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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가 의미하는 것

이명박 정부 아래서 벌어진 숱한 사건들 가운데 충격의 강도로 따지면 '용산참사'를 앞설 사건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새해 벽두, 새벽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특공대로 상징되는 공권력 과잉진압으로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은 많은 시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용산참사'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지속 가능한가'하는 회의에서부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까지 불러일으킨 계기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용산참사'는 개발이익 내지 토지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추진되는 도심재개발 사업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지경에 이를 정도로 주요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왕에도 재개발(도심재생사업) 현장에서는 토지소유자와 건설회사, 시행사가 한패가 되어 주택 및 상가세입자들을 완력으로 구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혹은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임차인들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토지소유자 연합에 맞서 결사적으로 투쟁하곤 했다. 물론 임차인들의 투쟁은 대개 용역 깡패나 경찰에 의해 진압되기 일쑤였고, 임차인들은 소득 없이 타지로 축출되는 운명에 처하곤 했다.

'용산참사'가 기존의 철거 투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국가권력이 토지소유자 동맹을 대신해 마치 용역 깡패처럼 세입자들을 무리하고 성급하게 진압했고, 그 과정 중에 애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경찰특공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의 무분별한 사용,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기실 '용산참사'에서도 여느 재개발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갈등의 기본 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회적 갈등은 토지 불로소득을 독식하려는 토지소유자 동맹이 최소한의 보상도 하지 않고 세입자들을 추방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보상의 수준과 정도에 따라 토지소유자 동맹과 세입자들 간에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양상과 강도가 달라지겠지만, 재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이 발생하고 토지소유자 연맹이 이를 대부분 독식하는 구조가 온존하는 한 재개발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은 계속될 것이다.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72~175페이지 참조)

행정수도 이전, 4대강, 노사분규 배후에 도사린 토지 불로소득 

행정수도 이전, 4대강 개발사업, 노사분규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사건들이라는 것이다. 근래 들어 대한민국은 행정수도 이전, 4대강 개발사업 같은 이슈로 극심한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노사분규가 사회적 갈등의 주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참여정부 시기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회적 갈등은 격렬했고, 소모적이었으며, 헌법재판소에 의해 종결된 결론은 허망했다. 서울이 서울이어야 함을 강변하는 자들과 행정수도 이전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사이에 양보나 타협은 없었다. 하지만 소수 선각자들을 제외하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을 움직인 가장 큰 동력은 역시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얻게 되거나 잃게 될 토지 불로소득이었을 것이다.

헌법적 가치나 이념이 아니라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혹은 내릴 것으로 우려되는 부동산 가격이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을 화해가 어려운 사회적 갈등으로 전화시킨 것은 아니었을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69~172페이지 참조)

4대강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우환으로 남을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추진한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이에 적극 동조한 무리들은 어떤 연유로 4대강 사업을 사수하려 했을까?

양심적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한 마디로 이들은 4대강 사업을 할 이유가 없는 사업, 더 나아가서 해서는 절대 안 될 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관철했다. 4대강 사업은 4대강 사업이 추진된 지역의 토지소유자, 건설업체 등의 이익증진에는 분명 기여 할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4대강 사업때문에 발생한 재정낭비, 생태계 파괴, 복원 그리고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전부 국민의 몫이다.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75~178페이지 참조)

사회적 갈등의 대표적 사례라 할 노사분규의 이면에도 토지 불로소득이 자리 잡고 있다.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 및 이를 노린 투기가 기승을 부리면 토지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거비(주택가격 및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주거비 압박을 강하게 받는 노동자들이 큰 폭의 임금상승을 요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거부하는 사용자와 일전을 불사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79페이지에 실린 표 6-1을 보면, 주거비 상승과 노사분규 간의 상관관계를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사분규의 원인이 토지가격 상승 및 이로 인한 주거비 상승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토지가격 상승 및 이로 인한 주거비 상승이 노사분규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78~180페이지 참조) 

토지 문제 해결해야 사회적 갈등 준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다한 사회적 갈등의 주된 원인이 바로 '토지 문제'다. 따라서 '토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해소하기 어렵다.

토지가치의 사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토지 문제는 폭력이 난무하는 재개발 현장에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에도, 극심한 노사분규의 현장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악화시킨다. 토지 문제는 경제 문제인 동시에 사회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 입니다.



태그:#토지정의,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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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 연구소는 토지에 대한 평등한 토지권 정신(지공주의)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의 근간인 토지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경제정의를 세울 수 있는 이론 구축과 실행 가능한 정책대안 제시를 목표로 한다. 현재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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