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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의 랜드마크 비루팍샤 사원. 높이 56미터에 달하고 정교한 조각상으로 유명하다
 함피의 랜드마크 비루팍샤 사원. 높이 56미터에 달하고 정교한 조각상으로 유명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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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돌은 다 여기 모인 건 아닐까? 보이는 모든 산이 바위투성이다. 저렇게 돌이 많은데 농사는 어떻게 지었을까. 거기다 수많은 유적이 있다는 데 정말일까 의심하며 함피로 들어섰다. 유적지 입구로 들어서는 길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집채만한 바위들에 둘러싸여 여행자들을 압도한다.

한때 100만 명의 용병을 고용할 정도로 번영을 누렸다는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 왕조의 수도였던 함피는 벨라리에서 서쪽으로 약 48㎞ 떨어져 있다.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왕국 키슈킨다의 중심지로 인도신화의 신 비쉬누의 7번째 화신인 라마가 다녀간 곳이라고 한다. 왕국은 부를 탐낸 주변 이슬람 3국의 협공에 의해 멸망했다.

함피에는 세상의 돌은 다 모인것 처럼 돌이 많았다.
 함피에는 세상의 돌은 다 모인것 처럼 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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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마을과 오밀조밀한 골목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리라고 한다. 넓이가 3~4미터나 됨직한 골목길은 좁아서 택시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고 오직 오토릭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인도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소들의 종횡무진과 똥은 인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한 존재다. 하긴 그게 인도가 갖는 매력일지도 모른다.

함피의 중심지인 마을은 56m에 달하는 비루팍샤 사원만 아니면 "여기가 과연 한때 남인도를 호령하던 왕국의 수도가 맞나?"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작다. 다만 옛 왕국 시절의 골목과 주변 경관만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문이 나서일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서 게스트하우스를 잡기가 힘들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게스트하우스 체크아웃 시간도 9시 30분이다. 결코 싸지 않은 값을 지불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아침 7시에 손님을 받아들여 일행은 주인과 말다툼을 했다.

수행자의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녀 사진을 찍자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인도에는 이렇게 돈을 요구하는 가짜 수행자들이 있다
 수행자의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녀 사진을 찍자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인도에는 이렇게 돈을 요구하는 가짜 수행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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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어딜가나 마찬가지지만 몸에 문신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헤나는 유행이다. 어느 서양 여성 관광객이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해줬다.
 인도 어딜가나 마찬가지지만 몸에 문신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헤나는 유행이다. 어느 서양 여성 관광객이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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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 수행자 같은 모습의 두 남자를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흔쾌히 허락하며 여러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고 돌아서려는 찰나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기부하라"는 것이다.

아예 기부 장부를 들고 다니며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이름과  기부한 액수까지 보여주며 100루피를 내란다. 봉변을 당하기 전에 100루피를 줬지만 씁쓸한 기분이다. 그 후론 멋진 폼을 재며 사진 찍으라는 인도인의 농간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반경 91㎢에 달하는 폐허위에 새긴 명품 조각들

높이 56m에 달하는 비루팍샤 사원은 마을의 중심부에 서있어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근방 어디서나 관찰이 가능하고 사원의 규모나 아름다움에서 옛 왕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승에 의하면 7세기 때 이미 사원이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10세기 경 호이살라 왕조 때 처음 건설돼, 1510년 비자야나가르 왕조의 크리쉬나 데바라야 시절에 증축되었다고 한다. 

인디고여행학교 누리팀 일행이 함피를 여행하는 동안 때마침 세계생태공동체 순례단 일행을 만나 함피를 구경했다. 라마템플에서 기념촬영
 인디고여행학교 누리팀 일행이 함피를 여행하는 동안 때마침 세계생태공동체 순례단 일행을 만나 함피를 구경했다. 라마템플에서 기념촬영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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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대문 앞에는 매일 아침 청소를 한 후 복을 부르는 의미의 꼴람을 그린다. 행상인들이 파는 꼴람 재료가 보인다.
 인도인 대문 앞에는 매일 아침 청소를 한 후 복을 부르는 의미의 꼴람을 그린다. 행상인들이 파는 꼴람 재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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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팍샤 사원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조금만 올라가면 헤마쿠다 힐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과 비슷한 모양을 한 신전은 기단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층부의 세공이 필요한 부분에는 세공하기에 쉬운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헤마쿠다 힐을 거쳐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크리쉬나 사원이 나온다. 기단부는 단단한 화강암인데 상층부는 세밀한 조각이어서 지나가는 가이드에게 "화강암에다 어떻게 저렇게 세밀한 조각이 가능하냐?"고 묻자, "상층부는 벽돌로 세공해 올린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크리쉬나 사원에서 300m쯤 내려가면 함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심하(Narashimha)상이 있다. 높이 9m의 나라심하상 머리 위에는 7마리의 코브라가 있고 얼굴은 사자,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라심하는 비슈누 신의 화신으로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사자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다.

크리쉬나 사원의 돌조각. 화강암 바위를 떡 주무르듯한 솜씨가 대단하다.
 크리쉬나 사원의 돌조각. 화강암 바위를 떡 주무르듯한 솜씨가 대단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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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심하 상. 높이 9미터에 머리에는 7마리의 코브라가 있고 얼굴은 사람, 몸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비쉬누 신의 화신으로 여긴다.
 함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심하 상. 높이 9미터에 머리에는 7마리의 코브라가 있고 얼굴은 사람, 몸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비쉬누 신의 화신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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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424년에 재위한 데바라야 1세가 지은 하자르 라마 사원은 왕궁 구역에 남아 있는 사원 중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곳이다.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의 긴 외벽은 수많은 부조로 가득하다. 신전으로 향하는 내부 기둥에는 바라하, 부다 , 나라심하 등 비쉬누의 10대 아바타가 새겨져 있다.

손오공의 고향인 함피

함피에는 하누만 사원이 있다. 신화 속에서 이 일대는 키슈낀다라고 부르는 원숭이 왕국이었다. 키슈킨다의 원숭이 왕의 부하 장수가 인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원숭이 하누만이다. 이곳에 가면 원숭이의  조각상이 있다. 라마신에 대한 충성과 복종, 헌신의 대명사인 하누만은 중국의 서유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한다.

라마사원 뒷편에서 촬영한 일몰사진
 라마사원 뒷편에서 촬영한 일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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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모태가 된 원숭이 신 하누만. 라마신에 대한 충성과 복종, 헌신의 대명사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모태가 된 원숭이 신 하누만. 라마신에 대한 충성과 복종, 헌신의 대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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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적들이 널려 있어 모두 기억할 수 없음을 한탄하며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허나 돌기둥을 깎아 만든 12 지신상 같은 모습이 한국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측하며 문화의 전파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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