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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20년마다 한 번 있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선거의 해'다. 4.11 총선 선거기간 동안, 거리에 나가면 각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캠프에서 나온 선거유세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집에서도 선거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몇십 년째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다. 물론 금권선거는 많이 사라졌지만, 10.26 재보궐 선거에서처럼, 디도스 사태 등 선거와 관련해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선거문화는 무엇일까.

올바른 선거문화 발전의 열쇳말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매니페스토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해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정책공약집'이라 할 수 있다.

선거에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매니페스토를 배포한 것은 1835년 영국 보수당 후보였던 로버트 필의 < Tamworth Manifesto >가 처음이며 이후 영국의 총선에서는 각 정당이 책자로 된 매니페스토를 배포했다.

1997년 4월, 영국에서 2파운드의 책자가 100만 부 가량 팔렸다. 그 책은 바로 당시 영국의 수상 후보였던 토니 블레어의 매니페스토였고, 이 정책공약집이 무려 100만부나 팔린 것이다. 이를 통해서, 영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국민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5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사임발표 회견을 머릿기사로 다루고 있는 <가디언> 인터넷판.
 지난 2007년 5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사임발표 회견을 머릿기사로 다루고 있는 <가디언> 인터넷판.
ⓒ <가디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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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선거철에 한 사람이라도 더 악수하려고 하는 것보다, 치밀하게 연구한 자신의 정책들을 알리는 것이 그 국가의 장래를 위해선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러한 영국의 매니페스토 선거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꾸준한 정책연구과 홍보도 중요하겠지만,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니페스토에 적혀진 공약들이 반드시 현실로 이뤄지기에는 무척 힘들 것이다.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실현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허위·과장 공약으로 국민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진지하게 정치인들의 공약을 검토하고 이에 대해 스스로 고민한다면, 파렴치한 정치인이 권력을 잡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고,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정치적 책임을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과 <나꼼수>같은 제3의 매체에서 정치인이 저지르는 거짓말에 대해서 검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에 너무 의존한다면,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힘들 것이다. 매니페스토 선거문화는 바로 국민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4.11 총선은 끝났다. 12.19 대선 때는 선거유세와 인물론에 치중하기 보다는 정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안목이 필요할 것이다.


태그:#12.19 대선, #매니페스토, #4.11 총선, #정책공약집, #정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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