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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공적인 자리에 한 발언은 그 자체가 통치행위다. 그러므로 신중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통령 못해 먹겠다" "똥별" 등의 말을 했다가 <조중동>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세력에게 엄청난 비난을 샀다. 이명박 대통령도 발언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비판받는 이유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말이 '가볍다'였다. 대통령 답게 무겁고, 진중한 발언을 하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서울 수해때 이재민 가정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왕에 이렇게 된 것"처럼 고통 당하는 서민들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거나, "나도 '000' 해봤다" 시리즈 처럼 국민을 가르침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도덕성이 거의 파탄났는데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처럼 거의 완벽한 거짓말로 시민들 공분을 일으킨다. 친인척과 측근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감옥행이나, 검찰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하자 누리꾼들은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조롱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도 정도껏해야 먹히는 법이다.

 

지난 9월 8일 밤 청와대 상춘제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 "감세는 세계 모든 나라의 추세이고 감세가 맞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부자감세 정권'을 임기말을 넘어 다음 정권까지 이어가고 싶은 대통령 마음을 알겠지만 이미 세계는 증세가 대세였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8월 24일(현지시각) 연간소득 50만유로(7억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3%의 추가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프랑스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 언론들도 이를 보도했는데 <서울경제>는 지난 9월 8일 '유럽 증세 논란 일파만파' 제목 기사에서 "이탈리아는 추가 소득세 부과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새로운 재정감축안을 지난 7일 상원에서 통과시켰다"며 "새 재정감축안에는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연간 소득 5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3%의 추가소득세(부유세)를 신설하고, 부가가치세 세율을 20%에서 21%로 인상하는 내용이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감세가 대세라고 했다. 대통령이 정말 몰라서 국민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무능력이고, 알고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명백한 거짓말이다. 둘다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정권들어 말하는 자유가 탄압받는데도 지난해 11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는 "권력을 휘두르지 않기 때문,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레임덕이 없다"고 했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전두환 두 독재자처럼 총칼만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과 미네르바, <PD수첩>같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주의 근간이 언론자유와 말하는 자유를 빼앗았다. 총칼보다 더 교묘하게 권력을 휘두른 정권이 MB정권인데도 휘두르지 않았다고 하니 국민들은 탄식할 뿐이다.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올해를 되돌아보면 중산층의 삶도 쉽지 않았고, 서민 생활은 더더욱 힘들었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 발언을 들은 누리꾼들은 @urin****는 "MB 생각만하면 잠이안 오고, 한숨만 절로 나오는 우리 국민의 현실", @lightfa****는 "청년 걱정때문에 잠 안온다, 하시니… 청년들 불면증까지 신경을 다쓰시니… 청년들이여 걱정 그만하고 잠 좀 자야할 듯"라고 탄식했다. 어떤 누리꾼 말처럼 "MB만 생각하면 잠이 안오게" 만들어 놓고 서민 걱정, 청년 걱정이다. 그러니 가슴이 불이 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미FTA를 밀어붙여 놓고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11월 23일), "농수산업과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정부는 시설 현대화를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10월 17일)며 파탄 지경인 농업과 농민에게 분노의 불을 질렀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관련 정보 공백이 52시간으로 알려지자 여야와 언론들은 국정원을 '동네정보원'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몰라도 이 대통령은 21일 오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온 세계가 (김 위원장 사망을) 동시에 알았다"면서 "정상들을 통해 들어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알게 됐더라" 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다르게 보도했다. <중앙>은 21일 '중국, 김정일 사망 당일 알았다' 제목 기사에서 "중국 지도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일인 17일 류훙차이(劉洪才·56) 주북한 중국대사의 첩보 보고를 통해 김 위원장의 유고 상황을 파악했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20일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류 대사는 북한 노동당의 중국 파트너인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이라고 전해 기사 신빙성을 높였다. 이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앙일보> 오보로 이명박 정부는 정정보도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거짓말한 것으로 김 위원장 사망 후 51시간 동안 낌새도 차리지 못한 외교안보라인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하는 말이 신뢰가 아닌 불신을 낳고, 국민을 가르치고, 헤아리지 못하므로 비판받고, 심지어 조롱받는다. 대통령이 자신이 한 발언 때문에 조롱대상이 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했던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 대통령 어록이 언제쯤 신뢰받고 공감얻을 수 있을까.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임기내내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통탄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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