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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순흥면에서 금성대군신단을 둘러본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를 돌려 시내로 향했다. 최근 개관한 가흥동에 위치한 영주아트파크에서 민관이 합동으로 '재능기부콘서트'를 매달 열고 있다고 하여 잠시 문화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간 것이다.

국악공연
▲ 영주재능기부콘서트 국악공연
ⓒ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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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2만 명 정도의 작은 소도시인 영주에서 예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재능을 펼치고 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자발적으로 재능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중고등학생들의 비보이 공연과 대학생과 성인들의 국악공연, 지역에서 무용을 하시는 분들의 춤 공연과 직장인들의 노래 공연이 거의 전부이기는 했다. 그러나 나름 볼 것도 있고 신선한 도전이어서 잔잔한 감흥이 있었다.

영주재능기부콘서트, 비보이 공연
▲ 영주재능기부콘서트 영주재능기부콘서트, 비보이 공연
ⓒ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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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예술적인 재능과 끼가 넘치는 청소년들에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힘이 되어 주는 일에 지역에서 살고 있는 뜻있는 어른들이 크게 도움을 준다고 하니 보기에 더욱 좋았다.

사회를 보는 사람도, 공연을 기획한 사람도, 조명, 물품 찬조, 식음료 제공 등 모두가 자발적인 기부로 이루어지는 행사라 감동이 더 큰 것 같았다. 나는 국악을 하는 후배들과 물품 찬조를 한 동기생들을 오랜 만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어 더욱 좋았다.

공연을 한 시간 정도 관람한 우리들은 다시 저녁식사를 위해 영주의 도심인 영주초등학교 앞에 새롭게 문을 연, 수제로 인삼순대를 만들어 파는 '선비골순대' 집으로 갔다.

인삼순대전골이다
▲ 선비골순대 인삼순대전골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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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골순대는 연초에 개업을 한 식당이지만, 인근에서 28년간 순댓국밥집을 한 장모에게서 긴 시간 교육을 받는 배기범 사장 부부가 문을 연 식당이라 그런지 전통의 맛에 인삼순대라고 하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50년 정도 된 한옥을 개조하여 인삼순대집을 열어서 그런지 운치도 있고, 특히 내가 먹은 순대전골을 가족이 함께 와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토요일에는 원래 예약 손님만 받는 관계로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 손님은 일절 받지 않고 있었고, 매일 매일 일정량의 순대국밥과 순대전골만 판매하는 것이 더 특이하고 놀라운 음식점이었다.

영주에서 최근 인삼순대, 사과순대 등이 개발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인삼순대는 특히 소량의 인삼이 돼지 내장 특유한 냄새를 전부 잡아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이 많이 찾고 또 즐겨 먹는 인기 먹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프랑스의 유명한 레스토랑 평론지 <미슐랭가이드>에서 경북의 3대 명문 제과점으로 극찬한 30년 전통의 영주 '태극당' 빵집에 들러 야식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인 7월 1일(일)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세수를 한 다음, 잠시 동네를 산책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지역이라 인근의 성당과 작은 음식점 등의 변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초중학교 시절이 잠시 떠올라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다녔다. "히히" 하면서. 그리운 추억이 많은 곳이다.

8시 30분쯤 다들 모여서 아침식사를 위해 영주역전에 있는 '만당'이라는 해장국집으로 갔다. 간혹 친구들과 아침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 치고는 나름 맛이 있는 곳이다.

영주역전의 만당해장국
▲ 콩나물해장국 영주역전의 만당해장국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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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해장국과 콩나물 해장국을 파는데, 조미료가 조금 많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아침에 여는 식당이 많지 않고 나름 맛이 있어서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모두들 콩나물 해장국으로 식사를 했고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라 나도 안도를 하고 다음 일정이 있는 소백산의 '죽령옛길'로 향했다.

죽령옛길, 영남의 끝을 알리는 표지석이다.
▲ 죽령옛길 죽령옛길, 영남의 끝을 알리는 표지석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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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옛길은 최근 영주시가 중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소백산 자락길'의 일부가 되어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한동안 아주 고즈넉한 길로 아침 산책에 좋은 코스라 각광을 받아온 곳이다.

