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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마카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
▲ 크리스마스 축제 준비로 한창인 홍콩 달콤한 마카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
ⓒ 조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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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는 영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가슴이 뛴 적 있다. 영화였지만 남달리 부러워하며 대리만족을 느꼈었다.

이번 홍콩여행에서 영화와 같은 '로망'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숙소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는 것도 몸소, 뼈저리게 느꼈다. 영화에서는 무계획, 무전여행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더 없이 자유롭다. 현실은 낯선 장소, 낯선 언어를 쓰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먹고, 자는 곳을 찾아내야 한다. 생존경쟁에 가깝다.

앞으로는 무조건, 첫날은 숙소를 정해둬야겠다. 사실, 짧은 기간 여행한다면 숙소를 정해두는 것이 가장 좋다. 첫날 현지 상황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좋은 숙소를 직접 다니면서 구하는 것은 무리다. 어쨌든 하루를 버려야 한다. 인터넷 시대 아닌가. 다양한 정보와 다양한 사람들이 체험해 둔 체험 글이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하냔 말이다.

이제, 여유가 생겼다. 숙소를 구하지 않았나. 이제 그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홍콩을 즐겨보리라 마음먹었다.

"남편, 에그 프라이 좋아했었어?"

아~ 또 먹고 싶다. 스시~
 아~ 또 먹고 싶다. 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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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 딤섬인강~
 길거리 음식, 딤섬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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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가면 에그타르트와 버블티,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딤섬 등은 꼭 먹고 오리라. 침사추이에서 아침을 맞이한 건 벌써 이틀째. 이곳 아침은 활기차다기보다 밤새 즐기고 놀았던 잔재를 치워내는 것에 익숙한 듯하다.

우선 침사추이 중심부에 위치한 카우룽 공원(구룡공원)을 갔다. 1970년 6월 24일 개장한 이곳은 원래 영국군의 주둔지였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아픈 역사가 깃든 장소지만 지금은 관광지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넓고 넓은 공원을 다 구경하지 못하고, 성요한 성당을 찾아가기 위해 센트럴역으로 향했다.

센트럴역은 홍콩섬 다운타운의 중심지. 첫날 빅토리아 피크로 가서 홍콩야경을 구경했었다. 야경도 좋았지만 오전에 본 센트럴역 주변 풍경도 장관이다. 아침부터 높디 높은 중국은행 건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건물들을 구경 하느라 머리가 빙빙 돈다. 결국 성요한 성당은 찾지 못한 채, 눈에 띄는 스타벅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아~ 스타벅스가 웬말인가. 맥도날드에서 아침 먹은 이후 결심하지 않았던가. 이런 곳에서 우리의 소중한 아침을 때우지 말자고…. 그래도 맛있네~.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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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본 소호거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본 소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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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긴(800m 정도) 에스컬레이터로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갔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량차오웨이가 출퇴근하던 곳으로도 알려진 이곳. 오전 6시~10시15분(하행운행), 10시15분~새벽 12시(상행운행) 두 차례 운행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하행 운행이 10분 정도 남은 시간, 조금 기다리면 상행 운행이 시작된단다. 상행운행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사이에 우리도 섰다. 물론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나. 여기까지 와서 당연히 타고 가야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소호거리다.

에그 프라이팬에서 마치 아침 안 먹은 듯, 음식을 주문했다
 에그 프라이팬에서 마치 아침 안 먹은 듯, 음식을 주문했다
ⓒ 조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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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거리 마지막 길, 달걀노른자가 그려진, '에그 프라이팬' 간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 아침으로 계란 프라이 먹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그랬어? 남편!"

간판을 따라 찾아간 곳에는 아침식사를 하러 온 홍콩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줄 맨 끝자리에 서서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방금 전에 먹은 아침은 잊은 채, 태연하게 메뉴를 골라 주문을 했다. 에그 프라이 세트로~.

곁들여 나온 만든 사과쨈이 일품입니다^^
 곁들여 나온 만든 사과쨈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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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먹으러 마카오 갔다?

다음날은 늦잠을 잤다. 숙소에서 느긋하게, 그 여느 때보다 여유롭게 지냈다. 마카오에 가기로 한 날인데, 너무 늦장을 부렸다. '마카오, 과연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을까?'

우리에겐 다음이 없었다. 그냥 가는 거다. 갈 때 가더라도 아침은 먹어야지. 숙소 근처 싸틴역에 위치한 푸드코트에서 쌀국수와 에그 프라이, 빵, 밀크티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나름 만족스럽다.

싸틴역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만족스런 세트메뉴였다.
 싸틴역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만족스런 세트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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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가족 단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홍콩시민들은 이런 곳에 와서 아침을 사 먹는가보다. 아침부터 외식이라니…. 이런 아침풍경 홍콩이 좋을지, 한국이 좋을지 가늠이 안 간다. 아침부터 밥, 국 등을 안 해서 좋긴 하겠지만 차려 입고 나가야 하는 건 좀 귀찮을 것 같기도 하다.

마카오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셩완역으로 갔다. 숙소가 싸틴에 있으니, 못 돌아 올까봐 돌아오는 배편도 예매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낮 12시에 출발하는 마카오행과 오후 5시 30분 홍콩으로 다시 돌아오는 표를 끊었다. 마카오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

마카오 들어가는 페리
 마카오 들어가는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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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출국 심사를 기다리는데는 '엥그리 버드' 게임이 최고예요
 마카오 출국 심사를 기다리는데는 '엥그리 버드' 게임이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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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복병은 또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마카오 입국심사로 40분을 잡아먹었다. 비록 배를 타고 들어가지만 마카오는 특별행정구역 아닌가. 난하이 연안, 주장 하구 서쪽에 있으며, 주하이와 인접해 있다는 마카오. 왔다갔다 1시간씩 입·출국 심사를 했다. 여긴, 어딜 가나 인간이 많다. 주말이라 그런 건가, 원래 많은 건가.

