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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올 3월 1일 개교한 신설학교입니다. 넉달동안 학교에서 지내보니 학교 시설에 문제가 많습니다. 오늘은 학교조경시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 우리 학교 생태공원 모습 사진으로만 보면 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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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생태공원' 모습입니다. 후문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아침마다 이 길을 지나 교실로 갑니다. 둥근 다리 아래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키 큰 소나무에 둥근 다리와 나무 데크와 분수대... 사진으로만 보면 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학교가 교육공간인 만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도 교육을 생각하고 어린이 교육에 맞게 심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이 조경시설이 과연 초등학교 교육을 생각해서 한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키 큰 소나무부터 따져보겠습니다.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의 공간인 초등학교에 저런 값비싸고 웅장한 소나무를 꼭 심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런 나무는 오히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위압감을 줄 뿐 교육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나무를 심으려면 보통 산에 있는 나무 정도 크기면 충분하지 굳이 저런 큰 나무를 심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그 아래 길 옆에 심은 주목나무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주목나무는 여기 뿐아니라, 아이들이 지나는 가장자리에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이 주목나무가 아이들에게 위험합니다. 주목나무는 사계절 푸르른 상록수로 잎이 짧은 데다가 바늘처럼 뾰족합니다. 조금만 스쳐도 따갑습니다. 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나무질이 단단해서 이 나무에 걸려 넘어지면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위험한 주목을 초등학교에, 그것도 아이들이 주로 다니거나 노는 곳에 많이 심었습니다.

그 옆으로 보이는 멋진(?) 둥근다리는 나무데크로 만들었습니다. 나무데크는 썩지말라고 오일스테인을 칠하는데 이 오일스테인은 유해물질입니다. 유해물질은 아이들 손에 닿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데크는 물론 나무 펜스와 나무 의자에 유해물질인 오일스테인을 잔뜩 발랐습니다. 둥근 다리 아래는 분수대(연못)인데 유해물질은 빗물에 쓸려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겠지요. 학교 조경에 유해물질인 오일스테인을 칠해가면서 나무데크를 설치해야 할까요?

이 오일스테인은 보시다시피 유해물질입니다. 유해물질을 아이들 손에 닿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데크는 물론 나무 펜스와 나무 의자에 유해물질인 오일스테인을 잔뜩 발라놓았습니다.
▲ 데크가 썩지 말라고 칠하는 오일스테인 이 오일스테인은 보시다시피 유해물질입니다. 유해물질을 아이들 손에 닿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데크는 물론 나무 펜스와 나무 의자에 유해물질인 오일스테인을 잔뜩 발라놓았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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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데크 아래 분수대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번에 '친환경'으로 지은 학교, 분수대는 골칫거리 라는 기사로 쓴 적이 있습니다.

비만 오면 물 고이고, 땅 꺼지고

비가 오고난 뒤 우리 학교 생태공원에는 더욱 문제가 많습니다. 비 오는 날, 물이 고여서 둥근다리를 건너온 아이들이 길을 지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꽃밭 가장자리 돌을 딛고 다닙니다.

비가 올 때마다 물이 고여서 아이들이 물을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 물이 고인 길 비가 올 때마다 물이 고여서 아이들이 물을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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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비만 오면 물이 고입니다.
 이곳에도 비만 오면 물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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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땅이 푹 꺼져서 지진이 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땅이 꽝꽝 얼었을 때 공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화분을 놓아두었습니다.
 곳곳에 땅이 푹 꺼져서 지진이 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땅이 꽝꽝 얼었을 때 공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화분을 놓아두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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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에 죄다 쓰러진 키 큰 은행나무

