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1회, '잠깐 쉬었다가'의 저자 손봉호 교수님과...
▲ 북 토크 제1회, '잠깐 쉬었다가'의 저자 손봉호 교수님과...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요즘 자주 묵상하는 시가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다. 이 시는 만남의 소중함과 신비를 일깨워준다. 사람한테 상처받고 고통 받는것이 우리 삶 속에서 빚어지는 비극이기도 하지만, 좋은 만남이 우리 인생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한 사람을 아는 것도 사실은 일생이 걸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짧은 만남의 유익이 없진 않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한 구절 혹은 몇 구절이 자극을 주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풍성케 하듯, 한 사람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우린 얼마든지 유익과 도전을 받고 힘을 얻고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하물며 그 한 사람을 책으로 만나고 또 그 책을 쓴 저자를 직접 만나는 일이랴.

'알고보면 따뜻한 남자' 손봉호 교수님과 북 토크

제1회 로고스 북 토크가 3월 12일(월) 부산 수영동 엘레브 4층 컨퍼런스 홀에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었다. 로고스서원이 주최한 북 토크 첫번째 초대 손님은 <잠깐 쉬었다가>의 저자 손봉호 교수님. 진행은 로고스서원 대표 김기현 목사님이 맡았다.

북 토크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기현 목사는 짧은 인사말과 함께 전했다. 기독교내 좋은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좋은 저자들을 모시고 북 토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실천하게 됐다. 또 하나는 출판문화를 위해서다. 요즘 출판계가 아주 어려운데다 국내 저자의 저서는 낮게 평가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기독교내 작가들 가운데 인문학적 신학적 가치나 수준이 있는 분들의 저자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이달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이 되었으면 한다. 독서운동 목적이기도 하다. 적어도 1년에 7,8번 정도는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북 토크라고 한 이유는 북 콘서트란 제목이 좋지만 흔해서 좀 다르게 보자는 생각으로 북 토크라고 정했다고 했다.

3월 12일(월) 부산 수영 엘레브 4층...북 토크 제 1회가 열렸습니다....
▲ 북 토크... 3월 12일(월) 부산 수영 엘레브 4층...북 토크 제 1회가 열렸습니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첫번째 손님 손봉호 교수는 실내로 들어와 기다리던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작고 아담한 키의 교수님의 얼굴엔 연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손봉호 교수님은 교육자요 철학자, 저술가, 시민운동가 등으로 한 시도 안 쉬고 바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저렇게 작고 외소한 몸 그 어디에서 강단이 나오는 것일까 신기했다.

교수님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교수님을 향해 모두들 박수로 환영하였다. 북 토크는 김기현 목사님과 손봉호 교수님이 마주 않았고 질문과 답변,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변 등의 순서로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또 앞서 나눠준 질문지를 토대로 사회자가 질문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쏟아지는 많은 질문과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주는 교수님의 답변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먼저 자신의 책을 읽어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조금이라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회자의 질문과 교수님의 성실한 답변으로 두 시간을 꽉 채웠다.

김기현 목사님은 책 <잠깐 쉬었다가>에서 유머를 즐기고 글을 쓰는 것이 쉬운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글 쓰는 것이 쉼이 되는지 물었다. 교수님은 '두 가지 종류의 글이 있다. 하나는 노동인 글로 논문, 학술에 관한 글 등이다. 돈이나 명예 권력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쓰는 글은 쉼이라 할 수 있다. <잠깐 쉬었다가>는 그동안 써온 책들 가운데 쉼의 차원에서 쓴 글이다. 또한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운'을 중시한다.

운이 안 맞으면 글 전달이 잘 안 된다. 읽는 사람, 듣는 사람이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은 글 쓰는 이의 마땅한 서비스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자랑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읽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이것을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다.

저자 사인회...^^
▲ 북 토크 저자 사인회...^^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계속해서 질문에 질문이 쏟아졌고 교수님의 한결같은 성실한 태도로 답했다. 이어지는 질문들은 대략 이랬다. 오래 남기고 싶은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 학생들에게 있어 외국어의 중요성과 영향은 어떤 정도인지, 존경하는 목사님에 대해, 피해자윤리의식에 대해, 영문학을 전공하셨으면서 다방면에 외도하신 이유 등등에 대해 질문하였다. 답변들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통 받는 인간'은 좀 어렵게 쓴 책에 속한다. 그래도 다른 철학자들에 비하면 쉽게 쓴 글이다. 쇼펜하우어와 동시대 동대학에서 교수로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헤겔을 '그는 엉터리다'라고 말했다. '이 녀석은 어렵게 쓰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이 심오한 것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실제로는 어렵기만 하지 심오한 것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쇼펜하우어의 글은 깊고 쉽고 심오하다. 쉽게 써도 얼마든지 깊이 있게 쓸 수 있다. 사람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고 도움을 받도록 써야 한다.

