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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 대나무 가공품이다.
▲ 채상 대나무 가공품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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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채상장(彩箱匠)은 대나무나 버들, 갈대, 왕골 등으로 네모난 상자 모양의 기물을 제작하는 기술 또는 기술자를 말하는 것으로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었다.

채상은 비단결같이 곱고 보기에 아름다우며, 쓰임새가 좋은 죽세공의 한 부문이다. 대나무를 종이처럼 얇고 가늘게 잘라서 다양한 물감으로 염색하여 무늬를 넣어 겉을 짜는 기법과 겉대와 속대의 색상이 다른 것을 이용하여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짜서 무늬가 은은히 비치게 하는 두 가지 제작법이 있다.

주로 반짇고리, 채죽침(彩竹枕), 일용품 상자 등을 만든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과 응용으로 가방을 만들거나, 그림처럼 만들어 액자에 넣어 판매하기도 한다. 손방인 나의 눈에도 대나무를 가르고 염색하는 기술 및 무늬를 넣어 짜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현재 이곳 전시관에는 여든이 넘어서도 작업하고 있는 서한규 선생과 그의 딸, 사위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채상장 서한규 선생 여든의 나이에도 작업을 하고 계신다
▲ 채상장 서한규 선생 여든의 나이에도 작업을 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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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통을 지키면서 채상을 만드는 분에게 인사를 드리고는 담양을 상징하는 뚝방인 '관방제림(官防堤林)'으로 갔다. 관방제림은 담양천 물길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방이다. 제방을 조성한 것은 인조 28년(1684년)이고, 200년 가까이 지난 1854년 철종시대에 제방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이름도 생소한 푸조나무가 많았다. 뿌리가 깊은 푸조나무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흙을 단단히 지탱해 제방을 튼튼히 해준다.

관방제림... 200년 넘은 고목이 늘어서 있다

관방제림 조선시대에 만든 제방이다
▲ 관방제림 조선시대에 만든 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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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팽나무, 개서어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등 수령 200년이 넘는 고목이 늘어서 있다. 제방 폭은 3m 남짓으로 좁은 편이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이면 그늘이 좋은 이곳에 피서를 위해 나온 어르신들이 아주 많다.

관방제림 관방제림, 200년 이상된 나무가 많다
▲ 관방제림 관방제림, 200년 이상된 나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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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을 좋아하는 시인, 묵객, 사진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체를 조망하는 촬영이 어렵고, 길이 좁아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평이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더위를 피해 잠시 앉아 쉬어 가기에는 참 좋은 곳이다.  

관방제림을 품고 있는 담양읍 객사리에는 담양군이 새로운 관광 및 수익사업모델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담양 국수거리'가 있다. 70년대까지는 죽공예품시장이 열리던 이곳에는 장사치들이 주로 애용하던 국숫집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죽공예품시장이 사라지고 길옆에 대 여섯 집과 골목 안쪽에 10여 집 등이 남아 관광객과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 멸치와 비빔국수는 각 3500원. 한약재를 넣어 삶은 달걀은 3개에 1000원을 받고 있다.

담양 국수의 거리에서  국수 두 그릇과 계란 9개를 간식으로 먹다
▲ 담양 국수의 거리에서 국수 두 그릇과 계란 9개를 간식으로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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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6명이 가서 국수 두 개와 달걀 9개를 시켜 먹었다. 비빔국수는 독특한 맛이 별미였다. 국수를 조금 맛본 우리들은 돌아 나오는 길에 이웃에 있는 '죽순빵'을 파는 노점에서 간식으로 빵을 조금 샀다.

죽순빵  현미로 만든 것으로 죽순이 안에 들어 있다
▲ 죽순빵 현미로 만든 것으로 죽순이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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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을 끼고 있는 향교리 주민의 공동사업으로 죽순과 현미를 이용한 간편한 간식거리로 만든 죽순빵은 속에 죽순을 넣어 씹히는 맛도 좋았고, 현미로 만들어 구수함도 느껴지는 색다른 빵이었다. 간식까지 먹은 우리는 남은 일행들을 위해 이웃한 강쟁리에 소재한 퓨전한식점인 '금송정'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주메뉴는 떡갈비에 죽순을 넣어서 만든 요리로 조금 달지만, 나름의 맛이 있어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죽순떡갈비  점심으로 먹은 죽순을 넣은 떡갈비, 달지만 맛있었다
▲ 죽순떡갈비 점심으로 먹은 죽순을 넣은 떡갈비, 달지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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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는 담양 최고의 대나무 정원이며 '선비의 기상과 사림의 정신을 담은 아름답고 맑고 깨끗한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남면 지곡리의 '소쇄원(瀟灑園)'으로 갔다.

