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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욕심을 끊고 사사로운 물건을 버리고, 사사로운 영화도 잊은 뒤라야 천지의 기운이 모이고 운신이 체내에 체득되어 종내는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춘다. 길을 가다보면 발끝에 평탄한 기운이 돋고, 집에 누워 있으면 신이 다가와 나를 고요한 곳으로 안내하며, 자리에 앉아 반가부좌를 틀면 세상이 다 다가와 내 볼에 입맞춤을 한다. 그러다보면 기운이 평정해지고 몸의 곳곳에 핏줄기가 말게 돌아 비로소 나는 선인(仙人)이 된다.

조선 후기 해월 최시형은 교주인 수운 최제우의 동학을 이어받아 세상을 넓게 펴며 백성을 교화하는 도중 깨달음을 얻는다. 그 깨달음은 보편적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도덕적인 휴머니즘과 결합하여 새로운 윤리의 기반이 되니, 동학은 조선의 낮은 민중이 개달은 삶의 보편적 진리가 된다. 서구 철학의 합리성이 보편성을 해체하고 자신만의 고립으로 갈 때 다 같이 가자는 평등의 사상으로 공공성을 획득했던 사상체계는, 곧 우리 무림인들이 강호에 부린 공생의 볍씨와 유사하다.

운동이 없는 것은 죽음이고, 생명은 무도의 본질을 획득한 운동 원리에 의하여 존재한다. 우주와 세계가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고 모든 존재의 내면에 들어 있는 공공적인 통일성이 내적 마성으로 몸 안의 기운과 조합될 때, 무림인들은 비로소 고수가 되며 강호의 어떤 바람에도 낯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내 안에 신적인 영의 기운이 돌고 있다.' 라는 무속의 경지와 같은 것이다.

어떤 저서를 보면 우주 만물의 창조 원리는 하나의 원으로 되어 있으며 그 원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다고 전한다. 그 사이클이 생명의 본성이며 그곳에서 바로 정이 나오고, 기가 나오고, 신이 나오며, 창조의 미덕이 분출된다는 것이다. 어렵다. 우리에게 성통보신(聖統普信)의 공력이 있다면 몰라도 일반 대중의 사이클로는 그 말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치 무림의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자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 무림의 세계는 어쭙잖은 도반들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던 입담무도의 선도자 직통나발 용민구담필자(김용민)가 나발통으로 '가카'를 질타하던 구담무도의 경지도 모자라서 무림의회를 기웃거린다. 주위에서 부추기던 본인이 적극적인 것이던, 갑작스런 등장은 오랫동안 수련을 쌓고 내공을 기른 연후에 등정하여 강호의 무림들과의 겨루기를 통해 성장하는 대다수 정치 무림인들의 사고로 보면 탐탁지 않을 것이나, 나이에 비해 연륜이 녹녹치 않은 그의 구담신공이 펼칠 앞으로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재미없는 구경거리만은 아니다.

민주통합도방의 중진들이 쓴 소리로 연일 명숙총리령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최고도방 지원진도창이 먼저 대갈일성을 날리자 연이어 최고 도방들이 나발대는 방식의 일종의 릴레이 게임으로 안 하자니 체면이 안서고, 하자니 우스운(공천들이야 다 받았으므로) 그렇고 그런 던져나 보고였다.

"우리 민주통합당은 개혁공천이라고 했는데 민심은 싸늘해. 이거 잘못 된 거야. 반성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가면 누가 책임질 겨."(최고도방 지원진도창)

"백성들 중간평가 싸늘해. 총선승리 빨간불, 절체절명의 위기야."(최고도방 인영전민학련공)

"공천이 도대체 뭐간데 여의도가 이리 추워. 기준이 뭐야?"(최고도방 영선구로나발진공)

"백성들이 차려 준 밥상을 그냥 차버릴 거야. 잘 혀."(정길백두신공 김정길)

건강하고, 양심적이고, 능력 있고, 서민적이고, 정서적으로 신선하고, 인문학적인 지식도 좀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엘리트 무도인들이 무림 의회에 진출한다면 누가 말리겠나? 그러나 열거한 모든 내용에 다 합당하는 그런 사람은 없고, 완벽한 도인들은 도리어 뒤에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은 육감의 세계를 열어 이상세계를 개발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형성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치 무림의 세계에는 선적인 인간이 존재할 공간이 없으므로 정치인은 결코 도덕적인 인간이 아닌 것이다.

표류하던 난파선이 좌초 직전에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안 될 것 같던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두 무림의 문파가 손을 잡고 서로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력을 합쳐서 무림의회에 도전장을 접수하기로 한 거다. 이름 하여 "야권연대권"의 가공할 만 한 핵폭탄의 뇌관이 정녕 어떤 폭발성을 가질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모양세는 그럴 듯하다. 내용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양 도방의 줄다리기는 팽팽했고, 그 줄은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어른 팔뚝만한 철사 줄이었다. 그런데 끊어졌다. 그리고 나이론 합성수지로 다시 야권연대라는 끈 상품을 개발해서 시중에 내놨다. 민주통합도장과 통합진보도방이 합의한 줄거리는 단독 무사 출전으로 공천을 전혀 안하기로 한 공방이 민주통합문파가 15곳, 통진문파가 66곳이었다. 게다가 무려 76곳에서는 양도방의 도반들이 '백성생각권'이라는 새로운 비권의 개발 아래 검에 피를 묻히지 않고 무림 비무에 출전하기로 한 거다.

2010 지방무사 선출에서 연대를 이뤄 승리한 여세가 총선 비무까지 연장되니 실로 가공할 위력은 위력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진정한 무도의 본질을 가진 자들이 총선 비무로 가는가의 문제는 백성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명숙총리령과 정희진보통령(호 개정)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각각 소회를 밝혔다.

"드디어 대한민주무림대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전국적, 포괄적인 무림인 야권연대에 합의 했습니다. 이것은 진정 희망의 길이며 총선 승리 대권승리의 길입니다."(명숙총리령)

"우리 민주진영의 무사들이 비무에게 패하지 않을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승리하라고 힘주며 등 밀며 앞으로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정희진보통령)

4+8 선언. 야권의 무사들은 12라는 숫자의 무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100% 여론조사로 76곳의 경선도 치르기로 했다. 한미 FTA의 반대는 물론이고, 제주해군기지 중단, 민생안정, MB정권 척결, 부자증세, 무상의료 등도 상생 공약했다. 두 정당이 합의했다. 다소간 도반들의 이견과 잡음은 대충 갈무리하기로 했다. 새로운 무공의 올바른 섭렵을 위한 도약이라고 선언하기로 두 당은 굳게 손을 잡았다. 백성들의 선택만 남은 거다.

그런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손잡고 '구럼비 바위를 살려주세요' 하러 제주로 날았다. 이른바 고대녀가 '해적기지' 하여 통합진보도방의 진보적 색채를 난처하게 덧칠했다. 그 사이 정체가 뭔지? 예술가(?)도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자칭 전위 예술가로 스스로를 낸시 랭이라 부르는 고양이처녀가 간만에 입바른 소리를 했다. 그 대열에 용석주둥이꽝, 효리언니, 규리누나 등 입과 트윗을 여는 세인들이 너무 많아 나라가 총선 정국의 와중에 대략난감해졌다.


태그:#한명숙, #고대녀, #이정희, #박지원, #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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