎아주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새들과 나무의 넉넉한 보금자리, 몸바초 화산(Volcan Mombacho)

그라나다에서 동서남북을 알아내기는 참 쉽다. 남쪽의 거인 몸바초가 있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엄청난 화산 활동으로 주변지형을 녹여 삼켜버렸을 몸바초는 분명 두려움과 죽음의 상징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산짐승과 푸른 초목을 품어 안은 어머니같은 존재이다.

그라나다 시내에서 보이는 몸바초 화산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보인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화산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차를 타고 상당거리를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분화구까지 오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시 한번 '티에라 투어'를 택한 우리는 캐나다에서 온 다른 네 명의 여행객과 함께 승합차에 올랐다. 산 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고 좁다. 가이드는 오르막에서 자동차 힘이 달리니, 차 안에 에어컨을 켤 수 없다고 미리 말해주었다.

가는 도중 커피 농장에 들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약 20~30분 운전 끝에 등산로 입구에 있는 'Biological Center'에 이르렀다.

화산활동으로 나뉘어진 지대 사이를 걷고 있다.
 화산활동으로 나뉘어진 지대 사이를 걷고 있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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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바초 화산의 대표적인 등산로 엘 푸마(El Puma)는 산 정상까지 오르는 난이도 심한 코스로 반드시 전문 가이드를 동원해 가야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등산로 엘 크래터 (El Crater)는 분화구 주변을 걷는 코스로 약 2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코스를 택했다. 역시 니카라과의 대표적 관광지인 만큼 등산로는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산행 도중 가이드로부터 몸바초 화산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식물과 새, 곤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등산로에서 운이 좋으면 희귀 동식물을 볼 수 있다. 우리도 보기 드물다는 투명한 날개를 가진 'glasswing butterfly'를 볼 수 있었지만 아깝게도 사진을 찍을 기회를 놓쳤다. 나무 늘보와 원숭이들도 등산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종종 보였다.

기생식물과 주인나무. 마치 큰 도마뱀이 나무를 움켜 안은 모습같다.
 기생식물과 주인나무. 마치 큰 도마뱀이 나무를 움켜 안은 모습같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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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커다란 도마뱀이 나무를 움켜 안은 듯한 모습. 이건 사실 기생 식물이 주인 나무에 붙어 있는 모습이다. 도마뱀의 손같은 '촉수'가 주인나무로 부터 영양분을 빼앗고 결국 고사시킨다는데 그 후에 이 기생식물은 어떻게 될까? 가이드가 그 정도의 생물지식은 없는 듯 했다.

이 등산로의 압권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 니카라과 호수와 그라나다 시가지, 그리고 Las Isletas다. Las Isletas는 2만여 년 전, 몸바초의 분출물로 만들어진 365개의 군섬이다. 미리 섬들 사이를 카약을 타고 지나가 봤지만 이렇게 멀리서 내려다보니 색다른 기분이다.

몸바초 화산에서 내려다본 Las Isletas의 모습이다.
 몸바초 화산에서 내려다본 Las Isletas의 모습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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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바초는 1570년 분출 후 화산 활동이 멈춘 상태란다. 미리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곳이 '화산'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열대림에 덮여 있다. 그러나 옛 분화구 근처 몇몇 구멍에서는 여전히 수증기가 나오고 있어 몸바초가 완전히 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늘을 날다! 캐노피 투어 (Canopy Tour)

몸바초 화산에서 또 하나의 인기몰이중인 캐노피 투어. 커피 농장 근처에 있는 이곳에서 간단한 안전 교육과 연습 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인 캐노피 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운 좋게도 다른 여행객들이 없어서 여유있게 캐노피를 즐길 수 있었다. 결국 세 명의 캐노피 가이드가 우리와 함께 했다.

우선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꽤 잘 되어 있어서 그런대로 마음이 놓였다. 이곳에는 전부 15개의 플랫폼이 높은 나무들위에 설치되어 있다. 이들 사이를 케이블 (zip-line) 과 도르래에 의지하고 이동하는데 제법 속도가 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케이블을 쥐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거꾸로 매달려 캐노피를 타는 모습이다
 거꾸로 매달려 캐노피를 타는 모습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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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기본자세로 캐노피 타기를 하더니, 곧 우리의 '잠재력'을 대충 가늠한 가이드들이 진도를 내기 시작한다. 슈퍼맨 자세를 권하다가 결국엔 거꾸로 매달리기까지 시도해 보라고 한다. 처음엔 케이블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았지만, 가이드만 믿고 냅다 손을 내렸다. 마치 온 세상이 거꾸로 달리는 것만 같다.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신나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봤다. 다양한 새 소리와 밑으로 보이는 몸바초의 숲, 잠시나마 이들과 일체가 되어 '날다람쥐'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 동네, 그라나다

그라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마음의 부담일랑 없었다. 슬렁슬렁 거리를 거닐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니면 복작거리는 시장통에서 프리탕가(거리음식)를 즐긴다.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호스텔 옆의 시장에서 해결하고, 뭔가 심심하다 싶으면 이곳저곳에 있는 유서깊은 건물과 박물관을 둘러본다.

아니, 좀더 이색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가까운 여행사에 들려 아이디어를 얻는다든가, 배낭객들의 여행담을 들어도 된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켜져있는 저녁거리를 산책하며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기쁨이다. 그렇게 그라나다에 있는 동안 마치 '우리 동네'에 와 있는 듯 편안했다.

그렇다고 마냥 그라나다에 머물 수는 없다. 떠나는게 여행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한 번 분위기를 바꾸어 다음 목적지인 '신비의 화산섬' 오메떼뻬(Ometepe)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1년 1월 2주간의 니카라과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하연주, 박인권 부부가 공동 작성하였습니다.



태그:#마사야 화산, #니카라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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