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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류교
 청류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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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이제 우리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으로 간다. 아유모도시는 은어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은 야다테마야(矢立山)와 다테라야마(龍良山) 사이 깊은 계곡에 위치한다. 그래서 골이 깊고 물이 깨끗하다. 이 골짜기를 흐르는 하천은 세가와(瀨川)로, 수량이 많아 은어가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청류교(淸流橋)라는 구름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계곡은 온통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바위 사이로 깨끗한 물이 흘러가고 있다. 이제 저 계곡으로 내려가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글 차례다. 아이들은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노느라 신이 났다. 역시 여름은 물의 계절이고, 노출의 계절이다.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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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발을 벗고 반바지를 걷고 허벅지까지 물속에 들어간다. 생각보다 물이 차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수영하기는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는다. 이곳에서 우리는 1시간 정도 자연과 하나가 된다. 나는 물속에 들어갔지만, 일부 회원들은 물가에 앉아 담소를 즐긴다. 이선철 회원의 두 아들은 물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한다. 물을 좋아하는 건 역시 애들이다.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공원 근처에 별식을 하는 집이 있어 그리로 간다. 로쿠베라는 음식으로 강원도 올챙이묵 비슷하다. 고구마 가루를 물과 버무려 덩어리를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짧고 굵게 면발을 빼낸다. 여기에 국물을 만들어 넣고, 게맛살과 파를 얹으면 로쿠베가 완성된다. 거기에 삼각형의 주먹밥 두 개가 더해지고, 반찬으로는 단무지가 나온다. 이게 전부 다다. 국물이 약간 들큰하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그 무엇이 있다. 로쿠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식이다.

 로쿠베
 로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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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우리는 큐슈 지역 특산인 소주를 곁들인다. 큐슈 남쪽 사쓰마(薩摩) 번에서 만든 것으로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맛이라든지 도수가 진도의 홍주와 비슷하다. 술에도 취신의 적(醉神の赤)이라고 썼다. 사쓰마는 지금의 가고시마로, 사쓰마 번주가 임진왜란 때 조선침략의 선봉에 섰다. 그 가문이 시마즈(島津) 가로 지금도 큐슈의 명문가이다. 술이 한잔 들어가니 짜리한 느낌이 위까지 내려간다. 가끔은 술 한잔이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어 좋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이렇게 남섬 관광은 끝나고 우리는 북섬의 와타즈미 신사와 에보시다케 전망대를 보러 간다. 아유모도시에서 북섬으로 가려면 또 다시 이즈하라를 지나가야 한다. 먼저 세가와를 따라 상류로 나 있는 산길을 올라간다. 고개 정상인 우치야마(內山) 고개에 이르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른 경사를 몇 굽이 돌고 돌아 차는 바닷가인 오우라(尾浦)에 이른다.

 아소만 풍경
 아소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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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길은 해안을 따라 나 있다. 잠시후 버스는 이즈하라에 도착한다. 해안을 따라 가는 것 같더니 어느새 우회도로를 통해 이즈하라를 벗어난다. 이즈하라부터는 대마도의 남북을 잇는 382번 도로를 타고 미쓰시마마치(美津島町)의 계치(雞知)를 거쳐 도요타마마치(豊玉町)로 접어든다. 우리는 먼저 와타즈미(和多都美) 신사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신사에 아직 물이 덜 들어와 먼저 에보시타케(烏帽子岳) 전망대로 향한다.

에보시타케 전망대는 해발 176m의 높지 않은 곳에 있지만 아소만(淺茅灣)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소만은 대마도 최대의 리아스식 해안으로 바다가 섬 안으로 가장 깊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조류가 약하고 수심이 낮은 편이다. 아소만에는 현재 양식장이 많고, 그중 진주양식업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진주는 양과 질에서 일본 내 두 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소만의 리아스식 해안
 아소만의 리아스식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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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계단을 따라 5~10분은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계단 주위로는 삼림이 울창하고 그 사이로 아소만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 해안선 사이로 육지와 바다가 어우러지고, 이들의 접점지대에 가끔 마을과 양식장이 보인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수입이 대마도에서는 최상위 수준이라고 한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다소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전망대가 나타난다.

