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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9일 오후 3시 ]

'삼성 메디슨 유치가 누구의 공인가.'


4·27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의 쟁점으로 급부상한 이슈다.

18일 오후 진행된 두 번째 TV 토론에서 '삼성 유치 공방'의 불을 먼저 당긴 건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였다. 그는 토론 첫 인사부터 '삼성'을 내세웠다. 승기를 잡기 위한 선방이었다. 메디슨을 인수한 삼성이 홍천을 중심으로 의료 기기 사업에 향후 10년 간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자 여야 모두가 자신의 공임을 자임하고 나선 터였다.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왼)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오른).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왼)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오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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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앵커톤으로 "기쁜 소식 하나를 전하겠다"며 운을 뗀 엄 후보는 "그동안 국내 최대기업 삼성이 강원도에 투자하도록 꾸준히 접촉해 왔는데 드디어 낭보가 날아들었다, 삼성이 홍천을 중심으로 투자하겠다고 한다"며 "강원도민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를 벌써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곧장 반박이 이어졌다. 최 후보는 이 전 지사가 직접 적은 글로 맞섰다.

"삼성이 신약·의료 관련 사업을 하려는 걸 알고 강원도에 유치하고자 삼성과 만났다. 별도의 팀을 구성해 접촉했고, 메디슨 인수가 우선이라 생각해 우리(이광재 전 지사) 측에서 먼저 인수를 제안했다. 삼성도 동의해 인수가 시작됐고 이건 삼성의 세계적 신약 사업 진출의 시작이다."

삼성 유치를 직접 추진한 이 전 지사의 입장을 대독한 최 후보는 이어 "엄 후보가 삼성을 강원도에 유치했다고 하는데, 삼성의 메디슨 인수는 엄 후보가 후보로 결정되기도 전의 일"이라며 "이 전 지사가 먼저 시작한 부분임을 명확히 해두고자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내가 언제 유치했다고 했냐, 꾸준히 접촉했다고 했을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엄 후보는 전략을 바꿔 삼성 고위 측 인사를 내세웠다. 그는 "고위 측에 전화해보니 삼성 메디슨 인수는 지자체장과 상관이 없다고 했다"며 "삼성이 메디슨을 홍천이 아닌 곳으로 유치한다기에 설득했고, 삼성이 나를 보고 호의적으로 판단해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엄 후보는 "삼성으로 봐서는 최 후보가 더 가깝겠냐, 내가 더 가깝겠냐"며 "(나는) 삼성에 엄청난 인맥을 갖고 있고, 삼성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는 "후보자 토론 자리에서 기업 이름을 거명하며 마치 자신이 유치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강원도민에게 누가 된다"며 "내 전력을 문제 삼아 삼성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건 인신공격성 발언이다, 사과하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지낸 최 후보의 전력을 두고 삼성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이 인신공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측 패널로 참석한 박영선 의원도 "삼성 접촉은 엄 후보의 정경유착성 발언이며, 공 가로채기"라고 쏘아 붙였다.

또 다시 도마에 오른 '천안함'

엄 후보 측에서 반격의 카드로 내세운 건 '천안함'이었다. 그는 "최 후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문제제기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며 지난 1차 TV 토론 때 세웠던 각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어 엄 후보는 <오마이뉴스>가 최 후보와 한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인터뷰 때 천안함 때문에 공세를 받겠지만 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후보가 천안함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따졌다.

최 후보는 "천안함 이야기를 내가 먼저 꺼냈냐"며 "엄 후보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계속 천안함 얘기를 꺼내고 있다, 다시 색깔론인 제기되는 것에 개탄한다"고 받아쳤다.

엄 후보의 지원사격에 나선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은 "최 후보는 천안함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재향군인회 등 현역 군인들이 대개 문제를 제기한다"고 일격을 날렸다.

그러자 최 후보는 "내가 바로 군인 가족으로 가족의 군 복무 기간만 70년"이라며 "북한이 내려오면 총 들고 나가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최문순 "이광재가 참여정부 때 기소?" 

토론회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한 것은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공방이었다. 엄 후보가 지난 14일 치러진 첫 TV 토론에서 "이 전 지사가 노무현 정부 때 기소됐다"고 잘못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최 후보는 "이 전 지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3월에 기소됐는데 엄 후보가 사실을 왜곡했다,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엄 후보는 명확한 답변은 피한 채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정권 때 구설에 오르고 수사를 받았다"며 "재판 중인 이 전 지사를 추천한 민주당 때문에 이번 선거에 혈세 113억 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최 후보가 재차 사실 왜곡에 대한 부분을 추궁해도 엄 후보는 이 전 지사의 혐의가 적힌 판넬을 또 다시 꺼내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 같은 실랑이가 계속돼다 결국 최 후보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최 후보는 "언론인 출신으로서의 금도를 지켜달라"며 "도지사 시켜달라는 분이 질문에 정확히 대응하지 못하고 말 돌린다, 안타깝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밖에도 최 후보는 '수도권 한 시간 대 교통망 구축'을 내세운 엄 후보의 공약을 두고 "원주-강릉 복선 전철 등은 강원도에서 추진하던 걸 한나라당이 예산 삭감을 통해 다 뺏어간 것"이라며 "그것을 다시 공약을 내세운 엄 후보는 민주당 후보 같다"고 일침을 놨다. 엄 후보는 "여당으로부터 다시 뺏어오겠다"고 의지를 다진 후 "그렇다면 민주당 정권 시절에는 뭘했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강원도민들은 SOC 사업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재공격했다.

이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선 두 후보는 '평창 올림픽 유치 실패 책임론', '퇴임 후 MBC로부터 지원 받은 엄 후보의 행보', '삼척 원전에 대한 입장' 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17.2% 시청률 보인 TV 토론... "오락프로그램 수준의 열기"

TV 토론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자 두 후보 모두 토론의 승기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이 전 지사는 상대 후보에게 20%p 이상 뒤졌으나 TV 토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역전승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강원도지사 후보 TV 토론 최고 시청률은 12%.

이번에는 그 열기를 넘어섰다. 이 날 TV 토론 시청률이 무려 17.5%에 달한 것. 양 캠프는 이 같은 열기를 모두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엄 후보 측은 "시청률이 높게 나와 고무돼 있다"며 "후보가 가진 진면목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이 전 지사의 기소 시점에 대해 후보가 다른 답변을 한 지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며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토론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첫 토론은 얌전하게 총론을 얘기했고, 어제는 구체적인 각론을 중심으로 이슈파이팅을 했다"며 "앞으로는 강인한 이미지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적벌히 안배해서 토론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 측은 "17.5%의 시청률이면 거의 오락 프로그램 수준의 열기"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최 후보 캠프는 "최 후보가 잘했다기 보다 엄 후보가 이 전 지사에 대한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모습들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착오가 있었다고 사과하면 될 것을 약세를 보이지 않으려다가 결국 헛발질을 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토론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 엄 후보의 말 바꾸기 등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날인 27일까지 남은 토론회는 총 3번. 20일(강원일보, 춘천CBS, GBN·YBN·강릉헬로비전영동방송 등 도내 3개 케이블TV3사)과 23일 (춘천MBC 주최 생방송 토론)에 이어 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TV 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태그:#4.27재보궐 선거,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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