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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연못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연못이 뭔가 이상합니다. 바닥에 굵은 강돌을 깔았습니다. 가운데 쑥 튀어나온 저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 연못(?)을 만들고 있는 모습 지난 2월에 연못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연못이 뭔가 이상합니다. 바닥에 굵은 강돌을 깔았습니다. 가운데 쑥 튀어나온 저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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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도 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호우경보까지 발령했다고 합니다. 호우경보가 내려도 우리 집은 끄떡없어서 하루 종일 창밖에 내리는 비를 구경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학교 연못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 연못이 걱정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에 개교한 우리 학교는 '친환경건축'으로 지어졌습니다. 학교에는 연못도 있습니다. 최근 연못이 없는 학교들이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하기 위해 인공연못을 만드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연못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연못을  바라보며 연못에 대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쓸모 하나 없는 학교 분수대

저 연못에다 연과 수련을 키우고, 부들, 갈대, 파피루스같은 것도 심고, 가장자리에는 노란색 창포도 심고, 우렁이도 넣고…. 소금쟁이가 찾아올 것이고, 개구리도 찾아오고….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시설은 연못이 아니라 분수대였습니다. 물도 저절로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고 일부러 수돗물을 틀어서 넣어주어야 합니다. 바닥엔 큰 강돌을 깔아놓아서 수생식물을 심기도 어려웠습니다. 분수는 개교식 때 딱 한 번 틀었을 뿐입니다. 분수를 늘 틀어놓으면 멋있겠지만, 전기요금 때문에 틀 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운영비는 분수를 멋있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알고보니 연못이 아니라 분수대입니다. 가운데 튀어나온 것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곳입니다. 이 장치로 물을 틀어 넣습니다.
▲ 분수대 트는 장치 알고보니 연못이 아니라 분수대입니다. 가운데 튀어나온 것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곳입니다. 이 장치로 물을 틀어 넣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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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학교를 설계한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초등교육에 쓸모 하나 없는 분수대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 분수대를 만드느라 돈을 많이 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는 분수대가 필요없습니다. 분수대를 만든다 해도 돈을 많이 들여서 크게 만들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들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분수대 대신 정말 더 필요한 것이 바로 수생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연못입니다.

쓰잘데기 없는 분수대를 연못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돌이 깔려 있어서 직접 모를 심지 못하고 상자에 모를 내서 두었습니다.
▲ 분수대에 모를 하다 쓰잘데기 없는 분수대를 연못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돌이 깔려 있어서 직접 모를 심지 못하고 상자에 모를 내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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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분수대를 바라보다가 선생님들과 쓸모없는 분수대를 연못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5학년 아이들이 상자에 모내기를 해서 연못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물을 채워서 수련과 연을 심었습니다. 수생식물도 심었습니다. 가장자리에는 미나리도 심었습니다. 분수대가 훌륭한 수생동식물이 사는 연못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자 모를 놓고, 옆에 연과 수련, 어리연과 같은 수생식물을 넣었더니 쓸데없는 분수가 아름다운 연못이 되었습니다.
▲ 연못으로 바뀐 분수대 상자 모를 놓고, 옆에 연과 수련, 어리연과 같은 수생식물을 넣었더니 쓸데없는 분수가 아름다운 연못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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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 빠지는 분수대 때문에 비 올 때마다 걱정

한창 가뭄이 계속될 때는 연못에 물이 말라서 수돗물을 틀어 채우느라 꽤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휴일에도 비가 엄청 쏟아지고 난 뒤 학교에 가보니, 이번엔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가득 찼습니다. 물이 넘치면 빠진다고 하더니 물이 빠지지 않아서 사람이 직접 기계를 돌려서 물을 빼줘야 합니다. 이마저도 고장이 나서 바로 빠지지 않았고, 결국 물이 다 빠질 때까지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비가 왔습니다. 물이 빠지질 않아서 물이 가득 차 모의 키를 넘었습니다. 이럴 땐 사람이 기계장치를 가동해서 물을 빼줘야 합니다. 앞에 있는 스텐레스 장치가 물이 빠지는 장치라고하는데 어인 일인지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 비가 와서 물이 가득 찬 분수대, 아니 연못 비가 왔습니다. 물이 빠지질 않아서 물이 가득 차 모의 키를 넘었습니다. 이럴 땐 사람이 기계장치를 가동해서 물을 빼줘야 합니다. 앞에 있는 스텐레스 장치가 물이 빠지는 장치라고하는데 어인 일인지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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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로 하루 종일 비가 온 다음 날인 4일,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연못으로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연못엔 흙탕물이 가득 차서 벼와 연들이 모두 흙탕물 속에 푹 잠겨 있는 게 아닙니까? 기사님을 불러서 물 빼는 장치를 가동했는데, 점심 때가 되어야 겨우 벼 줄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사님 말씀이 완공된 지 겨우 넉달이 되었는데 급수도 배수도 문제가 생겨서 A/S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도 계속 기사님과 저는 비가 와도 걱정해야 하고 비가 안 와도 걱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많이 들여 만들고, 만들고 나서도 돈으로 가동하면서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만드는 애물덩어리 분수대를 학교에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건축을 담당하는 분들께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학교 건축을 할 때는 분수대를 만들지 말고 연못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연못을 만들 때도 바닥을 시멘트로 만들지 말고 흙으로 채울 것이며, 사람이 전기 에너지를 써서 물을 일부러 틀어서 넣어주고 빼게 하지 말고, 학교에서 쓴 물이 들어가서 수생식물에 의해서 저절로 정화되어서 나가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에는 학교 건축, 학교 조경, 학교 인테리어가 따로 없습니다. 다음에는 학교 조경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학교건축, #학교분수대, #학교연못, #초등학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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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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