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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행정기관에서 4년이 넘게 지역 및 행정홍보를 담당하다 보니까,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언론사 기자들이고 또 그들은 내게 있어 최고의 고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비 언론(기자)에 의해 건전하고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에 크게 이바지 하는 많은 언론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본 기자는 사이비 언론사에 의한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겪은 이비 언론 유형과 언론사를 사칭하는 경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날 A신문사라는 곳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광고 한 건만 해 달라는 것이 었는데요. 내 신분이 공무원이지만 이럴 때는 장사꾼 기질을 발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신문이 우리지역에 몇 부나 배부되는지와 포털에서 검색이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대답은 생긴지 얼마 안 된 언론이라 그 지역은 구독자는 없고, 포털에서도 아직 검색이 되지 않는데, 좀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만일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기자님과 친분이 있다면 도울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관공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효과도 불분명한 언론에 광고를 하겠습니까!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시죠. 기자님 같으면 포털에도 노출이 되지 않는 언론에 광고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습니다. 며칠 뒤 감사부서 쪽으로 나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었다기에 확인했더니, 언론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고 기자에게 불친절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모 언론사의 광고요청에 대해 구제역 등 경상예산 운용의 어려움을 들어 거절을 했더니 "그곳에 ○○군 향우회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 그 사람들을 통해 그쪽 자치단체의 문제점을 다 파악하고 있다, 그것을 기사화해도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저는 그 말에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당했었죠.

 

지난해 어느 날, 모방송사로부터 너무 괜찮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A방송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아무개 PD입니다. 귀 시군의 청정 농산물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현장안내 등 협조는 얼마든지 하겠는데요. 혹시 저희가 취재비 등을 부담해야 합니까?"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단지 취재를 위한 출장이 필요해서 그러니 아래 내용과 같이 취재요청 공문서를 작성해서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3일 뒤 한 농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린 돈이 없는데, A방송사에서 문서가 왔는데요. 내용을 보니까 우리농장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우리군의 문서가 첨부되어 있던데, 저희에게 100만 원은 큰 부담입니다."

이 말을 듣고, A방송사(확인된 곳은 외주회사)라는 곳에 전화로 항의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전화통화한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까! 비용부담이 전혀 없다고 해 놓고 영세한 농가에 취재비를 요구하면 어떻게 합니까! 보내드린 문서를 그런 용도(군에서 농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듯한)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 이상 취재협조 취하문서를 보낼 테니 그쪽 계획에서 우리군을 빼 주세요!"

 

그리고 또 다른 우습지도 않은 사례를 소개 해 보겠습니다. 모 언론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서 받으셨죠? 축하드립니다. 귀 군이 우리 언론사에서 추진하는 전국 최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되었으니, 모월모일 수상식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도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니까, 어떤 근거로 우리군이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증빙서류 좀 부탁드리고, 혹시 저희가 부담(금전적인)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네, 많지는 않고 행사준비 등을 위해 300만 원만 입금을 해 주시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돈을 주고 상을 사라는 말입니다. 궁금해서 인근 타 시군에 알아봤더니, 지난달에 A군(郡)에도 똑같은 언론사에서 문서와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어느날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이구 신○○과장님! 요즘 바쁘시죠?"

"저는 과장이 아니고 계장입니다만,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조만간 진급하실 분이니까 그렇게 불러 드려야지요. 요즘 신과장님 일 잘하신다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합니다. 허허"

"감사합니다만, 누구신지..."

"아, 저는 ○○언론사 편집국 ○○국장인데. 지난한해 국내의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우리 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화보로 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권 보내드릴까 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 말은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는 책장사이며, 이 사람 또한 ○○언론사 국장도 아니고 한낱 외판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이 관공서에 전화를 해서 언론기관 운운할까요? 이유는 관공서에서 유독 언론기관이란 말에 약한 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트집 잡힐 일도 없는데, 언론기관이라면 자세를 낮추는 공공기관.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애교로 넘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어, 신 계장! 나 ○○일보 K상무인데, ○○군수 잘 있지? 뵌 지가 좀 오래 되어서 말이야. S실장은 어떻게 지내? 다른 게 아니고 말이야. 우리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를 이번 달부터 보낼 테니까, 입금은 천천히 시켜도 돼. 군수에게 다 이야기 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 사람은 처음부터 반말입니다. 그러나 이 분도 알고 보면 고단수의 외판원이라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이럴 경우 깜박 속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세상 어느 언론사 상무라는 직책을 가진 분이 월간지 구독 요청을 위해 직접 전화를 할까요? 잡지구독 정도야 군수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겠습니다. 관공서에서 일하시는 분들, 다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태그:#사이비언론, #언론사 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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