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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에 취임한 이후, 박명기 교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과 사정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고, 이 때 생긴 부채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미래를 꿈꾸며 교육운동의 길을 계속 걸어오신 박명기 교수의 상황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었다."

 

                  - 28일 <오마이뉴스> '박명기에게 간 2억 원, 후보단일화와 무관' 기사 중-

 

'충격'과 '허탈' 그리고 '분노'가 휘감아 돌았다. 가슴 찢어지는 고통으로 조언한다. 곽노현 서울 교육감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계와 교육감 자신 그리고 자신을 지지했던 민주개혁세력을 위해서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표적수사'라 분개했는데...

 

솔직히 지난 26일 SBS <8시뉴스>에서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만해도 27일 민주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이 "이명박 정부가 사정 당국을 동원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보복수사이자 표적수사"라고 논평한 것처럼 검찰 수사를 의심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까지도 자신의 트위터에 "작년 교육감선거 관련해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라며 "만약 수사가 지지부진하면 검찰 역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 반열에 들어갈듯"이라고 썼다. 그만큼 검찰 수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 실패한 것과 맞물려 '표적수사'처럼 보였다.

 

그리고 SBS가 보도한 날 조신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8시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저희 교육감님은 선거과정에서 한 점의 부끄러움도 남기지 않았다"며 "검찰이 지금 주민투표 끝나고 여당이 패배하자마자 그런 식으로 수사를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이 단일화 대가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를 누가 믿겠는가. 곽 교육감에게 2억 원이 어떤 의미의 돈인지 모르겠지만, 서민들에게 2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대가성이 아니라고 부인만 하고 있다.

 

물론 곽 교육감 해명처럼 대가성이 없는 순순한 선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성에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곽노현 교육감, 2억을 박명기 교수에게 주었지만 대가성없는 선의였을 뿐이라고 해명. 법률적 최종판단은 신중해야겠지만, 진보개혁진영은 큰 정치적,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세훈 사퇴가 가져다 준 환호에 찬물이 끼얹져진 셈이다.곽 교육감에 대한 '표적수사'를 비판하기 이전에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며 표적수사 운운은 섣부른 주장이라고 지적한 후, "이번 사건은 진보개혁진영후보 누구든 인정과 상황논리 때문에 추후 폭탄으로 터질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참으로 안타깝다!"고 통탄했다.

 

그렇다. 표적 수사 운운하며 검찰에 화살을 돌리면 돌릴수록 곽 교육감 아니라 진보개혁세력 모두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전임 공정택 교육감이 뒷돈을 받았을 때 진보개혁세력은 공 전 교육감을 질타했다.  물론 곽 교육감은 검은 뒷돈을 받은 것은 아니므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비판은 같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민주개혁진영이 살기 위해서만 아니라 우리 교육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다음 누리꾼 '나원참'이 쓴 댓글은 그래서 가슴에 와닿았다.

 

"선거 후에 2억 준 것은 뒷돈이 아니라 온정이고 감성인가? 선의로 2억 주면 검은 거래가 아닌가? 경쟁후보가 단일화하고 나중에 2억 줬어도 그 사람이 가난하면 괜찮은 건가? 곽노현 교육감이 보수였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진보의 모습인가? 뭐가 진짜 보수이고 뭐가 진짜 진보인지. 왜 보수, 진보로 갈려서 여, 야의 정치놀음에 놀아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양극화란 말로 그전부터 있던 사회적 계층을 극과극으로 갈라놨는지 원망스럽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억원, #조중동, 양비론, 곽노현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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