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원자력발전시설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하라사막 등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바다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세계가 환경·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유엔에서 원자력 발전을 더 해야 한다고 연설하러 갔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UN을 방문해 원자력 발전 확대 의견을 밝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탈·반원전' 흐름을 보이는데, 이 대통령은 거기에 역행하고 있어 우려를 나타난 것이다.

 

"세계는 환경·신재생 에너지로 가는데, MB는..."

 

최 대표는 21일 저녁 경남 창원 경남발전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우리가 자연을 살리면, 자연이 우리를 살린다-지구촌 환경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행사는 경남그린스타트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이날 최 대표는 "환경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두 아는 체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4대강 사업, 구제역, 미군부대 고엽제(다이옥신) 문제가 있고, 원자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토목공사인데, 부가가치가 있나, 국토를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다, 보기에는 국토를 가장 많이 파괴시킨 것 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구제역에 대해서는 "바이러스인데, 땅속에 매립해 놓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고, 다이옥신도 화학물질이니 인체와 자연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능 물질은 색깔도 맛도 없지만 가장 무서운 물질이다, 강을 파헤치는 것은 누구나 나쁘게 본다, 덜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방사능 문제는 그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소 2개를 건설하기 위해 논쟁을 벌였던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지은 다음에 나오는 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원자력발전소는 생겨날 때부터 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을 먼저 개발해 놓고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 아직 50년이 지났는데도 그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추진하자는 측에서는 500m 땅 밑을 파서 그 안에 묻자고 했고, 그 공사 기간만 100년이 걸린다고 봤다. 다 만들고 난 뒤에 안내표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도 불거졌다.

 

폐기물은 10만년까지 간다. 10만년 이후 인류가 지금의 글자를 알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표시를 하지 말자는 말도 나왔다. 호기심으로 파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전기 좀 쓰겠다고 후손들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는 철학의 문제다."

 

최 대표는 "9․11테러를 우리가 예측이나 했나, 21세기에는 핵테러가 있을 수 있다, 핵테러를 했다면 얼마나 난리가 나겠느냐"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지난 3월에 발생했는데, 기형아가 나온다고 해서 결혼도 못 한다, 기형 토끼가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다, 기형아가 나오면 분명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이 밥을 먹여 준다"

 

최 대표는 "환경이 밥을 먹여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만금 갯벌을 매립했는데, 순천만도 매립하려다가 환경단체와 자치단체가 막아냈다"면서 "2000년 순천 관광객은 10만 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300만 명이었다, 1년에 관광 수입이 1000억을 돌파했다. 환경이 밥을 먹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외교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 대사가 '산업혁명을 한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공업도시가 지금은 제일 못 산다'고 했다. 공장이 사양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환경은 나빠지고 범죄 발생은 높아진 것이다. 잘 사는 동네는 환경이 잘 된 지역과 문화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는 곳이라고 했다. 공장이나 원자력 발전소 보러 프랑스에 가는 사람은 없다. 그 나라의 유적과 환경을 보러 가는 것이다.

 

건물을 짓더라도 자연과 어울리게 해야 한다. 설악산에 가 보면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많다. 자연과 문화를 잘 지키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우리가 자연을 버리면 자연이 우리를 버린다. 몇 해 전 영국에 갔다. 영국 사람들은 철새 관찰을 많이 한다. 영국 사람의 절반 정도는 윤무부 교수처럼 돼 있다. 주말이 되면 부부들이 하루 종일 철새를 보러 간다. '철새를 좋아하는 딸의 죽음을 기리며 다리를 놓다'는 팻말도 보았다. 우리나라는 왜 안 되느냐는 생각을 했다."

 

최 대표는 "우리는 토목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수출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출은 중요하다, 22조 원 이상 들여서 4대강 사업을 하는데, 그것이 수출하는 산업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그를 횡령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 최 대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로 보고 구속시키려고 했다"면서 "횡령죄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횡령을 당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환경연합 대표를 했는데, 환경연합이 고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3년째 재판을 받고 있으며, 오는 29일 최종 결정이 난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토목을 외친다, 20세기는 회색의 세기였고 전 세계가 산업화·도시화로 갔다. 우리나라 인구의 86%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의 면적은 얼마 되지 않지만 모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는 적색의 세기다. 이전에는 야구공처럼 직선으로 갔지만, 지금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환경은 거의 낭떠러지에 와 있다. 인식은 과거 관행 그대로다. 위기가 온다고 해도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전체가 변화하고 노력해야 극복이 되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세기는 환경, 문화, 여성의 세기다. 지금은 남자가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정치 영역도 그렇고, 특히 예술 부분은 더하다. 요즘 서울에서는 뮤지컬을 많이 본다. 요즘 대학생들은 영화 구경이 밥 먹는 것과 같다. 이전에는 제주도에 가서 관광버스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고 말았는데, '제주올레'가 생겼다. 이제는 걷는다. 그 뒤에 지리산둘레길도 생겨났다. 이런 것들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다. 자연과 결합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 환경이 밥을 먹여 주고 있다."


태그:#최열 환경재단 대표, #경남그린스타트네트워크, #원자력발전소, #환경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