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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3일 법관에 대한 징계사유로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를 규정한 법관징계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낼 경우 대법원에서 단심으로 재판하도록 한 법관징계법 조항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사법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사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수원지법 정영진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4기)가 법관징계법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징계사유를 규정한 법관징계법 조항은 명확성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관의 징계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대법원의 단심재판에 의하도록 한 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법관징계법에서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킨 경우'란 '법관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사법권을 행사함에 손색이 없는 인품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하거나, 법원의 위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법원 및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고, 청구인을 포함한 평균적인 법관은 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품위 손상', '위신 실추'와 같은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적용범위가 모호하다거나 불분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법관의 사법부 내부 혁신 등을 위한 표현행위에 있어서도 그러한 표현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징계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행위가 이루어진 시기와 장소, 표현의 내용 및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킨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징계사유가 되는 것이므로, 법관징계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대법원에 의한 단심재판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법관징계법은 입법자가 독립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관이라는 지위의 특수성 및 준사법절차인 법관에 대한 징계절차의 특수성을 감안해 재판의 신속을 도모한 것으로써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헌법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3심제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검사, 변호사, 의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와 차별취급하고 있으나, 법관에 대한 징계의 심의ㆍ결정은 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준사법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점, 법관에 대한 징계의 경우 파면, 해임, 면직 등 신분관계 자체를 변경시키는 중한 징계처분이 존재하지 않는 점, 법관은 독립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자로서 그 지위를 조속히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차별취급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영진 부장판사에게 무슨 일이?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던 정영진 부장판사는 그해 2월부터 6개월간 사법불신의 원인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을 지목하며 자진사퇴는 물론 국회에 탄핵소추를 요구하고, 현행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07년 10월 "소속 법원장의 구두 및 서면경고 등 거듭된 자제 지시를 무시한 채, 20회에 걸쳐 사법부 내부통신망은 물론 언론기관을 통해 법관으로서의 정당한 의견표명의 한계를 벗어난 주장을 집요하게 반복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등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정영진 부장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그러자 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이나 외부 언론에 기고 또는 인터뷰에 응한 내용들을 법관징계법의 징계사유인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고 판단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정직 2개월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2009년 1월30일 정영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및 취소 청구소송에서 정영진 부장판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표현행위는 전체적으로 특정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거나, 편협되고 경도된 가정적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거나 오해할 수 있도록 해 사법부 전체의 권위와 위신을 실추시키고, 전체 법관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법관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마저 저버린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의 행위는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나아가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킨 행위로서 법령위반 및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법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고 법관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정직 처분이 정당함을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정영진, #헌법소원, #헌법재판소, #법관징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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