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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제주도에서는 유채꽃 잔치에 황홀경에 빠져든다.
▲ 성산읍의 ‘유채꽃’ -4월의 제주도에서는 유채꽃 잔치에 황홀경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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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은 4월에 떠나야 한다는 정설이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유채꽃이 만발하는 시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T. S. 엘리어트는 4월을 잔혹한 달이라고 했다. T. S. 엘리어트는 그의 대표적인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혹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망을 뒤섞고/나른하게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나니"라고 외쳤다. 또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서정시 「4월의 노래」에서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를 읊조렸다.

참으로 좋은 계절이 4월이다. 3월은 겨울동안 숨 죽였던 모든 생명체의 싹들이 움돋는 달이라면, 4월은 꽃들이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흐드러지게 미소를 짓는 달이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추웠고 눈도 많이 왔다. 그래서 그런지 4월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4월의 첫 주,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의 날씨는 확연하게 달랐다. 물론 일요일은 비가 많이 와서 날씨가 쌀쌀한 편이었다. 하지만 월요일은 방사능 낙진의 공포를 털어내기라도 하듯이 화창했다. 날씨가 좋으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속도전으로 여러 곳으로 날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타야할 성산-우도간 도항선이 귀환하는 관광객들과 자가용을 가득 싣고 성산포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 우일카페리호 - 우리가 타야할 성산-우도간 도항선이 귀환하는 관광객들과 자가용을 가득 싣고 성산포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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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성산리로 자가용을 몰고 가서 우도 도항선을 타고 우도로 들어갔다. 제주도를 30여 차례나 다녀왔지만, 그때마다 사정이 생겨 우도로 들어가지 못했다. 우도는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우두형)으로 인해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우도는 신생대 제4기 홍적세(약 200만년 ~ 1만년전) 동안에 화산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화산도이다. 조선조 숙종 23년(1679)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국마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고, 헌종 10년(1844)에 김석린 진사일행이 입도하여 정착하였다고 전해진다. 1900년에는 향교 훈장 오유학선생이 우도를 연평으로 명명했다. 줄곧 이곳은 물에 뜬 두둑이라는 의미에서 연평리로 정하여 구좌읍에 속해 있었는데, 1986년 행정개편 당시 우도면으로 승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도는 동서로 2.5km, 남북 3.8km이며 둘레는 17km에 이르는 섬인데, 현재 731세대 1575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일카페리를 타고 20여 분 지나자 벌써 배가 우도의 천진항에 접안하고 있었다. 4월 14일(목)부터 4월 16일(토)까지 우도 소라축제가 있어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선착장에는 소라축제에 대한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천진항에는 올레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지도가 관광객들을 맞아주었다. 우도 올레는 총길이 16km정도로 약 3 ~ 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4월 14일부터 열리는 <우도 소라축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관광객들을 들뜨게 한다.
▲ 우도 소라축제 -4월 14일부터 열리는 <우도 소라축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관광객들을 들뜨게 한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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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지 않아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버스는 운전석 차창에 걸려있는 안내판에 나오는 설명대로 개인관광과 단체관광으로 구분된다. 30분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아무 버스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개인관광의 장점이다. 버스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도는 완만한 경사의 옥토, 풍부한 어장, 우도팔경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지이다. 또 제주 해녀의 모습을 접할 수 있고, 돌담길과 돌무덤이 많은 제주도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버스를 타고 맨 처음 도달한 곳은 '지두청사'가 있는 우도봉이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초원이었다. 섬에서 제일 높은 우도봉(132m)을 오르면, 섬 전체가 조망된다.

우도봉은 우도의 관문인 천진항 동쪽에 높이 솟은 등성이를 말한다. 섬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하여 '섬머리'라고도 불린다. 우도봉 정상에 오르면 초록 빛깔의 우도잔디와 푸른 빛의 하늘 그리고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색채적 조화를 이룬다. 제주 최고 빛깔의 고운 잔디를 '지두청사(地頭靑莎)'라고 한다. 우도에는 아름다운 풍광의 명소 8곳이 있는데, 그것을 '우도팔경'이라고 말한다. 지두청사를 비롯하여 주간명월, 야항어범(夜航漁帆), 천진관산, 전포망도(前浦望島), 후해석벽(後海石壁), 동안석굴, 서빈백사(西濱白沙)를 지칭한 것이다. 우도는 영화 <시월애>와 <화엄경>의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화엄경 촬영지라는 상징표석이 서있다.

- 우도봉은 해발 132m의 작은 능선인데, 정상에서 섬 전체가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우도등대공원 등이 잘 조성되어 있고, ‘지두청사’의 아름다운 잔디와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빛의 축제를 펼치는 듯 착각에 젖어든다.
▲ 우도봉 가는 길 - 우도봉은 해발 132m의 작은 능선인데, 정상에서 섬 전체가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우도등대공원 등이 잘 조성되어 있고, ‘지두청사’의 아름다운 잔디와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빛의 축제를 펼치는 듯 착각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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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조선조 후기에 국마를 키우던 곳이라는 명성과 걸맞게 조랑말과 준마가 관광객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몇 몇 연인 관광객들은 말을 임대하여 승마를 즐기기도 했다. 천진관산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듯이 우도봉으로 오르는 중턱에서 바라다 보이는 제주도 본섬과 푸른 바다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멀리 보이는 한라산 부근의 풍경은 대장관이었다. 우도봉 정상에는 우도등대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도등대는 국내 최초로 등대테마공원으로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등대 모형을 전시하고 있으며, 전망대와 산책로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사진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지두청사’의 잔디가 초록빛의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4월 초인데도 봄소식이 늦게 전해오고 있었다.
▲ 영화 ‘화엄경’ 촬영장소에서 인증샷 - ‘지두청사’의 잔디가 초록빛의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4월 초인데도 봄소식이 늦게 전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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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관광이라고 써 붙인 버스를 다시 타고 두 번째 방문지인 동안경굴(東岸鯨窟)에 도착했다. 동안경굴이 있는 바위산은 마치 백령도에 있는 코끼리바위와 흡사하게 생겼다. 우도봉 영일동 앞 검은 모래가 펼쳐진 '검멀레' 모래사장 끄트머리 절벽 아래 '콧구멍'이라고 하는 동굴에는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동안경굴은 썰물이 되어서야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안경굴 앞에서 촬영을 하고 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오니 여러 상점에서 우도의 유명한 명산품인 땅콩을 팔고 있다. 우도땅콩은 크기가 매우 잘다. 하지만 고소한 맛으로 평가할 때, 알맹이가 큰 땅콩보다도 훨씬 맛있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우도의 명산품으로는 톳과 활소라 그리고 넓미역이 있다.

