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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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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명 중 61명'

2012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살아있는 분들의 숫자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해가 지날수록 '증인'들이 스러져가는 것에 불안했다. 그래서 또렷하게 남아 있는 그때의 상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9년 동안 질기게 버티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고발하는 박물관을 세운 이유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개관까지 9년 걸렸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 날짜를 일부러 '어린이날'로 잡았다. 아이들만큼은 전쟁을 모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할머니들이 준비한 기억의 선물이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아래 정대협)은 2003년부터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수시로 난관에 부딪혀 미뤄졌다. 2009년에는 서대문독립공원 부지를 제공 받았지만 "순국선열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며 독립운동단체가 반대해 무산됐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원도 당시엔 없었다. 결국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모아준 20억 원으로 2011년 8월부터 성미산 자락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7일 찾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주택을 개조해 지은 대지 규모 350여㎡ 규모의 박물관은 지하1층부터 2층까지 전시실로 꾸며졌다. 박물관을 둘러싼 진회색 돌담에는 할머니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아이들이 만든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있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1층 낮은 문으로 들어가면 돌아가신 김학순 할머니가 스크린 안에서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증언했던 김 할머니는 "아직도 일장기를 보면 가슴이 주저 앉는다"며 영상 속에서 울먹였다.

"내겐 살아남은 게 꿈 같아. 꿈이라도 너무 험한 악몽이라."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

지하 1층에서 곧장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벽에는 할머니들의 이런 하소연이 사진과 함께 새겨져 있다. 2층에는 일본군에게 지급됐던 콘돔인 '돌격 1번', 위안소 할인권과 할머니들의 항의 서한 등이 전시됐다.

지하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새겨진 글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남긴 말들이다.
 지하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새겨진 글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남긴 말들이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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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할머니 "일본의 솔직한 사과 없어 면목 없다"

이날 오후 학교 체험학습 숙제를 하기 위해 친구와 왔다는 조동한(17)군은 "뉴스에서 볼 때는 단순히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까 심각성을 알겠다"며 "앞으로 수요집회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찾기 위해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일본인 할머니들도 있었다. 일본인 사카구치 미치오(71)씨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고 있어 면목이 없다"며 "시민들이 어떻게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에도 위안부 피해 문제를 다룬 박물관이 있다"며 "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쉽게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례 정대협 간사는 "일본에서는 '생존 피해자가 다 사라지면 그만'인 듯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한다"며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위안부 피해 기억을 남겨두고자 박물관 개관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돈 받으려고 박물관을 지은 게 아니다"라며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기억만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허 간사는 "박물관과 수요집회를 하나의 코스로 묶은 '평화투어'도 계획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5월 한 달 동안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연다. 오는 6월부터는 화요일~토요일만 운영한다(문의 전화: 02-392-5252).

5일 오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만난 일본인 할머니
 5일 오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만난 일본인 할머니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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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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