소쇄원은 1530년(중종 25) 조광조의 제자로 대사헌을 지내던 소쇄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기묘사화로 죽은 스승 조광조의 모습을 보고, 벼슬에 환멸을 느껴 귀향하여 건립한 원우(園宇)이다.

소쇄원, 양산보가 스승 조광조의 모습을 보고 건립

소쇄원 소쇄원, 대나무 숲 정원
▲ 소쇄원 소쇄원, 대나무 숲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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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40호인 이곳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개의 건물을 지어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호남선비문화를 대표하는 정원이다. 내부는 제월당(霽月堂), 광풍각(光風閣), 오곡문, 애양단, 고암정사 등 10여 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제월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이고, 광풍각은 정면 3칸, 측면 4칸이다. 또한, 광풍각에는 영조 31년(1755) 당시 소쇄원의 모습이 그려진 '소쇄원도'가 남아 있다.

소쇄원은 양산보가 귀향한 1519년 무렵부터 그의 아들 자징과 손자인 천운 등 3대에 걸쳐 완성된 정원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조선시대 호남지역 정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소쇄원 소쇄원, 너무 좋은 곳이다
▲ 소쇄원 소쇄원, 너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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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드나든 사람은 면앙 송순, 우암 송시열,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사촌 김윤제,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지식인들로 정치, 학문, 사상을 논하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입구부터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으며, 작은 천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제월당, 광풍각 등이 있다. 계곡 옆 정자인 광풍각은 '침계문방'이라 하여 머리맡에서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비의 방으로 주로 손님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다. 소쇄원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제월당은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을 뜻하는 이름으로 우암 송시열이 현판을 썼다. 주로 주인이 거처하며 학문에 몰두하던 곳이다.

소쇄원 소쇄원의 계곡, 비가 와서 물이 더 많았다
▲ 소쇄원 소쇄원의 계곡, 비가 와서 물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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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아는 만큼 느끼게 된다. 특히 소쇄원은 건축이나 조경하는 사람들이 조금 알고 가면 보이는 것이 많고, 감동이 큰 아주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거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대나무 숲 정원일 뿐이다.

그래서 조금 알고 가면 이곳은 '소쇄'라는 이름을 통하여 양산보가 맑고 깨끗함을 지향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제월당'이라는 이름을 통하여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과 같은 마음으로 학문에 정진하고자 했던 조선 선비의 마음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광풍각'은 사랑방을 드나들던 손님들을 칭송하거나 극진히 받들던 양산보의 속 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입구에 있는 초정과 대봉대를 통하여 그의 꿈과 염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문패격인 '소쇄처사양공지려'라는 현판은 양산보의 인물됨과 비움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작은 대숲 정원에 불과한 이곳은 조선 선비의 기상과 사림의 정신을 모두 포괄하는 선비 숨결의 산실이다.

소쇄원 소쇄원,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았다
▲ 소쇄원 소쇄원,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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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 잠시 앉아서 쉬면서 500년 전 이곳을 스쳐 간 수많은 선비의 숨결을 느끼다가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이 탄생한 곳인 이웃한 '식영정(息影亭)'으로 이동했다. 전남 도기념물 제1호인 식영정은 16세기 중엽 서하당 김성원이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이다. 

정자의 규모는 정면 2칸, 측면 2칸이고 단층 팔작지붕이며, 온돌방과 대청이 절반씩 차지한다. 가운데 방을 배치하는 일반 정자들과 달리 한쪽 귀퉁이에 방을 두고, 앞면과 옆면을 마루로 깐 것이 특이하다. 자연석 기단 위에 원주를 세운 굴도리 5량의 헛집구조다.

식영정  송강 정철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 식영정 송강 정철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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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곳에 올라 송강 정철을 떠올리며 그의 가사문학과 인간 됨됨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발길을 돌려 서울로 향했다. 비가 와서 몸이 힘들고 길은 멀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담양 여행이었다.


#담양군#소쇄원#식영정#국수의 거리 #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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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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