지난 번에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운동장 가에 심은 은행나무들이 죄다 쓰러졌습니다. 땅이 매립지인데다가 지나치게 키가 큰 나무를, 그것도 지난 겨울 꽝꽝 얼어붙을 때 심어서 문제였죠. 쓰러진 은행나무는 그 뒤 조경업자들이 와서 윗부분을 잘라 키를 줄이고, 대나무로 단단히 고정해서 바로 세워놓았지만, 소나무를 비롯해서 자작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 죄다 키가 큰 나무를 심은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지난 태풍 메아리 때 운동장 가에 심은 키 큰 은행나무들이 죄다 쓰러지고 기울어졌습니다.
▲ 비바람에 쓰러진 은행나무 지난 태풍 메아리 때 운동장 가에 심은 키 큰 은행나무들이 죄다 쓰러지고 기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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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나무들

지난 겨울에 심은 나무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말라죽은 것이 보기 싫어서 죽은 나무를 뽑아두었습니다. 현재 살아있는 것들 중에도 시들시들한 것이 많습니다. 올 한 해를 넘기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추운 겨울에 꽝꽝 얼어붙은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 것을 보면서 "지금 심으면 아까운 나무 다 죽으니까 나무는 뒀다가 4월에 심으면 안 되겠느냐"고 공사담당자한테 얘기했더니 안된답니다. 준공검사를 받으려면 설계에 나온대로 나무까지 다 심어야한답니다.

왜 추운 겨울에 나무를 심어 아까운 나무를 죽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청 담당자한테 얘기하니 학교공사는 겨울에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조경업자가 죽은 나무 뽑아내고 다시 심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랍니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고, 지금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고, 지금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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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어서 뽑아놓은 나무들. 죽은 이 나무들은 버리지 않고 목공시간과 미술시간, 실과 시간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말라죽어서 뽑아놓은 나무들. 죽은 이 나무들은 버리지 않고 목공시간과 미술시간, 실과 시간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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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나리, 진달래, 무궁화는 안 심을까?

초등학교에 나무를 심으려면 초등학생들 교육과정에 나오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우리 학교에는 아이들 책과 노래에 많이 나오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참나무, 복숭아, 사과, 살구나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나무인 무궁화도 한 그루 없습니다.

그대신 자작나무와 영산홍, 주목은 왜 그렇게 잔뜩 심어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학교 나무는 누가 원칙을 세워서 심게 하는 건지 조경업자한테 물어봤더니 자신들도 왜 이런 나무를 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자신들은 설계도에 나온대로 심을 뿐이라고 합니다.

'친환경' 학교 건축이 자랑하는, 시설비가 엄청 많이 들었다는 옥상 공원에 올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데크에 깐 나무는 죄다 비틀어져 있고, 나무들은 말라 죽고... 넉 달만에 완전히 흉물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올라오면 다칠까봐 옥상문은 걸어 잠가놨습니다.

단지 우리 학교 기사님만 드나드십니다. 한 군데 밖에 없는 배수구가 자주 막혀서 자주 옥상에 올라와서 막힌 배수구를 뚫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쓸데없는 옥상 공원을 만들어 놓아서 그렇잖아도 학교 관리에 바쁜 기사님 일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나무는 말라죽고 배수구는 막히고... 돈을 많이 들여서 옥상공원을 만들었지만, 넉달만에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 개교 넉달 만에 흉물이 된 옥상공원 나무는 말라죽고 배수구는 막히고... 돈을 많이 들여서 옥상공원을 만들었지만, 넉달만에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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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뒤틀리고 어긋나있는 옥상공원 데크. 위험해서 아이들이 못 올라가게 문을 잠가두었습니다.
 나무들이 뒤틀리고 어긋나있는 옥상공원 데크. 위험해서 아이들이 못 올라가게 문을 잠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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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한 지 넉 달 밖에 안 된 신설학교인 우리 학교 모습은 학교 건축과 학교 조경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 모습은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학교교육과정과 어린이에게 알맞은 학교건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학교조경을 아파트나 공원 조경처럼 하지 말고 교육과정과 어린이들의 발달단계와 삶에 알맞게 교육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현장교사가 학교 건축과 공사문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 학교 건축을 할 때는 설계할 때부터 교육적 관점을 가져야하는데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그렇지 못합니다.



태그:#학교건축문제, #학교조경문제, #교육환경구성, #초등교육,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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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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