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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삼성병원 입구의 옛 경상병원 노조사무실. 노조는 고용합의서 이행과 투명경영을 요구하며 3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산삼성병원 입구의 옛 경상병원 노조사무실. 노조는 고용합의서 이행과 투명경영을 요구하며 3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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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대상자가 한 부서에 8명이나 되는데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 옛날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장비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을 신규채용한 것은 옛 경상병원 노동자들을 채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영부실로 문을 닫은 경북 경산의 경상병원을 인수한 경산삼성병원이 선별고용을 통해 지난 3월1일부터 진료에 들어간 가운데, 옛 경상병원 노조가 법원과의 합의사항인 전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옛 경상병원은 1992년 200병상으로 시작해 경산시에서 가장 큰 861병상을 갖춘 연간 2만여 명이 이용하는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경영진이 공금횡령 등으로 2010년 2월 파산하자 울산 중앙병원의 모재단인 정안의료재단이 입찰을 통해 인수해 의료법인 근원의료재단을 설립하고 경산삼성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개원하였다.

경산삼성병원은 의사를 포함한 142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기존 208명의 경상병원 퇴직자 중 고용계약청약서를 제출한 182명 중 리모델링을 방해한 25명을 제외한 157명 가운데 면접에 불참한 25명을 제외하고, 132명을 채용 대상자로 확정, 이 중 62명을 먼저 채용하고 나머지 70여 명은 순차적으로 채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옛 경상병원 노조는 고용보장을 우선순위로 하여 입찰을 실시하고 낙찰받은 병원이 노조를 말살하고 전원 고용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는 선별고용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반발하며 지난 2010년 5월부터 병원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경상병원분회 신은정 분회장은 "법원이 인수자를 모집할 때 고용보장을 1순위로 내걸었다"며 "고용보장합의서의 내용이 허술하기 때문에 현 재단에 세부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섭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분회장은 "우리를 고용하지 않기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교섭 촉구를 요구했을 뿐 전혀 방해한 적이 없다"며 "'리모델링 작업을 방해한 자는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용해 우리를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지난 7일 민주당 등 야4당과 경북의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상병원사태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7일 민주당 등 야4당과 경북의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상병원사태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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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경북도당을 비롯한 민주노총 경산지부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고용보장합의서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체결한 것인데 경산삼성병원 측이 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태해결을 위해 병원측이 적극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병원이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법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잘못으로 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들을 새로 인수한 병원이 이들을 재고용하여 사회통합과 노사화합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노조를 찾은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도 "노동자의 권리와 환자의 권리와 시민들을 위한 공공성도 다 팽개치고 오직 이윤만을 쫒는 등 비정규직으로만 가득찬 병원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고 "심지어 환자식당마저 외주를 주어 치료의 일부를 포기한 것은 오로지 환자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경영진의 인식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경산삼성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개원한 옛 경상병원. 고용보장을 놓고 병원측과 경상병원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산삼성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개원한 옛 경상병원. 고용보장을 놓고 병원측과 경상병원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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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병원 측은 경상병원 노조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노조원 25명에 대해서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권기덕 관리이사는 "전 경상병원 퇴직자단체는 회사에 고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라 인정할 수 없고, 생존권 보장의 배려차원에서 고용을 희망하는 자에 대해 신규채용을 하고 있으며 노조 적극가담자 25명은 병원 리모델링 작업을 방해했기 때문에 절대로 고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법원의 고용보장합의서는 부속합의서이기 때문에 병원인수합의서가 우선이고 병원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때까지 순차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며 어디까지나 배려차원임을 강조했다.

강경래 원무팀장도 "병원의 완전개원을 의미하는 병상수의 가동율이 70%에 이를 때까지 경상병원 퇴직자들을 신규채용하면 된다"며 법원과 약속한 고용보장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상병원노조는 "현 경산삼성병원은 경상병원의 파산으로 근로종속관계가 없어졌다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얼마전 '청년 유니온 노동조합 설립신고'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실업자 등이 초기업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음을 인정했듯이 산별노조인 공공노조 의료연대 지역지부 조합원인 우리는 정당한 노동조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병원에 대해 "단순한 고용보장이 아니라 노동조건 저하 없는 정규직화, 노조를 인정하고 이전과 동일한 단협승계, 투명경영 약속"을 요구하고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병원 사태를 보는 경산시민들도 약자인 노동자들에 대한 병원 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시민 정헌식(42)씨는 "경상병원 문제만 나오면 경산시민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라며 "힘있는 병원이 조금만 양보하면 쉽게 해결될 텐데 너무하는 느낌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옛 경상병원 노동자들이 매일 저녁 병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옛 경상병원 노동자들이 매일 저녁 병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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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산삼성병원, #경상병원, #고용보장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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