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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나무는 현관에서 15m 떨어진 텃밭 건너편 돌담 밑에 있다.
 산딸기나무는 현관에서 15m 떨어진 텃밭 건너편 돌담 밑에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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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천군 동이리 텃밭 밑 돌담에는 야생 산딸기나무가 몇 그루 자생하고 있습니다. 6월이 오자 산딸기는 생각보다 많이 열려 싱싱한 후식으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군요.

산딸기는 집 현관에서 텃밭을 건너 15m 정도 떨어진 돌담 밑에 자라고 있는데요. 요즈음 고맙게도 계속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몇 번 따 먹었는데도 비가 내리자 산딸기가 더욱 실하게 커지며 익어가고 있군요.

비가 오자 점점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산딸기.
 비가 오자 점점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산딸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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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란 말은 듣기만 해도 신선하고, 사람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주는 매력이 있지요. 요즈음 저희 집을 방문하는 친구들도 산딸기를 따는 재미와 손수 딴 산딸기를 먹는 재미를 동시에 만끽하지요. 지난 4일 아내 친구들도 산딸기를 따 먹으며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7일인 토요일에는 서울에서 오랜만에 두 딸 아이들이 왔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산딸기를 따먹는 체험과 재미를 맛보게 해주려고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요.

산딸기 밑 보금자리 만든 벌들... "아이고, 사람살려"

바로 딴 싱싱한 산딸기는 후식으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바로 딴 싱싱한 산딸기는 후식으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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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아이들을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텃밭을 가로질러 돌담 밑으로 갔습니다. 장화와 모자, 그리고 어깨에 토시를 끼고 완전무장을 한 채 돌담 밑으로 내려가 막 산딸기를 따려고 하는데… 벌떼들이 윙윙하며 날아들지 않겠습니까?

"이크! 빨리 엎드려! 말벌이야!"
"아이고, 사람살려!"

질겁한 아이들은 뒷걸음질 치며 도망을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무릎에 벌침을 한 방 맞은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을 돌담 위로 피신시키고 다시 조심스럽게 산딸기가 열린 밑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빠, 조심해요! 그냥 올라오세요."
"응, 알았어. 근데, 3일 전만해도 벌집이 없었는데."

말벌집은 바로 산딸기나무 밑에 있다.
 말벌집은 바로 산딸기나무 밑에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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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낮은 자세를 취하며 바위 밑을 살펴보니 맙소사! 놀랍게도 말벌로 보이는 벌들이 떼거리로 들러붙어 벌집을 짓고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벌집을 크게 건드리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지만, 벌집을 건드려 말벌들의 공격을 일시에 받았더라면 생명의 위협도 받을 수 있을 뻔 했으니까요. 벌들은 이제 막 집을 짓기 시작했나 봅니다.

산딸기 밑에서 벌집을 짓기 시작하고 있는 말벌들.
 산딸기 밑에서 벌집을 짓기 시작하고 있는 말벌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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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름철 야생에서의 생활은 벌, 뱀, 지네 등 독이 있는 생물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곳 DMZ인근 임진강변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 위협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해야 합니다.

4일에만 해도 분명히 벌집이 없었는데 금세 저렇게 벌들이 모여 들어 집을 짓고 있는 것만 보아도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난해에 구례 섬진강변에 살 때에는 산딸기를 따다가 뱀에게 혼줄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보, 벌집을 어떻게 좀 떼어내봐요."
"글쎄… 조금 생각해 보자고."

아내는 딸기는 고사하고 벌집을 어떻게든 떼어 내라고 하는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사실은 이 벌들이 있기에 텃밭에서 호박, 오이, 토마토, 수박 등을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꽃가루 수분을 해주는 벌들(말벌은 꿀이나 꽃가루를 모으지 않지만)은 달리 생각하면 우리 인간에게 굉장히 고마운 존재들이지요.

벌집은 더 커질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산딸기의 유혹. 그러나 벌들은 이 산딸기 바로 밑에 집을 짓고 있다.
 산딸기의 유혹. 그러나 벌들은 이 산딸기 바로 밑에 집을 짓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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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슨 권리로 함부로 벌을 죽일 수 있어. 우리가 벌들을 조심하면 될 일이지."

문득 지리산에 살 때에 쌍계사 부근 홍서원의 스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홍서원에는 바로 절 현관 입구 천장에 말벌들이 집을 크게 지어 놓고 있었습니다. 벌집을 발견한 스님은 그 밑에 망사를 쳐 놓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벌집을 건드리지 않게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잘못해서 벌집을 건드린 스님 한 분만 벌에 딱 한 번 쏘였다고 하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산딸기 밑에 있는 벌집을 제거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지금 우리 집에서도 아내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농약을 살포해서라도 벌집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나는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고마운 벌들이므로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대로 두자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벌집은 그대로 있습니다. 아마 벌들이 더 많이 모여 들 것 같고, 벌집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집에서 사신다면 여러분은 이 벌집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태그:#산딸기와 말벌, #말벌 집, #연천군 동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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