죽령옛길을 오는 길에 있는 주막이다
▲ 죽령 초가 죽령옛길을 오는 길에 있는 주막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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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스를 타고 풍기읍 수철리에 있는 중앙선 소백산역(희방사역)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길을 나선다. 주차장 바로 앞에서 작년 5월에 문을 연 '죽령초가'가 보인다. 죽령초가는 과거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향하던 길목에 예부터 있었던 객주와 주막을 약간 위치를 이동하여 복원한 것이다.

영남의 수많은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고개를 넘을 때 힘을 실어주고, 때로는 과거에 낙방해 쓰라린 가슴을 안고 다시 고개를 넘을 때 피로를 풀어주며 위로해주던 초가집이 영주시에 의해 재현된 것이다.

죽령초가집은 영주시가 지역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조성한 테마공원으로 부지면적 5825㎡에 초가집 3동, 화장실 1동, 물레방아, 연못을 조성하여, 민간에 임대 계약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전통음식으로 구성된 먹거리는 물론 농 특산물 판매, 민박까지 가능하여 죽령옛길과 소백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통의 멋과 아름다운 조경이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희방사역으로 죽령옛길의 초입에 있다
▲ 소백산역 희방사역으로 죽령옛길의 초입에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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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초가를 둘러본 다음, 소백산역의 내 외부를 살펴보고서 길을 재촉한다. 역을 끼고 죽령 방향으로 길을 돌려 조금만 걸어가면 죽령옛길 표지판이 보인다. 죽령옛길은 현대적인 의미로 보자면, 생태공원과 산책로, 역사탐방을 겸하여 복원이 된 완만한 등산로이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다.

죽령옛길 안내판
▲ 죽령옛길 죽령옛길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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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죽지가 길을 처음 낸 이후 마의태자, 왕건, 회헌 안향 선생, 정도전, 금성대군, 의병대장 유인석, 이강년 등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서려있는 죽령옛길을 걸으며 선인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죽령옛길, 참 길이 편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 죽령옛길 죽령옛길, 참 길이 편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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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이 시작하는 길목의 안내판에는 신라의 명재상 '죽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라의 명신 술종이 삭주도독사로 부임 시 고갯마루에서 길을 닦고 있는 한 거사를 만나 서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부임해서 한 달 뒤, 술종과 그 부인은 거사가 방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는데, 이를 이상히 여겨 거사의 안부를 알아보니, 거사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죽령옛길 건기 좋다
▲ 죽령옛길 죽령옛길 건기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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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종은 거사가 꿈속에 자기 집에 찾아 온 일을 두고 '아마 우리 집에 다시 태어나려는가 보다.'했는데, 과연 부인이 아들을 낳으니 그 이름을 죽지라 했다. 그 아이가 성장하여 화랑이 되어 김유신과 더불어 삼국통일의 대업에 큰 공을 세우니, 그가 바로 신라 진덕왕에서 무열왕, 문무왕, 신문왕 4대에 걸친 명재상 죽지였다. 이 같은 사연은 죽지의 구원으로 죽음을 면한 득오곡이 죽지를 사모하여 지은 <모죽지랑가>로 삼국유사에 전한다.

이 외에도 죽령옛길 곳곳에는 숲, 풀, 나무, 꽃, 새, 동물 등에 대한 안내판과 전설 및 터의 유래에 관한 해설판 등을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굽이굽이를 돌 때 마다 각종 산새들과 다람쥐가 노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죽령옛길, 숲이 좋다
▲ 죽령옛길 죽령옛길, 숲이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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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설치된 안내판을 읽으면서 간간히 풀과 나무, 장승, 주막터 등을 둘러보면서 1시간 정도를 올라가니 시나브로 고갯마루 주막거리에 다다른다. 이곳을 넘어 20리 정도를 더 전진하면 단양군 대강면의 옛 용부원역 터가 나온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풍기읍과 영주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영남제일루, 영남의 초입을 알리는 정자다
▲ 죽령옛길 영남제일루, 영남의 초입을 알리는 정자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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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편 죽령주막의 약수는 먼 길을 오느라 지친 길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어 좋다. 죽령 정상에는 휴게소가 있고, 영남의 초입을 알리는 정자도 있고, 영주와 단양을 가르는 경계석도 있고, 각종 안내문구와 관광안내용 대형지도 등도 있어 도보여행자들에게 길 안내에 큰 도움이 된다.

죽령옛길, 죽령주막
▲ 죽령옛길 죽령옛길, 죽령주막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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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주시 , #죽령옛길 , #재능기부콘서트 , #영주아트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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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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