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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용산참사' 당시 망루 점거농성을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기소된 남경남(57) 전국철거민연합회(이하 전철연) 의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1994년 전국철거민연합회를 조직한 이후 현재까지 의장으로 활동하고 남경남 의장은 2009년 1월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이른바 '용산참사' 당시 철거를 거부하는 농성자들에게 망루 농성을 주도하며 화염병을 제작해 경찰관들에게 투척하는 등 경기도 고양시와 용인시 등 재개발반대 철거민들이 벌인 농성에 깊이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각 지역 철거대책위원회(철대위)에서 일어난 일을 전철연 의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남 의장은 "전철연 의장이 지역 철대위의 활동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상명하복 구조의 조직이 아닌 지역 철대위 연대조직으로서, 철대위 농성은 주민총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 실행한 것이고, 또한 다른 지역과의 연대 역시 자신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철대위의 연대요청에 대해 전철연 위원장단 회의에서 다수결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범행 배후 주모자로서 엄중한 책임 불가피" 징역 7년 선고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김용대 부장판사)는 2010년 8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경남 전철연 의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7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역 철대위의 망루 농성은 전철연 중앙의 집행간부들에 의해 결정되거나 지역 철대위 자체적으로 결의한 후 최종적으로 전철연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실행되는, 즉 전철연 의장인 피고인이 연대투쟁이나 망루 농성 등 전철연의 주요 활동에 관해 최종적으로 결정 내지 승인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비록 직접 망루 농성 범행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먼저 "도심 재개발 내지 재건축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철거대상지역 주거 및 상가 세입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기존의 생활 터전에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주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이의 개선을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개발 내지 재건축 지역의 세입자들이 보상규정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전철연 회원들과 집단으로 타인의 건물을 무단점거하고 망루를 설치해 철거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나 경찰관에게 자칫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농성을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피해를 야기하는 등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불법행위는, 법치주의를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서 현행 법질서 하에서는 그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1994년 전철연을 조직한 이후 현재까지 의장으로서 각 범행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전철연 회원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계속 변경해 사용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 배후에서, 지역 철대위로 하여금 망루 농성을 승인하거나 지시하고, 망루 자재와 투쟁도구 등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며 지역 철대위의 망루 농성에 타 지역 전철연 회원을 동원하는 등 각 망루 농성에 깊이 관여했고, 또한 전철연 회원들을 집단적으로 동원해 시공업체의 공사를 방해함으로써 조합이나 시공사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피고인이 직접 각 범행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지 않았더라도, 전철연에서 차지하는 지위나 역할, 전철연 중앙과 지역 철대위 사이의 관계 등에 비춰, 각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결국 피고인이 사회적 약자인 철거대상지역의 세입자들과 공모해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범행의 배후 주모자로서 엄중한 책임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배후에서 지시했다기보다 지원한 정도" 징역 5년으로 감형

 

이러한 1심 판결에 남경남 의장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형주 부장판사)는 2010년 12월 남 의장의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다만 "형량이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며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적으로 공모공동정범의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각 범행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지시한 바는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모든 범행을 배후에서 지시하고 조종했다기보다는 각 지역 철대위의 요청에 따라 전철연 조직을 이용해 연대투쟁과 망루 농성을 승인하고 지원한 정도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 중 가장 죄질이 중한 용산참사 사건의 경우 공범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 등으로 최고 징역 5년형이 확정됐는데, 피고인에게 이보다 높은 최고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다수의 교수·종교인·철거민들이 '피고인이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선처를 탄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량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국철거민연합회, #전철연, #남경남, #용산참사 , #망루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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