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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지느러미, 옆줄'

물고기의 중요한 특징들이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라고 하면 물속에서 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하거나, 지느러미를 이용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생각한다. 옆줄은 물고기의 대표적인 감각기관이다. 물고기는 옆줄로 물의 흐름을 알아내거나 장애물을 피하거나 한다. 그러니 없어서는 안 되는 기관인 것이다.

<망둑어>
 <망둑어>
ⓒ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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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물고기가 이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것은 아니다. 어떤 물고기는 지느러미가 퇴화되어 헤엄치는 것보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에 더 익숙하고, 물속에서 호흡하지 않고 공기 중에 머리를 내놓고 호흡하기도 한다. 또한 옆줄이 없는 것도 있다. 이런 물고기들은 명색이 물고기이지만 헤엄에 서툴 가능성도 많다. 무늬만 물고기랄까.

우리들이 흔히 '망둥어'라 부르는 '망둑어'가 그 대표적인 물고기다. 보통 물고기들의 배지느러미는 물속에서 헤엄을 칠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망둑어는 보통 물고기들과 달리 좌우 배지느러미가 붙어 흡반이 되었다. 그리하여 흡반으로 바닥을 기며 생활한다. 필요에 따라 헤엄을 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한, 머리 부분에 발달한 두부감각공으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호흡 한다. 이런지라 망둑어들은 물속에서의 삶이 불리하다. 주로 연안의 갯벌에서 '날고 기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망둑어의 한 종인  '말뚝망둥어'는 습기가 있는 흙에서는 1주일 가까이 살 수 있지만, 물속에 넣어 놓으면 10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만다고 한다.

물속에 오래두면 죽는 고기? 망둑어는 우리의 물고기에 대한 보편적인 상식들을 깨버리고 마는 물고기인 것이다. 게다가 쉽게 잡힌다. 흔히 망둥어로 알려졌으며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망둑어는 풀망둑과 문절망둑이기 십상인데, 무엇이든 쉽게 물어버리는지라 쉽게 잡을 수 있다. 오죽하면 '망둥어는 바보도 낚는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심지어는 저와 같은 망둥어를 잘라 미끼로 던져도 덥석 물고 말기 때문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 먹는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또한 정약전은 이런 <자산어보>에 '무조어'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조상도 몰라보는 고기'란 뜻. 고기들이 조상을 어찌 알까. 아마도 제 동족의 살점도 거리낌 없이 먹는 망둑어가 성리학이 보편적인 사상이었던 조선시대 선비인 정약전(1758~1816)에게는 못마땅한 존재였으리라.

더불어 생각하게 하는 것은 한 선비조차 그에 대해 기록할 정도라면 그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고기였을 거라는 것이다. 속담은 흔하게, 그리고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나 존재 등이 주제나 빗댐이 되거나 한다. 망둥어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고기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망둥어와 관련된 말이 다른 물고기들보다 유독 많은 것 같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도 그중 하나. '주제도 못되는 것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뛴다'의 뜻으로 주로 쓰이는데, 이 속담에는 망둥어를 하찮게 여긴 옛사람들의 시선이 스며있는 것 같다.

외에도 '장마다 망둥어 날까', '꼬시래기(문절망둑) 제살 뜯기',' 망둥어가 뛰니 빗자루도 뛴다','봄 보리멸, 가을 망둑'과 같은 말들도 회자되는데, 다른 물고기에 비해 회자되는 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 가까이 있었고 그만큼 친숙하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참고로 망둑어는 전세계적으로 2천여 종이 산다. 이중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망둑어는 앞서 언급한 말뚝망둥어와 풀망둑과 문절망둑, 짱뚱어, 큰볏말뚝망둥어를 비롯하여 60여 종이다. 다 자라봤자 2센티미터도 안 되는 종류부터 최대 5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풀망둑(우리나라 망둥어 중 가장 크다)  등 다양하지만, 다 자라봤자 20센티미터 미만인 것들이 대부분. 대체적으로 큰 편인 풀망둑과 문절망둑, 짱뚱어가 식용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망둑어><지성사 펴냄)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친숙했던 망둥어의 특징과 생태계를 통해 연안 생태계의 중요성을 쉽게 알려주는 우리나라 최초 망둑어 백과사전이다.

