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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옳지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 엉뚱한 수작으로 속여 넘기려 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리한다. 최근 4대강 사업 홍수 피해와 관련된 정부의 행태가 그야말로 '오리발'이다. 여기에는 조중동 등 수구 언론도 함께 하고 있다.

 

2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왜관철교와 상주댐 제방 붕괴에 대해 "(이 정도 피해는) 일종의 현장 시뮬레이션을 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엽 장관은 "이번 태풍으로 준설공사의 유용성이 잘 발휘된 것"이라며 "앞으로 홍수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준설로 수해방지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27일에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4대강 사업 준설로 태풍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했다. 지난 12일 김철문 4대강추진본부 사업지원국장은 "장마 때 비가 많이 오면 취약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오히려 좋다"는 내용의 언론기고를 했다. 권도엽 장관과 박연수 청장 등에게 왜관철교와 상주댐 제방 붕괴는 큰일이 아니다. 그저 4대강 사업 완공을 위한 일종의 실험에 불과한 것이다.

 

MB 정권 하 공직사회 내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일 붕괴된 왜관철교는 100년을 버텨온 등록문화재다.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과도한 준설에 의한 것이며, 환경영향평가에서 붕괴 위험을 지적했음에도 제대로 보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사고다. 새벽시간에 벌어져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상황이었다.

 

상주댐 제방 붕괴 역시 위험하기 마찬가지다. 상주댐 제방은 200여 미터가 붕괴됐는데, 흡사 지진이 일어 난 듯하다는 것이 현장을 둘러본 이들의 말이다. 이곳은 지난 5월 봄비에도 일부 제방이 유실됐는데 당시 현장을 조사한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 소장(환경운동연합 4대강 특위 공동위원장)은 "장마가 지면 붕괴될 것"이라 예견한 지역이다. 상주댐 제방 유실은 극도의 설계 부실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서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비단 왜관철교와 상주댐뿐일까 싶다. 4대강 사업 전체가 날림이며 부실 의혹이 크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에 모든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박석순 교수, 정동양 교수 등 일부 전문가를 동원해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다 안 되니, 4대강 사업은 박정희 독재시절처럼 아예 개발부서를 중심으로 밀어붙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건설사들은 이 땅의 자연환경이야 어찌 됐든 얼른 돈만 벌고 끝내자는 심보로 공사에 올인했다. 시작부터 부실했고 만 2년 동안 밤낮없이 밀어붙이다 보니 계획의 타당성은 물론 공사과정의 안정성과 사후 평가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대다수 국민이 잘못된 4대강 사업 때문에 발생할 홍수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권은 오로지 4대강 사업 홍보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과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 완료기념 개방행사' 내용이 담긴 경기도 지자체 부시장단 회의 자료를 입수해 27일 공개했다.

 

회의 자료에는 4대강 완공 행사를 한강 3개의 보 및 6경을 중심으로 선정해 올해 9월 또는 10월에 '그랜드 오픈 행사'를 연다는 계획이 담겨져 있다. 잠정적으로 10월 8일이란 날짜가 명기돼 있으며, 행사의 유력 후보지로 양평 억새숲(한강 2경)과 여주 이포보(한강 3경)을 언급하고 있다.

 

국토부는 "그랜드 오픈 행사를 확정한 바 없고 구체적인 행사 계획도 세운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구체적 날짜와 행사장소가 언급된 내용이 경기도 자체적으로 작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토부 또는 다른 정부 부처에서 그랜드 오픈 행사와 관련된 사전 지시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내용이라는 것이 MB씨 비리수첩 제작단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의 지적이다.

 

MB씨 비리수첩 제작단은 정부가 홍수를 막겠다고 벌인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역시 '정권의 비리'라고 지적한다. 또한 정권이 4대강 탓으로 벌어진 홍수 피해를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수구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해 국민들과 함께 SNS를 활용한 4대강 홍수 지도를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마는 이제 시작됐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의 강우 패턴은 장마철 이후 강수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 작년 서울 광화문 물난리가 9월에 발생한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와 가을철 태풍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4대강 전 지역은 대통령 임기 동안 단지 성공을 위한 실험무대가 될 뿐이고 국민은 실험용 모르모토로 전락할 뿐이다. 4대강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며, 그로 인한 재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올립니다.


태그:#4대강, #권도엽, #왜관철교, #상주댐, #MB씨4대강비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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