우리는 이곳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다. 아소만 그리고 그 뒤로 첩첩이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산이 참 아름답다. 그 끝에 유명한 시라다케도 보인다. 또 산, 바다, 산, 바다가 겹쳐져 마치 신선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대마도에는 전망대가 여럿 있지만 자연풍경 감상을 위해서는 에보시다케에 올라야 한다. 그 대신 에보시다케에는 스토리텔링이 없다. 이야기보다는 자연풍경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오른쪽 위 바다 너머로 오사키가 어렴풋이 보인다.
 오른쪽 위 바다 너머로 오사키가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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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에보시다케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소만에는 이종무 장군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1419년(세종 1년) 6월 19일 조선의 이종무 장군은 전선 227척, 군사 1만7000명을 이끌고 대마도 정벌에 나선다. 이들 조선군이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아소만이다. 아소만 입구에는 당나라로 가는 항구인 가라스(唐洲)가 있고, 그 건너편에 오사키(尾崎)가 있다. 이종무 장군 일행은 오사키로 상륙한다. 그것은 오사키가 소다 가문이 이끄는 왜구의 본산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종무 장군은 적선 129척을 빼앗아 그중 100여 척을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저항하는 왜구 114명을 죽이고 21명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들을 완전 소탕하기 위해 니이(仁位)군 지역에 상륙했다가 왜구의 매복작전에 말려 180명이나 되는 군사를 잃고 말았다. 이종무 장군은 결국 적들의 저항이 더 이상 없고 계속 주둔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 7월 3일 출항지인 거제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7월 17일 병조를 통해 대마도에 서찰을 보내 교화에 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 후 대마도주는 조선의 벼슬을 받고 더 이상 해적질을 하지 않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후 기록을 보면 왜구는 조선의 해안마을을 약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부터 600년 전 아소만에서 해적 소탕작전이 펼쳐졌지만, 결과적으로 해적의 뿌리를 뽑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한 번 해적은 영원한 해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와타즈미 신사의 아름다움

 와타즈미 신사
 와타즈미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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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시다케 전망대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면 와타즈미 신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도요타마히메(豊玉姬)의 무덤이 있는 숲을 통해 와타즈미 신사로 내려간다. 숲은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나무는 모두 난대성 수종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숲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전라도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유명하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잎을 통해서 구별이 된다. 편백나무 잎은 부드러운 반면, 삼나무 잎의 끝에는 가시 같은 것이 있어 찔리면 따갑다.

숲길을 조금 내려가니 와다즈미 신사라 쓰인 도리이가 나타난다. 이 도리이를 통과해 숲으로 들어가면 도요타마히메의 무덤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그것을 볼 이유는 없다. 다 후대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숲길을 내려가니 와타즈미 신사 배례전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5개의 도리가 바다에 연해 있는 와타즈미 신사 구역이다. 고즈넉한 도리이, 파란 하늘, 그 아래로 조금씩 보이는 바다, 신사 뒤로 펼쳐진 푸른 숲이 어울려 정말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마도 최고의 풍광이다.

 편백과 삼나무 숲길
 편백과 삼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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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례전 안에는 천신의 자손인 야마사치히코(山幸彦)와 해신의 딸 도요타마히메의 초상이 보이고, 일본천왕인 히로히토(裕仁) 부부의 사진도 보인다. 현재 일본의 천왕이 하늘의 자손으로 그 맥이 이어짐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아키히토(明仁) 천왕의 즉위 20년을 봉축하는 족자도 걸려 있다. 이곳은 미에현에 있는 이세신궁과 함께 일본왕실의 조상을 모신 대표적인 신사다.

배례전 앞으로는 도리이가 다섯 개 있다. 이중 두 개는 바다 속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밀물 때 도리이가 바닷물에 잠긴다. 첫 번째 도리이를 지나면 왼쪽으로, 방문자들의 소원이나 소감을 적어 거는 게시판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도리이를 지나 오른쪽으로, 거북의 등껍질 같은 모양의 작은 바위가 보인다. 이것이 이소라에비스(磯良惠比須)다. 이소라에비스는 도요타마히메의 아들인 우가야후키아에즈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이곳을 이소라의 묘라고 생각한다.

 바다 속의 도리이
 바다 속의 도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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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지나면 와타즈미 신사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지나가고, 그 아래 또 하나의 도리이가 있다. 도리이 아래로는 계단이 나 있어 이제 바다로 들어가게 된다. 바다에는 두 개의 도리이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아주 깊게 잠기고, 다른 하나는 얕게 잠긴다. 일본에서 바닷가에 있는 도리이로는 미야지마(宮島)에 있는 이츠쿠시마(嚴島) 신사가 가장 유명하다. 그것만큼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와타즈미 신사의 도리이도 산과 바다와 아주 잘 어울린다.

와타즈미 신사의 한자표현도 화다도미(和多都美)다. 화합하며 사는 고을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는 뜻이다. 이곳은 한국관광객 외에 일본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그것은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곳이 일본 천왕의 고향이라는 전설 때문이기도 하다. 섬나라이기 때문에 바다로 진출하고 바다와 가까이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일본사람들, 그들은 바다에 이렇게 신사를 세워 그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신사와 도리이는 누가 뭐래도 일본의 상징이다.


#아뉴모도시 자연공원#에보시다케 전망대#아소만#이종무 장군#와타즈미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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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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