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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방송사의 '기한 지난 미 쇠고기, 호주산 둔갑 재납품' 보도 화면.
 2009년 한 방송사의 '기한 지난 미 쇠고기, 호주산 둔갑 재납품' 보도 화면.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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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유통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사건의 1심 선고가 두 차례나 미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지난달 13일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유통 의혹' 사건의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심 선고는 지난 3일에 이어 오는 10일로 다시 미뤄졌다. 남부지방법원의 한 관계자는 "1심 선고가 3일에서 10일로 미뤄진 것은 이 사건의 주심판사가 며칠 전 외조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를 받고 있는 선창규씨 변론을 맡고 있는 황인정 변호사(전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선고가 오는 10일로 다시 미뤄진 것은 주심판사가 상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처음 선고를 연기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1월 13일에서 2월 3일로 1심 선고를 처음 연기할 때 법원 쪽이 내세운 이유는 '공판절차 갱신'이었다"며 "판사가 바뀔 경우 공판절차 갱신은 할 수 있지만 선고를 20여 일이나 미룬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판절차를 갱신하더라도 그 다음주에 선고는 내렸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첫 번째 선고 연기 이유와 관련, 일각에서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유통' 사건에 검찰과 일부 언론들이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광우병 쇠고기 국면을 이용한 '무리한 실적쌓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검찰로서도 1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론들도 당시 '위험한 쇠고기 줄줄 샌다' 등의 자극적 제목을 달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의 실적쌓기용 무리한 수사 vs. 유통업체의 간부의 돈벌이

지난 2009년 4월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어 폐기 명령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축사가공처리법 위반')로 선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상억 검사(현 광주지검 강력부장)는 당시 일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3개 판매업체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면서 미국산이 호주산으로 바뀌었고, 유통기한도 바뀌었다"며 "행방을 알 수 없는 10.1t이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씨는 지난해 10월 최후진술에서 "농림부에서 광우병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는데도 출세욕에 눈이 먼 담당검사 등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까르푸 재직시절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켰다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선씨는 "구속시킨 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검사는 검사실에 불러 조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쇠고기 둔갑 유통 사실만 자백하면 다른 건 모두 빼주고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넘기지 않겠다'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 연기한 끝에 내려질 오는 10일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검찰이 실적쌓기를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벌였는지 아니면 한 유통업체의 간부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수억 원의 돈벌이를 했는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태그:#광우병 미국산 소고기 유통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이상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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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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