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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판화용 고무판을 파고 있다.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판화용 고무판을 파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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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7일 오전 9시]

전국 초중고 교실에서 사용하는 판화용 고무판 가운데 일부에서 납과 카드뮴이 들어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상희 의원(민주당)과 경인교대 초등미술교육연구소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분석을 맡긴 결과다.

리놀륨 고무판은 환경호르몬 기준치의 60배

16일 입수한 분석 결과를 보면 고무판 시료 4개 모두에서 중금속인 카드뮴과 납이 나왔다.

놀이터 바닥재(재활용 고무분말)의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자율안전확인기준(안전기준)과 비교했을 때 3개 시료는 기준 이하였지만, 한 고무판(리놀륨 판화)은 기준을 넘겼다. 이 고무판은 카드뮴과 납이 각각 105, 110mg/kg이 들어 있었다. 카드뮴과 납의 바닥재 기준치인 50mg/kg과 90mg/kg을 훌쩍 넘는 결과다.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도 고무판 시료 4개 가운데 3개에서 나왔지만 2개는 기준치 이하였다. 하지만 1개 시료(리놀륨 판화)에서는 기준치(0.1%)의 60배가 넘는 6.42%가 들어 있었다.

카드뮴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성 물질로 분류한 유해 물질인데 간암과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은 뇌 발달에 영향을 주어 지능지수가 낮아지게 하는 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도 발암성 때문에 어린이 용품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교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윤국재 경인교대 미술교육연구소 파견 교사는 "고무판은 사용하다 보면 냄새가 많이 나고 아이들이 가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래서 뜻 있는 교사들은 고무판 대신 우드락 판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강명초 6학년 A학생은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5학년 미술시간에 고무판을 파낼 때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자꾸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2학년 자녀를 보내는 B학부모도 "고무판화를 독성 물질이 든 폐타이어로 만든다니 아이 건강이 걱정"이라고 염려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직접 활용하는 고무판에 대한 안전기준 자체가 없는 것. 김상희 의원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판화용 고무판이 학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안전기준이 없어 학생들은 무방비로 위험에 내몰린 상태"라고 우려했다.

학습준비물 592개 중 18개만 안전기준 적용

한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사용하는 니스 제품 표지.
 한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사용하는 니스 제품 표지.
ⓒ 윤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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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용품으로 분류되었더라도 위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교대 초등미술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에서 필요한 학습준비물은 592개인데 이 가운데 18개 품목만 안전기준 적용 대상이다.

미술시간 공예품 색칠 용도로 쓰는 '니스'도 안전 기준이 없다. 이 제품의 구성 성분은 합성수지와 톨루엔이 각각 50%. 특히 톨루엔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환각물질로 정했다.

학교에서 쓰는 판화용 잉크를 살펴본 결과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미술교육전문가인 이부영 교사(전국미술교과모임 운영위원)는 "우리학교는 그렇지 않지만 상당수의 학교에서 미술용품을 나라장터나 학교장터 등을 통해 최저가로 구입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다보니 질 관리가 되지 않아 유해물질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아무리 싸더라도 학교가 상표가 없는 미술용품을 사면 안 되며 교사들이 상품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교과부는 "타 부처 소관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학생건강안전과 중견관리는 "공산품의 안전기준을 관리하는 곳은 지식경제부이며 학용품도 공산품"이라면서 "학용품의 유해성에 대해 논란이 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식경제부와 함께 이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학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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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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