- 콧구멍이라고 하는 동굴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 오는데, 마치 백령도의 ‘코끼리바위’와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 동안경굴 - 콧구멍이라고 하는 동굴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 오는데, 마치 백령도의 ‘코끼리바위’와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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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마지막 우도의 명소는 '서빈백사'이다. 드디어 우도의 서쪽 바닷가에 있는 하얀 홍조단괴해빈에 도달한 것이다. 이 모래는 눈이 부셔 잘 뜨지 못할 정도로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데 우리나라에서 단 한군데 이곳 우도 서빈백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2004년도에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었다. 바닷 속 산호가 풍화작용에 의해 하얀 모래를 형성한 백사해변과 남태평양에서나 볼 수 있는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빛이 조화를 이루어 만드는 아름다운 풍광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마치 멕시코의 카리브 해에 있는 칸쿤이나 아카풀코 해변에 도착한 듯한 착각에 젖게 된다. 에메랄드 빛 바다색은 카리브해와 같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이다.

- 우도의 서쪽 바닷가에는 하얀 홍조단괴해빈이 자리 잡고 있다. 소라껍질이 풍화작용에 의해 하얀 모래로 쌓여 있는 환상적인 모습은 마치 멕시코 카리브 해변의 칸쿤이나 아카풀코에 도달한 듯한 착각에 젖게 한다.
▲ 서빈백사 - 우도의 서쪽 바닷가에는 하얀 홍조단괴해빈이 자리 잡고 있다. 소라껍질이 풍화작용에 의해 하얀 모래로 쌓여 있는 환상적인 모습은 마치 멕시코 카리브 해변의 칸쿤이나 아카풀코에 도달한 듯한 착각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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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에 쫓겨 버스를 타고 하우목동항에 도착하여 급히 뛰어서 우도도항선인 '우도 사랑1'배를 탔다. 성산에서 우도로 건너갈 때 만났던 수많은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서빈백사의 환상적인 황홀경에 빠져 넋을 잃고 덥석 자리에 눌러 앉았나보다. 갑판에서 바다를 보니 하얀 뭉게구름이 떠가는 모습과 짝을 이뤄 하염없이 이태백의 객수에 젖어들게 되었다. 성산포항으로 건너와서는 다시 자가용을 몰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제주도에서의 먹거리는 다양하지만, 역시 은갈치 조림을 먹어야 제 맛이 아닐까? 성산포항의 음식점에서 먹은 은갈치 조림은 바닥에 제주 무우를 크게 빚어 넣고 그 위에 은갈치 조림을 얹어 놓아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먹어보면 붉은 고춧가루 반죽에 설탕물을 많이 넣어서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다음 행선지인 가파도로 가기 위해 모슬포항으로 빠르게 차를 몰았다. 하지만 신호등 하나를 건너자마자 노란 유채꽃 밭이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여러 대의 렌터카가 대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곳의 꽁무니에 차를 대고 꽃들의 재롱잔치에 다가갔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라 유채꽃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유채꽃이 환하게 피어있는 한 곳에 카메라를 대니 거리가 좀 있었다. 하지만 유채꽃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옆의 유채꽃밭은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제주에서는 다금바리도 유명하지만, 깔끔한 ‘은갈치 조림’도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 제주의 대표적인 먹거리 -제주에서는 다금바리도 유명하지만, 깔끔한 ‘은갈치 조림’도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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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개인 농장에 심은 유채꽃밭이라 입장료 1000원씩을 받고 사진촬영을 허가한다는 뜻이었다. 노란 유채꽃을 바라보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마냥 유채꽃밭으로 들어가 뛰어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경험에 의하면 유채꽃은 수술이 옷에 묻으면 잘 털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유채꽃을 따라 난 길에서 사진촬영을 시도했다. 유채꽃과 서빈백사를 감상했으니 제주도에서 얻을 것으로 모두 손에 쥔 것이 아닌가? 나머지는 덤으로 생각하고 차분하게 다음 행선지로 길을 떠났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제철에 가야 멋을 느낄 수 있고 자연풍광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는 법이다. 운이 좋게도 4월 2일에서 4일까지 제주도 특강이 잡혀서 아름다운 유채꽃과 우도의 아름다운 자연적 환경에 탐닉할 수 있게 되었다. 다같이 우도의 에메랄드빛 바다로 풍덩 빠져들어보자!



태그:#우도문화탐방기, #제주도여행, #유채꽃의 아름다움, #세빈백사, #동안경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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