'상어박사'로 많이 알려진 저자가 과거 우리나라에 출몰한 상어를 식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해양생태 관련 꾸준한 글을 쓰고 있는 몇 안되는 저자 중 한사람이며, 이용주교수(전주교육대),유봉석교수(군산대)와 함께 우리나라 고유종 큰볏말뚝망둥어를 신종으로 보고했다.
 '상어박사'로 많이 알려진 저자가 과거 우리나라에 출몰한 상어를 식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해양생태 관련 꾸준한 글을 쓰고 있는 몇 안되는 저자 중 한사람이며, 이용주교수(전주교육대),유봉석교수(군산대)와 함께 우리나라 고유종 큰볏말뚝망둥어를 신종으로 보고했다.
ⓒ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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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나라 해양 생태만을 주제로 글을 써오고 있는 그리 많지 않은 저자 중 한사람인 최윤 교수(군산대) 저자는 <상어>(1999,지성사), <상어 아저씨는 고추가 두개래요>(2006, 지성사)를 비롯하여 여러 권의 물고기 관련 책들을 썼는데, 공교롭게 저자의 책들은 이 두 권만을 흥미롭게 읽었는지라 저자는 내게 '상어 박사'로 기억되고 있다.

'망둑어? 혹시 망둥어? 망둥어가 대체 얼마나 중요한 물고기이기에 망둑어만을 주제로 책 한 권을, 그것도 사전 수준의 책까지 낼 정도일까?'

사실 앞에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을 <오마이뉴스>에 소개했고, 책과의 인연을 앞세워 우리나라에 상어가 자주 출몰하던 2005년 8월 무렵, 그동안 상어 관련 TV뉴스에서 몇 번 본적이 있는 저자와 상어 관련 전화 인터뷰까지 하기도 했던지라, 그런 저자의 신간인지라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망둑어>는 이런 호기심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망둑어는 높은 밀도로 간석지에 서식하는데, 그 지역 해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중간 소비자 역할을 담당한다. 모랫바닥의 조수웅덩이에 주로 사는 날개망둑과 흰발망둑은 동물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라고, 자신은 농어와 조피볼락의 먹이가 된다. 봄철 산란을 마친 후 죽은 풀망둑의 사체는 유기물로 축적되어 게와 갯지렁이, 민챙이 등 무척추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 무척추동물은 다시 조피볼락과 넙치, 풀망둑의 먹이로 이어지며 먹이사슬을 생성한다. 그러나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많은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망둑어과 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짱뚱어를 비롯하여 숨이망둑, 아작망둑, 황줄망둑 등이 이미 자취를 감추었거나 개체수가 감소하였다. 망둑어들이 하나 둘 갯벌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이 땅 위에 인간만 남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망둑어>에서

역시나! 우리 생활과 그다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정도로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그리하여 상품 가치도 그다지 높지 못한 망둑어는 이처럼 연안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다른 생물들과 잇닿아 결국 우리들의 밥상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책 한권을 통해 그 중요성을 알릴 정도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서.

앞에서 소개한 망둥어와 관련된 말들 중 '꼬시래기 제살 뜯기'의 꼬시래기는 경상도와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문절망둑을 부르는 사투리로 '꼬시래기 제살 뜯기'란 이 말은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 더 큰 손실을 자초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란다.

저자에 의하면 새만금 간척으로 그 면적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갯벌(연안)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단다. 눈앞의 이익만 쫒다 정작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이다. '꼬시래기 제살 뜯기'란 말처럼 말이다. 오늘 우리가 최선인양 벌이고 있는,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의 개발들이 결국은 우리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일은 아닐까. 망둑어의 모든 것과 함께 연안 생태계에 대해 쓴 <망둑어>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연안 생태계의 토박이 물고기 <망둑어>ㅣ저자 최윤ㅣ 출판사 지성사ㅣ 2011-12-30 ㅣ1만6000원



망둑어 - 연안 생태계의 토박이 물고기

최윤 지음, 지성사(2011)


태그:#망둥어, #말뚝망둥어, #풀망둑, #꼬시래기, #최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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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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