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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동화책을 읽었다는 아들이 영화도 보고싶다고 해서 아들과 딸을 데리고 극장을 찾았다. 보기 편한 중간쯤의 가운데 좌석을 예약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고, 팝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내 옆 좌석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온 여성이 팝콘과 콜라를 먹는 아이에게 열심히 광고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와~ 원빈이다. ○○아 멋있지! 너도 잘 생겼으니까 저 아저씨처럼 될꺼야."
"와~ 저것 좀 봐 너무 이쁘지. 아빠(남편)한테 사달라고 해야겠다."


광고가 나올 때마다 쉬지않고 아이에게 중계를 하는 여성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속마음은 조금 불안했다. '설마 영화도 중계를 하는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영화도 중계를 한다. 쉬엄쉬엄 캐릭터에 대해서 아이에게 속삭이는 여성 때문에 몹시 신경이 쓰였고, 참다참다 안 되겠다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저기요."
"네?"
"조용히 좀."
"네에, 애들 영화라서."


애들 영화라서 시끄럽게 봐도 된다는 말인지. 어쨌든 여성은 조용해졌고 옆 자리 때문에 뒷좌석은 몰랐는데 이번에는 뒤가 소란스럽다. 그래도 꾹 참고 영화를 보는데 신경질적인 큰 소리가 울린다.

"엄마, 나 콜라 말고 물 달라니까."
"지금 물이 어딨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싫어. 나 목말라 빨리 물 줘. 에이 그냥 나갈래."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음 때문에 딸도 신경이 쓰였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이번에는 옆 자리의 여성이 전화를 받는다. 금방 끊을 줄 알았는데 수다를 떤다. 뒷자리와 저쪽 자리에서도 전화통화를 하는 웅얼거림이 영화대사와 뒤섞여 귓전을 때리면서 영화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소란통 속에서도 꾹 참고 인내심을 가지고 봤던 영화는 끝났다. 옆 자리 여성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뭔 소용이 있을까 싶어 그만두고 아이들과 상영관을 나서며, 각자 꺼뒀던 전화기를 켜면서 영화평에 대해서 물었지만 관객수준에 대한 평이 먼저 돌아온다.

"아 짜증 나 죽는 줄 알았어. 도대체 애들 교육은 시키고 온거야. 어른들은 더 심해 떠들고 전화까지 하고."

아들 얼굴이 폭발직전의 활화산 같다. 초등 3학년 딸도 한숨을 내쉬며 힘 빠진다는 표정이다. 아이들 영화를 볼 때마다 철없는 애들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부모들이 극성을 부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 영화에 관심도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왜 데리고 극장을 왔을까 싶은 거다. 혹시, 이것도 조기교육이거나 좋은 영화라고 하니까 일단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극장을 나설 때, 아들이 한마디 덧붙였다.

"영화 시작할 때 극장 에티켓 지키라고 나오는데, 하나 더 추가해야 해. 애들 영화라고 막 떠들고 전화하지 말라고!"


태그:#영화, #관객, #암탉, #극장,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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