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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회복에 좋은 길이167cm, 둘레33cm의 대물 참장어의 모습.
 원기회복에 좋은 길이167cm, 둘레33cm의 대물 참장어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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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을 무사히 이겨내고 봄이 왔다.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점점 나른함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이럴 때 뭐 힘을 북돋아 주는 먹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일명 스테미나에 좋은 보양식품 말이다.

"삼촌 요즘 나른하시죠!"
"제가 좋은 장어 구해놨으니 한번 드셔 보실래요?"

나의 생각이 통하였을까? 조카에게 걸려온 전화에 눈이 번쩍 뜨였다. 육군중사로 군대에서 전역 후 여수시 중앙동 수산시장에서 중매인의 길을 걷고 있는 조카는 심성이 착하고 참 성실한 아이다. 전혀 중매인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카는 밤과 낮이 따로 없는 수산시장의 경매에 뛰어 들었다. 세상에서 뭐라도 해볼 기세로 가장 낮은 삶을 선택한 조카 기백이 대단하다.

전화를 받고 중앙동 시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오마이갓.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른 크기만한 괴물 참장어다. 그 크기에 놀라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집에 와서 그 길이를 재어보니 가로 167cm, 둘레 32cm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조카로 부터 받은 대물 참장어는 몸길이 167cm, 둘레 33cm로 안강막에서 잡혔다.
 조카로 부터 받은 대물 참장어는 몸길이 167cm, 둘레 33cm로 안강막에서 잡혔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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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스테미너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음식은 단연 바다에서 나오는 식품을 꼽고 있다. 스테미너에 좋은 수산물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서양에서는 '바다의 밀크'라 불렀고, 동양에서는 바다의 어물중 가장 귀한 것이 굴이라고 했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불임 남성에 아연을 공급해 정자수가 늘어났다고 밝혀낸 바 있다. 연구결과 굴에 함유된 아연이 남성의 정력을 증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조개류 중에서 가장 맛이 좋고 귀한 전복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리고 오늘 말하는 참장어(갯장어)는 식물성 지방인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최고의 스테미너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스테미너의 최고봉, 바다 참장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참장어는 주로 남해안쪽에서 서식하는데 고흥, 여수인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여름철 여수의 보양식의 대표어종이다. 일명 하모 유비끼(갯장어 데침)가 바로 그것.

일본말로 하모라 불리는 참장어는 양턱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과 큰 송곳니가 특징이다. 육식성이다 보니 성질이 포악해서 장어를 잘못 잡다가 물리는 날에는 손가락을 잘릴 수 있다. 붕장어는 커 봐야 1m인 반면 갯장어는 2m까지도 자란다.

찜통에 넣고 푹 달인 참장어탕이 맛있게 끊고 있다.
 찜통에 넣고 푹 달인 참장어탕이 맛있게 끊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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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장어는 원기회복에 유용하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 것으로 소개되었으며, 자산어보에는 설사가 있는 사람은 장어를 죽으로 끓여 먹으면 곧 낫는다 하여 예부터 보양식품으로 인정되어 왔다.

또한 비타민A가 매우 풍부해 단백질이 풍부하고 참장어의 독특한 맛을 내는EPA(키성장영향인자)와 DHA(두뇌영향인자)함량이 높아 동맥경화와 혈전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참장어 껍질에는 콘드로이틴이 많이 함유되어 피부, 혈관, 장기 등에 윤기를 더해준다.

잠시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바다에서 어장을 했던 우리 집은 겨울이면 아주 가끔 어른크기만큼의 장어를 잡곤 했다. 아버진 장어를 잡는 날이면 동네 잔치를 벌였다. 어머니는 장어탕을 끊여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했다. 가마솥에 푹푹 고아 끊인 장어탕은 당시 온 동네 식구가 함께 먹던 귀한 보양식품이었다.

이 괴물장어를 혼자 다 먹을 수 없어 동료들과 함께 먹기로 했다. 어머니께 전수받은 레시피로 참장어탕을 끊였더니 그야말로 인기 만점이다.

힘이 불끈불끈 오감을 자극하는 주체할 수 없는 참장어탕 요리에 푹 빠졌다.
 힘이 불끈불끈 오감을 자극하는 주체할 수 없는 참장어탕 요리에 푹 빠졌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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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장어탕 끊이는 법
1.찜통에다 된장을 풀어 끊인 물에 잘 다듬은 장어를 넣고 푹푹 고운다.
2.살과 뼈가 다 분리될 정도로 푹 고아 채로 뼈를 걸러낸다.
3.야채(숙주나물, 고사리, 토란대, 시래기)를 넣고 끊인후 마늘,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간을 맞춘다.
4.참장어탕을 끊이는데 소요된 시간은 4시간 이상이다.

"오~우 원더풀! 죽이는데…. "
"국물 맛이 감칠 맛이 나는구먼."
"워메, 나 오늘밤 미칠것 같애."

걸쭈~욱한 국물 맛에 탄성이 연발한다. 동료들은 연거푸 3그릇씩을 후다닥 헤치운다. 느끼할 것 같지만 절대 느끼하지 않단다. 오히려 시원한 국물맛이 입안에 감돈다. 

참장어와 야채가 조화롭게 궁합을 이룬 탓일까?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오감을 자극하는 주체할 수 없는 이 맛. 오늘 한 요리는 빅-히트를 쳤다. 남자는 큰 사발 먹고 큰사람 되라 했던가? 대물급 장어탕 덕에 오늘밤 왠지 큰일을 저지를 것다. 자꾸만 행복한 예감이 사정없이 밀려온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참장어탕, #갯장어, #스테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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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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