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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촌 가는 길. 해마다 성탄절에 크리스마스 축제를 여는 이슬촌마을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슬촌 가는 길. 해마다 성탄절에 크리스마스 축제를 여는 이슬촌마을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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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나주의 노안면 양천리 계양마을. 나주평야가 한눈에 보이는 병풍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이른바 '이슬촌'으로 더 널리 알려진 마을이다.

광주-무안간 고속국도 나주 나들목에서 가까운 이슬촌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60여 가구에 주민 150여 명이 논과 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마을', 한국농촌공사에서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했다.

마을 한 가운데에 천주교회가 들어서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폐교를 개보수해 만든 청소년수련장과 생태학습장, 장미공원도 있다. 제법 운치를 더해 준다.

노안성당의 야경. 이슬촌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성당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노안성당의 야경. 이슬촌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성당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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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성당. 나주 이슬촌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노안성당. 나주 이슬촌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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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풍경은 여느 농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마을이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 건 지난 2007년이다. 이때부터 해마다 성탄절에 맞춰 연 '이슬촌 해피 크리스마스 축제' 덕분이다.

이 축제를 보고 참여하기 위해 해마다 수천 명이 마을을 찾았다. 2009년엔 2만명 넘게 찾아왔다. 행사를 치른 주민들이 몸져눕는 일까지 생겼지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일궈냈다는 찬사와 함께 이 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의 본보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전국에 불어 닥친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를 하루 남겨놓고 취소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크리스마스 축제 참가자가 이슬촌 소망우체국에서 소망엽서에 소원을 쓰고 있다. 지난 2009년 축제 때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축제 참가자가 이슬촌 소망우체국에서 소망엽서에 소원을 쓰고 있다. 지난 2009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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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펼쳐지는 나주 이슬촌 마을 풍경. 마을 곳곳에 트리와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09년 모습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펼쳐지는 나주 이슬촌 마을 풍경. 마을 곳곳에 트리와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09년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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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리스마스 축제가 올해 다시 열린다.  21일부터 시작된 '2011 이슬촌 해피 크리스마스 축제'가 그것이다. 축제는 '여기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마을-2011 다시 찾아온 이슬촌'을 주제로 25일까지 계속된다.

올 축제는 여느 때보다 소박하게 준비했다. 예전처럼 화려함보다는 소소한 볼거리를 만드는데 치중했다. 탐방객과 함께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편성했다.

"그동안 너무 판을 키워 마을 주민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축제는 체험위주로 소박하게 준비한 이유입니다."

마을 축제를 준비해 온 이정화(42) 녹색농촌체험마을 사무장의 얘기다. 축제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주민들의 정성이 덜 들어간 건 결코 아니다.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마을 진입로에서부터 마을길을 모두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혔다. 운동장은 트리로 꾸몄다. 성당 앞 은하수 터널에 설치된 오색 꼬마전구도 밤하늘에 수를 놓는다.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농산물 트리도 세웠다.

마을주민과 참가자가 어우러지는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2009년 모습이다.
 마을주민과 참가자가 어우러지는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2009년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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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과 23일엔 지역에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초청, 공연한다. 체험행사도 알차게 마련된다. 성탄 전야인 24일엔 성탄절을 축하하는 놀이패 공연이 펼쳐진다. 성탄절인 25일엔 마을주민과 탐방객이 캠프파이어를 함께 하며 모두가 즐기는 한마당을 펼친다.

경운기 썰매도 운행한다. 산타로 변신한 마을 어르신들이 모는 경운기 썰매다. 마을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체험도 펼쳐진다. 산타우체국에서 자신의 소망을 담은 엽서도 써서 보낼 수 있다.

폐교를 개보수해 만든 이슬촌 청소년수련관. 이슬촌을 찾는 체험객들의 체험공간과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를 개보수해 만든 이슬촌 청소년수련관. 이슬촌을 찾는 체험객들의 체험공간과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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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크리스마스 축제로 이름을 세상에 알렸지만 예부터 이 마을은 깻잎으로 유명했었다. 한때 마을 부녀회가 깻잎 절임사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게 녹색농촌체험마을이었다. 봄에는 천연염색, 여름엔 미꾸라지 잡기, 가을에는 수확체험, 겨울에는 전통 민속놀이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내실있게 운영했다. 그 결과 전국 10대 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되고, 농어민 홈페이지 경진대회서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체험마을이 자리를 잡아가자 내친 김에 욕심(?)이 생겨났다. 소득도 높이고 마을도 알리는 방법을 찾는데 머리를 맞댔다.

"우리 마을은 사실 내놓을 만한 게 없어요. 주위 환경도 어디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구요. 다른 마을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나주의 첫 천주교회인 노안성당을 떠올렸구요. 주민 대부분이 천주교인 점에 착안해 크리스마스 축제를 만든 거죠."

김성님(63) 마을 운영위원장의 얘기다.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한 이슬촌 마을 주민들이 산타우체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9년 모습이다.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한 이슬촌 마을 주민들이 산타우체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9년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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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축제를 알차게 준비해 나갔다. 단순히 마을축제 하나 더 만들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다른 마을의 축제와 철저하게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축제 주체로 나섰다. 어르신들이 산타로 변신했고 아이들은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다.

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추수를 끝낸 농촌마을은 적막했지만 축제 하나로 마을 풍경이 바뀌었다.

이제 성탄절이다. 올해엔 이슬촌을 찾아보면 어떨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함께 체험하는 것도 좋겠다. 주민들이 1년 동안 정성스럽게 갈무리해 둔 고사리며 토란대 등 나물류와 콩, 수수 등 잡곡 그리고 배즙 등 친환경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슬촌 마을의 야경. 마을의 거리마다 오색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이슬촌 마을의 야경. 마을의 거리마다 오색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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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슬촌, #계양마을, #크리스마스축제, #노안성당,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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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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