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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중기청)이 인천 삼산동에 들어선 식자재업체(달인식자재마트)에 대해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이하 상생법)'에 따른 '사업조정 신청 대상'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가 대책위 상인들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기청은 대상(청정원)이 중부식자재를 인수해 인천 삼산동에 식자재매장을 오픈하려 하자 일시정지를 내렸다. 이에 대상은 올 1월 '달인식자재마트에 매각했으니 사업조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고, 지역 상인들은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며 팽팽히 맞섰다.

삼산동대책위 김기남 씨는 식자재유통업에 9년째 종사하고 있다.한참 바쁘게 일해야 할 시간에 그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장 옆으로 자신의 고객이 달인식자재마트를 출입하는 모습을 그냥 멍하니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13일째다.
▲ 삼산동대책위 삼산동대책위 김기남 씨는 식자재유통업에 9년째 종사하고 있다.한참 바쁘게 일해야 할 시간에 그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장 옆으로 자신의 고객이 달인식자재마트를 출입하는 모습을 그냥 멍하니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13일째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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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갈등은 지속됐다. 그러던 중 달인식자재마트가 영업개시를 강행하자 지난달 4월 29일 대책위 상인들은 달인식자재마트 출입구를 막고 3차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당시 고추장과 된장을 바닥에 뿌리고 매장 유리에는 '대상 철수'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에 달인식자재마트는 농성을 전개했던 대책위 상인 2명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시민운동가 2명을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삼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삼산경찰서는 5월 1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달인식자재마트'라며 일단 경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상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했던 김기남씨는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고 법을 어겨가며 장사를 하는 쪽은 달인식자재마트다. 그런데 그냥 쳐다보고만 있으라는 게 말이 되냐? 이렇게 부분적으로 매장을 막고 있는데도 가게 매출이 15% 감소했다. 난 15kg들이 설탕을 1만8500원에 들여와 2만 원에 파는데 여긴 1만8000원에 팔고 있다. 근데도 보고만 있으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일단 출석을 거부하긴 했지만 김씨는 경찰차가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로써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 었다.

그는 "어제 1시 무렵 경찰차가 가게 앞을 지나는데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콩닥거렸다. 숨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출석요구서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한다고 돼 있어 잡으러 왔나 보다 생각했다"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하니 서글퍼지더라. 밥줄 끊길 판에 고소까지 당하니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재벌의 탐욕이 참 무섭다"고 말했다.

▲ 대책위상인들이 매장 도로입구를 막았지만 농성장 옆으로 사람들이 매장을 드나들 수 있다. 인천 도매상들은 30개 들이 신라면 1박스를 17,300원에 들여와 18,000원에 파는데 달인식자재마트는 1박스를 16,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중소상인과 유통재벌 간 자본력차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다.
▲ 유통재벌 ▲ 대책위상인들이 매장 도로입구를 막았지만 농성장 옆으로 사람들이 매장을 드나들 수 있다. 인천 도매상들은 30개 들이 신라면 1박스를 17,300원에 들여와 18,000원에 파는데 달인식자재마트는 1박스를 16,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중소상인과 유통재벌 간 자본력차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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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인천 옥련동 SSM입점저지 투쟁부터 고소를 당하기 시작해 이번 고소가 8번째인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대상그룹) 바지사장 의혹이 가려지지 않았고, 게다가 지금은 사업조정 절차에 따른 일시정지 기간이다. 법을 어겨가며 영업을 강행하는 자들이 중소상인을 고소하는 것은, 적반하장에도 분수가 있는데 최소한의 기업윤리마저 상실한 것"이라고 성토한 뒤 "중기청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을 때까지 달인식자재마트가 영업을 정지하면 우리도 농성을 접겠다. 그게 아니면 농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은 지난 5월 4일 인천 삼산동을 방문한 뒤 사업조정 대상여부를 가리기 위해 ▲ 달인식자재마트와 중부식자재(대상베스트코가 지난해 인수한 업체), 대상베스트코 간 매각인수자금 규모와 출처 ▲ 달인식자재의 출자 지분 구성 ▲ 무상임대 주차장 부지의 실거래가격과 무삼임대 배경 ▲ 친인척관계에 있는 대상 임원의 매각 후 사퇴시점과 사퇴배경 등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중기청은 면밀한 조사와 더불어 지금 당장 일시정지를 무시하고 있는 사실을 '언론공표' 해야 한다. 지금은 엄연한 일시정지 기간"이라고 한 뒤 "그동안 우리한테 자기가 인수했다던 달인식자재마트 대표가 지난 4일 중기청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자기는 이 일 모른다' 할 정도로 1차 조사는 엉터리였다. 쟁점사항에 대해 중기청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기청, #대상, #사업조정,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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