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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효정 기자 =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 사건이 선물투자 실패에 좌절한 한 40대 남성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파생상품 시장이 `투전판'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다시금 일 전망이다.

 

15일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에 따르면 폭발물을 제조한 주범 김모(43)씨는 지난 2010년 7월 출소 후 3억300만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 심한 빚 독촉을 받았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천만원을 빌려 풋옵션에 투자했다. 풋옵션은 코스피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범행 당일인 12일은 옵션 만기일로 주가 등락폭이 크리라 예상됐다.

 

경찰은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 테러 위협이 커진 이후 공공시설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면 주식시장에 영향이 있으리라고 김씨가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김씨의 범행은 투자 손실에 따른 좌절감이 왜곡된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내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한몫'을 잡으려다 재산을 날리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도박판'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 시장 개설 15주년을 맞아 지난 2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작년 거래소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37억5천200만계약으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유럽 파생상품거래소(EUREX)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각각 18억9천700만계약, 16억5천600만계약으로 뒤를 이었다.

 

이렇듯 파생상품 시장이 양적으로는 급성장했으나 개미투자자들이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시장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전문가조차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역,강남터미널 '사제폭탄' 동일범 소행인 듯

 

지난 2004년에는 젊은 나이에 외국계 은행 부지점장까지 지내며 촉망받던 한 30대 금융 전문가가 선물ㆍ옵션 투자에 손을 댔다가 결국 1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내고서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심지어 2009년에는 당시 독일 5위 거부(巨富)였던 아돌프 메클레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폴크스바겐 주식의 옵션 매매로 막대한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에 시달린 끝에 열차에 몸을 던져 결국 생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옵션의 경우 시황 외에도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 시장 참가자의 매수ㆍ매도 움직임까지 다 살펴야 하는 등 일반 주식투자보다 훨씬 복잡한 부분이 많아 개인이 섣불리 뛰어들기엔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시장을 좌지우지할 힘은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기관에서 나오는데, 소액 투자로는 기관의 움직임에 묻어가는 정도일 뿐 개미 투자로 `한방'을 날릴 확률은 기관 투자자보다 훨씬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감각이 있으면 손실을 크게 보지는 않는데 김씨가 `한방'을 기대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하다 보니 손실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옵션은 내가 가진 종목이 실제로 수익을 실현할지에 관한 정확한 확률적 판단이 필요한 상품"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나 위험 관리에 대한 고지, 투자에 대한 내용을 조언해줄 전문가들이 부족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파생상품은 국내 자본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다 보니 외국 큰 손들에게 많이 좌지우지되고 소액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미투자자들이 기본적인 시장 구조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kimhyo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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