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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으려고 물에서 꺼내 모래 위로 올려놓은 모습.
▲ 황소개구리와 웜 사진 찍으려고 물에서 꺼내 모래 위로 올려놓은 모습.
ⓒ 신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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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은 절기상 '청명'이다. 시골이라면 들이든 산이든 봄기운이 물씬물씬 풍길 때다. 습지에서는 개구리는 물론이고 개구리알도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봄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경칩이 지난 지 오래건만 개구리는 구경도 못해봤다.

마침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동물원에서 '개구리도마뱀특별전'을 열고 있다기에 찾아갔다. 개구리들은 곤충생태관에서 전시 중이었다. 녀석들을 보니 봄을 그리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조는 놈이 있고 화난 놈도 있다. 눈물 흘리는 녀석도 있다. 

아프리카황소개구리는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사진 찍게 해준다고 서울동물원 자연학습팀의 심재열 주무관이 몸에 손을 댄 뒤부터다. 물속에서 반신욕하던 녀석을 모래 위로 올려놓았던 것이다. 반쯤 내려앉아 있던 눈꺼풀이 치켜 올라갔다. 몸집도 살짝 커졌다.

"수분 보충하는 걸 방해받아서 화가 난 건가요?"

심재열씨가 '개구리박사'라고 소개한 곤충관 관리자 신영창(30)씨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아닙니다. 밖으로 불러내서 화가 난 거예요. 지난번 개구리 전시 첫날에 보도진이 많이 왔거든요. 그때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일이 있어 몇 번 밖으로 불러냈더니 화를 엄청 내더라고요. 지금도 그때처럼 그러는 겁니다."

황소개구리는 화가 많이 나면 온몸이 풍선처럼 빵빵해진다고 한다.

"뒤끝은 없어요. 수족관에 넣으면 십 분 후에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요."

사진 촬영이 끝났는데도 관리자는 개구리를 그 자리에 놔둔다. 개구리가 풍선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하니 신씨가 습성을 설명해준다.

"배변할 때나 물기가 말라 몸을 적셔야할 때 말고는 (물에) 잘 안 들어가요. 다른 개구리들하고 다르죠. 수족관 모래도 세팅해주면 다른 애들은 그냥 두는데 이놈은 자기가 다시 세팅해서 앉을 자리를 만들어요."

그런데 개구리 엉덩이 뒤로 보이는 전선이 꽂혀진 저 돌멩이는 뭘까.

"저건 '웜'이라고 해요. 온도가 6-7도쯤 되는 돌이죠. 아프리카 출신이라 추울까봐 넣어줬어요." 

수족관 모서리에 붙어 있는 모습.
▲ 화이트청개구리 수족관 모서리에 붙어 있는 모습.
ⓒ 신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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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정개구리가 수족관 바닥으로 미끄러진 모습.
▲ 화이트청개구리 화이트정개구리가 수족관 바닥으로 미끄러진 모습.
ⓒ 신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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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영양식은 귀뚜라미

금개구리는 죽은 것처럼 수족관 구석에 박혀 꼼짝도 않는다. 신씨의 말에 의하면 수족관의 개구리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단다. 이틀에 한 번 먹이 줄 때만 움직인다. 잘 먹지도 않는다. 에너지 소비할 일이 없다보니 그렇단다.

화이트청개구리는 수족관 벽에 매달려 있다. 이놈은 빨판이 있어 이 자세로 며칠씩 붙어 있기도 한다. 그런데 하필 모서리에 매달려 있어 자세가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지켜보자니 점점 아래로 미끄러진다.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완전히 주저앉았다. 저 자세로 며칠을 지낼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수족관 개구리는 무얼 먹는지 신씨에게 물어봤다.

"양서류는 눈이 안 좋아요. 움직이지 않는 놈은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먹이는 산 것만 줍니다. 1인용 뚝배기만한 황소개구리는 일주일에 한 번 쥐나 미꾸라지를 줍니다. 간식으로 슈퍼 밀웜(개구리 사료인 애벌레)을 먹이고요. 어른 주먹 크기의 화이트청개구리는 이틀에 한 번 슈퍼 밀웜을 주고 영양식으로 귀뚜라미를 주지요. 작은 개구리들에게는 이틀에 한 번 작은 크기의 일반 밀웜을 먹입니다."

신씨는 큰 애들은 잘 먹는데 작은 애들은 식성이 별로라며 걱정을 했다.

동물원에서는 개구리 먹이 밀웜을 기르고 있다.
▲ 밀웜 동물원에서는 개구리 먹이 밀웜을 기르고 있다.
ⓒ 신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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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수명은 2~3년이라고 한다.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경우는 없을까. 사고사가 가끔 있다며 신씨가 수족관을 가리켰다. 개구리들이 좁은 옹기 안에서 층층이 몸을 포개고 있다. 아래쪽 개구리는 숨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씨는 수족관이 좁아서 그렇다며 "저러다 압사당해 죽는 놈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밀웜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에 물이 차고 장이 꼬이는 수가 있다며, 이런 경우는 동물병원에 데려가도 거의 죽는다고 했다. 이를 막으려 밀웜과 귀뚜라미를 번갈아 먹인단다.

경칩에는 개구리알을 먹는 풍습도

안쪽에는 토종개구리와 도마뱀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참개구리를 구경하던 박효식(25)씨가 "저거 구워먹으면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함께 온 정지미(26)씨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개구리는 뒷다리가 맛있대."

5m쯤 떨어진 곳에서 개구리를 돌보고 있는 관리자 신씨가 들을세라 속삭이듯 물어봤다.

"먹어본 적 있어요?"

박씨는 "어릴 때 강원도 양구에 살았어요. 그 때 많이 잡아서 구워먹고 튀겨서도 먹었어요"라며 한때 개구리 천적으로 살았음을 고백했다. 옛날엔 몸에 좋다고 경칩에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 풍속도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뱃속에는 개구리알이 들어 있다'는 제목의 소설도 있나보다.

개구리알. 예전에는 경칩에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 개구리알 개구리알. 예전에는 경칩에 개구리알을 건져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 서울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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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 도마뱀 도마뱀.
ⓒ 서울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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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기 전에 다시 황소개구리에게 들렀다. 양 볼을 씰룩이며 도전적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 개구리를 한참 쳐다보던 심 주무관이 신씨를 부른다.

"영창씨, 얘 감기 걸렸나봐.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

신씨는 오지도 않고 멀리서 대답만 한다.

"감기는요 뭘. 몸에서 수분 빼는 거예요."

잠잘 때는 개구리도 눈을 감는다. 야행성이라 주로 낮에 자는데 주말에는 구경꾼이 많아 편히 잠을 못 잔다. 사람 드문 평일에 평소 자세로 눈을 감고 잔다.

서울동물원에서는 개구리뿐만 아니라 도롱뇽과 두꺼비, 올챙이, 개구리알도 볼 수 있다. 전시를 위해 외부에서 사온 것도 있지만 동물원에서 1년 동안 키운 것도 있고 채집한 것도 있다. 전시는 곤충관에서 5월 30일까지 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생생개구리 탐험' 체험학습도 진행하는데, '개구리 박사' 세 명이 함께한다. 회비는 1만 원.

재미있는 팁 하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은 조선시대의 '밸런타인데이'였다. 경칩에 선남선녀들은 오늘날의 초콜릿처럼 은행알을 주고받으며 천 년의 사랑을 맹세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관람문의 : 서울동물원 동물기획과 자연학습팀 02-500-7782



태그:#서울동물원 , #개구리, #황소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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