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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21'에서 18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용현의 <정당한 위반>은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에 얽힌 사건들을 토대로 지난 세월을 더듬어보고, 앞으로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꿈꾼 책이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10년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얼마 전에도 한 여성이 목욕탕에 들어가지 못한 일이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인권차별이 이주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가 그렇고, 블루칼라들의 삶이 그렇다.

 

요즘 교회개척훈련원에서 연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데, 대형교회 목사이면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목회자는 대단한 존경을 받고, 소형교회 목사이면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목회자는, 무시를 당하고 있는 것도 그에 대한 현주소이지 않을까 싶다.

 

정의. 그것은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인류에게 정말로 소중한 가치이다. 오죽 했으면 성경에서조차도 그걸 이야기했겠는가. 하나님의 선민인 이스라엘 백성들조차 정의와 공의를 행하지 않고, 부자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가난한 자를 팔아넘기는 불의의 굴레를 굴러가게 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아모스와 같은 뽕나무 재배업자를 통해서 그들의 불의를 회개하라고 외쳤던 것이다.

 

민주주의. 학생들의 혁명과 민주투사들의 목마른 갈증과 그들이 던진 몸으로 이만큼의 민주사회를 일궈온 게 사실이다. 386세대든, 486세대든 그들의 땀과 눈물과 정열이 오늘의 우리사회를 빛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대의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 위장된 민주주의처럼 거짓 나부랭이들이 민주주의를 흐려놓고 있다. 참된 소통은 사라진 지 오래요, 행동하는 양심들은 방송 출연도 거부당하고, 직위도 해체당하는 가혹한 10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연쇄살인범과 용산 참사의 정치적 책임자는 동급이라는 얘기일터. 동급으로 취급받지 않는 길은 하나다. 죽음을 무겁게 여기는 모습을 보일 일이다. 임신 초기 태아의 생명도 소중히 여겨 낙태라면 진저리를 치는 서구의 보수주의자들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마저 죄악으로 여기는 기독교인들처럼, 진심으로 생명을 무겁게 여길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 단 21그램이 줄어든다는 허황한 '영혼의 질량' 측정처럼, 죄 없이 스러져간 영혼들을 가볍게 보내선 안 될 일이다."(153쪽)

 

정당한 위반. 책 제목이 보통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어쩌면 연쇄살인범과 용산참사의 정치적 책임자를 동급으로 생각게 되는 건 아닐까? 법적인 테두리 속에서 사회 정의와 공의를 실현하지 않는 자들이 너무 많고, 오히려 자기 직위를 악용하여 자기 재산을 늘리는 이들이 많고, 그와는 달리 사회적인 힘이 없는 약자라서 무심코 당하고만 살아야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누군가 말했듯이 1%를 위해 99%가 희생당하는 그런 사회다. 그야말로 소망 없는, 죽은 정의 사회다.

 

오늘(25일)은 서울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전날이다. 들리는 귀에 의하면 한 후보는 피부 미용으로 1년에 1억 원을 썼다고 하고, 또 한 후보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모은 자금을 좌파세력집단에 흘러 보냈다고 한다. 얼마만큼 정확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누구든 오십보백보인 까닭이다. 다만 굵직굵직한 선거 때만 되면 흑색비방전이 난무하고, 색깔론을 써먹고 있는 엉뚱한 녀석들이 있어서 문제다. 그래도 둘 중 좀 더 나은 참신한 인물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될수록 무엇이든 고이고 썩기 마련인 까닭이다.  내일은 기어코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지난 10년의 세월도 한 번 돌아보면서 말이다.


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철수와영희(2011)


태그:#서울시장, #정당한 위반, #박용현, #대의민주주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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