마카오는 홍콩보다 훨씬 덥다. 한 여름보다 더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이 살에 닿으면 따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어딜 가나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더운 날씨를 느낄 수 없다. 마카오에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시간제한이 있음으로 …. 그야말로 마카오에서 점심만 먹고 나와야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효율적일까. 잠깐 고민하다가 마카오 역 주변에 정차돼 있는 리조트 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신생 리조트들은 각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역 입구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사람들을 촘촘히 배치해 두었다. 관광객들에게 밀려 '베네시안' 리조트행 버스를 탔다. 근처 '럭셔리' 리조트도 금빛으로 빛나는 외형에 몇 개인지 모르는 건물들을 갖춰놨는데, 어마어마하게 컸다.

'베네시안' 리조트는 객실은 물론 쇼핑몰, 카지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있어 이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세계 명차 박람회도 진행하고 있었다. 각 층에 샘플로 전시된 자동차. 입이 쩌억 벌어진다.

둘이 먹다 지쳐가도 못 먹을 대형피자
 둘이 먹다 지쳐가도 못 먹을 대형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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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유혹이~ 우와~
 카지노 유혹이~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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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안 푸드코트에서 대형 피자를 주문했다. 리조트 스케일에 눌려, 주문했나 보다. 평소에도 피자는 한두 조각 먹으면 질려서 못 먹는데, 둘이서 빅 사이즈를 시켜 버린 것이다.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싸가지도 못했다. '아~ 그 때 그 피자, 그립다.' 마카오에서 카지노 한 번 구경하고, 피자 먹고 나왔다.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1박 정도 했었을 것이다. 그만큼 유혹하는 것들이 많았다.

'어찌 알겠어, 잭팟 한 번 터질지…. ㅎㅎ'

울렁거리는 속 달래는 데는 망고슬러시가 '최고'

셩완역에 도착하니, 숙소에 들어가기 이르다. 이번엔 미리 미리 나온다는 게 너무 빨리 나와 버렸다. 셩완역 근처에서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3년 전 출간된 가이드 책을 참고로…. 하지만 책에서 안내한 맛집은 없어졌다. 걷다보니 어제 봤던 익숙한 풍경. 남달랐다. 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줄 서서 먹는 길거리 음식~
 줄 서서 먹는 길거리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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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슬러시로 울렁이는 속을 달래고~
 망고 슬러시로 울렁이는 속을 달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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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길거리 음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쫄깃쫄깃 매콤한 떡볶이 비슷하게 생긴 것과 속이 확 풀리는 매콤한 짬뽕 국물을 기대하며 중국면을 주문했다. 하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한 젓가락 먹고 '허유산'으로 달려갔다. 망고슬러시를 먹고, 울렁거리는 입맛을 겨우 진정시켰다.

줄 서서 먹는 집, 옆집에서 먹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중국식 누룽지밥.. 먹을만~
 줄 서서 먹는 집, 옆집에서 먹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중국식 누룽지밥.. 먹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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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에서 프린스 에드워드역까지 걸었다. 물론 내 발은 고생이지만 눈은 즐겁다. 지름신이 내렸다가 다시 올라갔다가 난리를 쳤다. 이곳에선 레이디마켓과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플라워마켓, 금붕어마켓 등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며 플라워마켓을 찾아가다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크리스마스 꽃인 포인세티아, 크리스마트 트리가 반갑게 늘어서 있다. 이것만 봐도 장관인데 걷다보니 스포츠 마켓, 레이디스 마켓이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재래시장. 아이들 옷, 장난감을 비롯한 재래시장에 있을 법한 것은 다 있다.

플라워 마켓~ 트레이닝복에 저 짐을 지고 다녀도 좋단다.
 플라워 마켓~ 트레이닝복에 저 짐을 지고 다녀도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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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콩에서 최고 유행하는 캐릭터는 앵그리 버드다. 어딜 가나 앵그리 버드 캐릭터가 그려진 옷과 가방, 장난감이 눈에 띈다. 아이들을 위해 앵그리 버드 티셔츠를 샀다. 걷다보니 금붕어가 봉지에 매달려 있다. 금붕어 마켓이란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지점은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길바닥에 널브러져 버렸다. 체력 고갈이다.

저녁으로 주문한 메뉴는 공기밥만 세 그릇

숙소로 들어오는 길, 싸틴역 근처 쇼핑몰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더 이상 걸을 힘도,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얼른 한 끼 해결하고 쉬고 싶었다. 음식 이름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음식 그림이 있는 메뉴판이 최고다. 세트메뉴를 주문하는 게 안전.

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을 보니 세트보다 단품으로 먹고 싶어졌다. 다시 모험심이 발동했다. 결국 음식이 나온 후에 후회했다. 공기밥만 세 개가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던 커플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보고 쑥떡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주문한 걸. 옆에서 쳐다보던 말건 과감하게 맨밥에 물 말아 먹었다. 그것도 김치 한 조각 없이.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 실수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많았고, 더 잘 놀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컸다. 앞으로는 정말로, 진짜로 매년 해외여행 다니자고 약속하고, 다짐했다. 돈이 문제라면 여행계를 붓자며 심각하게 토론하기도 했다.

홍콩이여~ 안녕^^ 다시 보자....
 홍콩이여~ 안녕^^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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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 또 해외여행을 올 수 있을지. 이렇게 오는 데도 9년 걸렸다. 아쉬울 때가 최고로 좋을 때 아닌가.  

('끝'입니다~)

덧붙이는 글 | 홍콩은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침사추이, #마카오, #몽콕, #엥그리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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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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