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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을 도배하는 연예계 기사 제목들이다. 여기서 쓴 '잉꼬부부'라는 말은 적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잉꼬부부는 '다정한 부부'를 뜻하는 게 아니라 '앵무새 부부'를 뜻하는 것이므로 적절치 않다.

한국 사람들은 다정하고 사이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잉꼬(いんこ, 鸚哥)'란 말은 일본말로 '앵무새'이다. 따라서 사람의 말을 따라 소리내는 새인 '앵무새'를 뜻하는 '잉꼬'라는 말은 금실 좋은 부부를 가리키는 말로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연예인 '잉꼬부부'들의 기사가 많다.
 인터넷에는 연예인 '잉꼬부부'들의 기사가 많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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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잉꼬를 찾아보면 "잉꼬(일본어, inko, 鸚哥) : 1. 앵무과의 앵무속 이외의 대부분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우관이 없고 몸빛은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따위이다. 2. 앵무과의 새. 몸의 길이는 21~26cm이다. 머리 위는 노란빛, 뺨에는 푸른빛의 굵고 짧은 점이 한 쌍 있으며, 그 사이에 둥근 점이 두 쌍 있다. 허리·가슴·배는 진한 초록색이고, 꽁지는 가운데의 두 깃은 남색이며, 그 외는 노란색이다"라고 나온다. 이렇듯 잉꼬, 즉 앵무새라는 말에 '다정한 부부'라는 뜻은 없다.

잉꼬는 위와 같이 그냥 앵무새일 뿐 '부부금실'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말 '잉꼬'에 '부부'를 붙여 사이좋은 부부의 대명사처럼 줄기차게 쓰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2. 15)에는 '잉꼬부부(鸚哥夫婦)'가 일본어투 생활용어라면서 '원앙부부'로 순화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원앙금침'이라는 말로도 쓰이는 원앙새는 예부터 한국에서는 고전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부부금실의 대명사였다. 비교적 오래된 기록은 서긍(徐兢, 1091~1153)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제28권 '수막(繡幕)'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수막의 장식은 오색이 뒤섞여서 이루어진 것으로, 가로로 꿰매지 않고 한 폭씩을 위에서 아래로 드리웠다. 여기에도 원앙새·난새·꽃떨기 등의 무늬가 있는데 홍색과 황색이 강하고, 그 바탕은 본래 무늬 있는 붉은 깁이다. 오직 순천관의 조전(詔殿)·정청·정사와 부사의 자리 및 회경전(會慶殿)과 건덕전(乾德殿)의 공회(公會)에만 설치한다.

또 고려 때 이인로(李仁老, 1152~1220)의 시에 보면, "공작 병풍 그윽한 곳에 촛불 그림자 희미하고(孔雀屛深燭影微)/ 원앙새 잠이 단 데 어찌 헤어져 날으랴( 鴛鴦睡美豈分飛)"라는 구절이 있다.

'금실 좋은 부부'를 뜻하는 건 원앙이고, 잉꼬는 앵무새를 말한다
▲ 원앙과 잉꼬 '금실 좋은 부부'를 뜻하는 건 원앙이고, 잉꼬는 앵무새를 말한다
ⓒ 이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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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원앙새에 부부금실이 좋다는 뜻이 있다는 말이 없다. 풀이를 보자.

'동물' 오릿과의 물새. 몸의 길이는 40~45cm이고 부리는 짧고 끝에는 손톱 같은 돌기가 있다. 수컷의 뒷머리에는 긴 관모가 있고 날개의 안깃털은 부채꼴같이 퍼져 있다. 여름 깃은 머리와 목이 회갈색, 등은 감람색, 가슴은 갈색 바탕에 흰 점이 있다. 여름에는 암수가 거의 같은 빛이나 겨울에는 수컷의 볼기와 목이 붉은 갈색, 가슴이 자주색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

참으로 멋없는 학술적인 설명이다. 신혼부부의 베개에 원앙을 수놓을 만큼 예부터 쓰이던 부부금실의 대명사인 '원앙새'를 국립국어원에서는 몰랐던 것일까? 일본사전의 원앙새(오시도리) 설명에는 부부금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어 사전에는 없다.

이건 숫제 문화재청 누리집만도 못하다. 그래도 문화재청 누리집의 설명에는 "원앙은 우리나라와 중국, 소련, 우수리,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암컷·수컷이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하여, 화목하고 늘 동반하는 부부를 빗대어 원앙이라고 한다"고 풀어놓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몸길이 40cm의 새'라는 설명이 '부부금실을 빗대는 새'라는 설명보다 정확한지는 몰라도 삭막하다.

앵무(잉꼬)와 원앙(오시도리)은 분명히 다른 새건만 여전히 '잉꼬부부'를 다정한 부부처럼 생각하는 우리의 정서는 무엇인가? 이제 와 고쳐 부르기에 너무 멀리 온 것일까? 늦었지만 다정한 '원앙부부'라는 말을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잉꼬부부, #잉꼬, #원앙, #일본말찌꺼기,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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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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