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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대회는 끝이 났지만, 그렇다고 '2011 대구 방문의 해' 행사까지 덩달아 끝난 것은 아니다.
▲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육상대회는 끝이 났지만, 그렇다고 '2011 대구 방문의 해' 행사까지 덩달아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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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이 났다. 그러자 어떤 이들은 대구시가 주도한 '2011 대구 방문의 해' 행사도 끝이 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2011 대구 방문의 해'는 대구시의 구호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기획한 행사이다. 작년에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북도였다.

'방문의 해' 사업은 문화관광부가 시행하는 것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첫 해인 2004년은 강원도였고, 이어서 경기도(2005년), 제주도(2006년), 경상북도(2007년), 광주광역시·전라남도(2008년), 인천광역시(2009년)의 차례로 선정되었고, 해당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20억원의 관광진흥자금을 지원받아 각종 사업을 펼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끝났어도 '2011 대구 방문의 해' 행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대구 방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2011 대구 방문의 해'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하니 대구를 방문해 주십사" 하는 대구시의 행사성 주문이 아니라, 1년 내내 펼쳐지는 중앙정부의 '현재진행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났다고 대구를 찾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해이며, 대구시나 대구시민들이 방문객 유치 활동을 종전보다 소홀히 한다면 그 또한 큰 잘못이다.

지면관계상 내용이 단촐해질 수밖에 없어 꼼꼼하게 대구를 살피려는 여행객들에게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대구시가 발행한 리플릿들 지면관계상 내용이 단촐해질 수밖에 없어 꼼꼼하게 대구를 살피려는 여행객들에게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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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사전에 축적한 뒤 여행을 떠나면 '관광'에 보낸 시간들이 훨씬 깊고  높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타지에 계시는 분들의 '2011 대구 방문의 해' 참여도 유발하고, 또 그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1월 2일부터 7월 11일까지 <오마이뉴스>에 '역사유적과 문화유산 답사로 보는 대구의 풍경'을 연재했다. 1월 2일자 1회 기사는 '세계육상대회 열리는 2011년은 대구 방문의 해'였고, 7월 11일자 39회 기사는 '달구벌의 산과 분지를 가득 메운 불교의 흔적'이었다.

물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대구시가 발행한 홍보성 리플릿도 넘쳐났다. 그러나 전국 모든 지자체들이 발행하는 관광 리플릿들이 다 그렇듯이, 지면 관계상 '수박 겉핥기'로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다루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방문객들에게 '책'을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진지한 여행자라면 '책'을 읽은 다음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끝난 지금, 앞으로 필자가 대구를 방문하실 분들께서 읽을 만한 '대구 해설서'들을 출판 시기와 상관없이 두루 소개하려는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다.

오늘은 우선 두 권을 소개할까 한다. 물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쓰고 만든 책들이 아니다. 오랫동안 대구지역 언론에 연재되었고, 책으로 출판되면서 본래의 원고를 공들여 가다듬었다. 김종욱의 <대구 이야기>와 이정웅의 <대구가 자랑스러운 12가지 이유>이다.
(왼쪽) 김종욱, (오른쪽) 이정웅의 저서. 대구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계속 발간되고 있다.
▲ 대구를 소개하는 책들 (왼쪽) 김종욱, (오른쪽) 이정웅의 저서. 대구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계속 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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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은 저서를 내면서 '잊혀지고 묻혀버린' <대구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의 서문 제목도 '사라져 버린 대구의 옛 자취'이다. 그만큼 이 책은 시시콜콜하고 애잔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므로 대구를 처음 찾는 분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어릴적 친구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이 책의 압권은 권말에 붙은 '잊혀지고 묻혀버린 풍물사'와 '대구 사람들의 멋과 풍류'이다. 내용의 한 토막만 소개하면, "거지왕 김춘삼이 대구역 인근 푸른다리 아래에 거주를 했는데, 철로 위에서 목숨을 걸고 벌이는 '기차놀이' 게임에서 본래의 두목인 '발가락'을 몰아내고 두목 자리에 올랐고, 김두한의 도움을 받아 '거지왕'에 등극하였으며, 조선대학교 메이퀸 출신 남윤자와 결혼하였다" 식이다. 이만 하면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소개로 충분할 듯하다.

따로국밥, 설렁탕, 추어탕, 불고기, 찜갈비, 냉면, 청요리, 다방 커피, 막걸리, 소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구의 오랜 맛', 종로, 진골목, 약전골목, 성밖골목, 남문 밖, 동성로, 서성로, 북성로, 태평로, 중앙로의 역사를 속살까지 보여주는 '대구의 거리 풍물', 서문시장, 교동시장, 칠성시장, 방천시장, 번개시장의 과거와 오늘을 세세히 알려주는 '대구의 시장 풍물'도 역시 재미가 넘친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 있다.
▲ 도동서원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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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에서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한 뒤 퇴직하였고, 대구와 관련되는 많은 저술을 한 이정웅의 <대구가 자랑스러운 12가지 이야기>는 <대구 이야기>에 비해 훨씬 진지하고 학구적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신돈의 어머니가 필봉에 묻혔다는 이야기, 밀양 영남루가 본래 대구의 것이라는 글, 해량교 다리에 깃든 전설 등은 독자에게 재미만이 아니라 감동까지 준다. 최치원의 한이 마천산에 서려 있다는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내용만이 아니라 산 이름 자체마저 대구시민에게도 생소한 '뉴스'가 될 터이니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책을 독파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경력이 내용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데 있다. 저자는 대구시청 산림계장, 임업시험장장, 녹지과장 등을 역임한 전문가답게 '백제의 얼 고란초', '팔공산에서 만나는 들꽃', ' 향토 수종의 보고 달성' 등 나무와 풀, 꽃 이야기에 책 분량의 1/3인 100쪽을 할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대구의 식물상을 두루 알 수 있게 되니 이 책만의 특별한 장점이라 할 것이다.

저자는 <팔공산을 아십니까>,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대구>, <대구의 야생화> 등도 저술하였다. 저서들의 제목만 보고도 충분히 짐작이 되고 남지만, <대구가 자랑스러운 12가지 이유>도 저자의 유난한 '대구사랑'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지금쯤 아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끝났지만 '2011 대구 방문의 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뿐만 아니라 '대구는 영원하다'"라고 크게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이다.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있다.
▲ 비슬산 암괴류 세계 최대의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이다.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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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야기 - 개정증보판

김종욱 지음, 북랜드(2015)


태그:#대구방문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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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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