외국어 중에 영어는 쉽게 읽고 쓰는 편이다. 화란어, 독일어, 불어, 라틴어, 희랍어는 읽을 수 있는 정도다. 임어당이 한 말이 있다. '똑같은 내용으로 중국어로 논문을 쓰고 영어로 논문을 썼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다른 두 개의 글이더라'. 한국어로 쓴 것은 아무리 똑같은 내용으로 해도 한국어이다. 영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코노테이션과 디노테이션이란 말이 있다. 디노테이션은 사전적 의미, 코노테이션은 말의 색깔이다.

그게 느껴져야 한다. 영어는 그 자체가 지식이 아니라 도구이다. 나는 중2때부터 영어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줄씩 읽기로 작정을 했다. 하루에 한 줄씩 읽던 것이 두 줄 세 줄씩 늘어났고 고교2때 신구약성경을 영어로 다 읽었다. 고2때부터는 독일어성경을 읽기 시작해서 대학 2년 때 독일어성경을 완독했다. 하루에 한 줄씩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윤리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도덕적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약자가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피해자 중심의윤리라 한다. 성경에 고아와 과부가 나온다. 그 시대의 가장 약자는 고아와 과부였다. 하나님은 이들을 내가 보호하겠다고 하셨다. 예수님도 특히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를 보호하셨다. 이것이 기독교와 예수님의 정의다.

책은 정독하는 편이다. 아주 천천히 읽고 좋은 구절을 만날 땐 생각하면서 좀 걷는다. 시시한 책 열 권 읽는 것보다, 좋은 책 한 권을 열 번 읽는 게 낫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주장하는 윤리를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책은 아주 잘 썼다.

말씀마다 유익하고 버릴 것이 없었다. 한 우물을 안 판 것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철학논문을 썼지만 환멸을 느꼈다. 대학 다닐 때 4·19가 났고 몇 명 안 되는 시위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론에 대한 실망이 있었는데 사회적 요구가 커다보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시작했고 80년대부터는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40년 전에 사귄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있다고 하셨다. 이만열 교수도 지금도 여전히 만나고 같이 활동도 하며 철학을 함께 공부한 세 명의 친구들은 40년 동안 계속 교류하고 있다. 이분들 모두가 신앙동지이고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 잘 통한다고 하셨다.

참가자들과 함께 단체촬영...
▲ 북 토크... 참가자들과 함께 단체촬영...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손봉호 교수는 ~이다(손봉호 is)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작은 거인, 편안한 이웃오빠, 고지식하면서도 위트 있으신 분, 의미 있는 삶, 인생을 백 미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신 분, 감성적 원칙주의자, 시대의 선지자, 면도날, 작은 고추, 소나무 같은 선비, 이 시대에 본받고 싶은 깨끗한 어른, 따뜻한 형님 같은 분 등. 손봉호 교수님은 따뜻한 이웃오빠, 형님 같은 분'이 제일 듣기 좋다하셨다. 하지만 '면도날'이란 말도 싫지 않다 하시며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 아주 위선적인 것과 가식적이고 거짓된 것을 참지 못한다고 하셨다.

좌우명은 무엇이냐 묻자, '화란 친구가 준 패가 있는데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매우 많다. 그러나 충분히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썼더라. 나는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 기도하고 있는 것이 있다. 위선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와 비겁하지 않게 기쁨으로 세상을 마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라 하셨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대개 저자의 이미지를 상상한다. 틀림없이 이러이러한 모습과 성격일거야 추측하며 상상한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책을 통해 상상했던 교수님의 강직한 이미지와 달리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했다. 나는 저자와의 만남과 이번 북 토크를 통해 두 번 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햇살 같은 미소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작은 거인이었다.

로고스서원이 주최하는 북 토크 첫번째 손님 '알고보면 따뜻한 남자' 손봉호 교수님과의 향기로운 만남. 책을 읽고 또 그 책의 저자를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며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태그:#북토크, #로고스서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