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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시키 시장 안입니다. 가게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 안입니다. 가게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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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기온 마츠리가 절정으로 향하고 있을 때 교토 중심지에 있는 니시키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처음부터 이곳에 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온 마츠리 때문에 시조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해서 간다는 것이 더 복잡한 시장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교토시 중앙구 동서로 뚫린 니시키코지도리(錦小路通) 가운데 데라마치도리(寺町通)와 다카쿠라도리(高倉通) 사이에 니시키 시장이 있습니다. 길이는 대략 390미터이고, 도로 너비 3.2미터와 5미터를 사이에 두고 길게 가게 130여 개가 늘어서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에서 팔고 있는 먹거리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초를 맷돌에 갈아서 팔고 있습니다. 이가만두입니다. 안에 든 팥이 짓이겨있는지, 그대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지 나누어서 팔고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에서 팔고 있는 먹거리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초를 맷돌에 갈아서 팔고 있습니다. 이가만두입니다. 안에 든 팥이 짓이겨있는지, 그대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지 나누어서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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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키 시장은 오래 전부터 교토의 부엌이라고 불릴 만큼 교토를 비롯하여 교토 주변에서 생산된 먹거리, 푸성귀, 물고기 등등이 늘 넘치는 곳입니다. 교토 사람들은 값에 연연하지 않고 신선한 교토의 자존심을 먹는다는 관념으로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은 교토 사람들의 우직스런 고집이 가꾸어낸 보물인지도 모릅니다. 일본 역시 이온몰이나, 코스코, 카르프, 이케아 등등 대형 슈퍼마켓이나 고급 백화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서 재래시장이나 소매 가게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시키 시장은 교토 부엌이라는 자부심을 간직한 채 견디어 내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찐 고구마입니다. 100 그램에 168 엔입니다. 가공된 것이지만 같은 무게의 쌀(쌀 종류에 따라서 다름) 보다 다섯 배 반이 비쌉니다. 일본에서 고구마는 고급 먹거리입니다. 다시마, 생강절임, 산초절임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찐 고구마입니다. 100 그램에 168 엔입니다. 가공된 것이지만 같은 무게의 쌀(쌀 종류에 따라서 다름) 보다 다섯 배 반이 비쌉니다. 일본에서 고구마는 고급 먹거리입니다. 다시마, 생강절임, 산초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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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문이 일본에 퍼져서 지금은 니시키 시장이 여행객이나 수학여행 학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니시키 시장 가게 경영자들은 일본, 교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최근 해외 시장에 니시키 시장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옥돔, 넙치,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 이웃 비와코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나 조개류, 교토 시내나 주변에서 생산된 푸성귀, 두부, 메밀국수, 뱀장어, 멸치조림, 말린 생선, 차, 과자, 빵, 초밥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것으로 보아 교토의 부엌임이 분명합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치가 100그램에 190엔입니다. 그밖에 배추절임, 무절임, 미즈나절임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치가 100그램에 190엔입니다. 그밖에 배추절임, 무절임, 미즈나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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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들은 사냥이나 열매를 따먹으면서 자급자족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물물 교환이 생기고, 화폐와 정치가 끼어들면서 시장이 생기게 됩니다.

시장은 단순한 경제적 기능에 머물지 않고 정보의 교환, 안부의 확인 등이 이루어지는 교통의 장이 되어서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근 대형 매장이 생기면서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 오일장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대형매장에 가면 모든 것이 한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사는 것, 먹는 것, 쉬는 것, 노는 것, 보는 것 등이 다 해결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불나비가 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체 불 가를 맴도는 것처럼 대형매장을 향해서 돌진합니다.

   니시키 시장 안 포렴(布簾)이 쳐진 가게와 단무 즉 무절임입니다.
 니시키 시장 안 포렴(布簾)이 쳐진 가게와 단무 즉 무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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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매장은 점점 규모를 키워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바쁩니다. 규모에 밀려 뒤처지면 경쟁에서 뒤떨어져 낙오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왜 대형매장에 가기 위해서 줄을 서 있어야 하는지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왜 사야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자는 필요하면 비싸도 사고, 여자는 싸면 필요가 없어도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은 전통 재래시장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이 느리게 걸으면서 물건을 구경하고 필요하면 사고, 그냥 보고 지나쳐도 좋습니다. 이것저것, 제철 푸성귀나 막 잡아온 생선이 퍼덕이고 있습니다. 냉동이나 냉장고를 이용하여 멀리서 가져온 것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막 따온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 몸은 그런 것을 더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니시키 시장 가까이에 있는 와카사야 덮밥집 먹거리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성게알, 연어알, 참치와 섞은 양파 덮밥, 2> 여섯 가지 생선회 덮밥, 3> 밥그릇에 그려져 있는 와카사야 덮밥집 상징 그림, 4> 연어 구이 덮밥입니다.
 니시키 시장 가까이에 있는 와카사야 덮밥집 먹거리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성게알, 연어알, 참치와 섞은 양파 덮밥, 2> 여섯 가지 생선회 덮밥, 3> 밥그릇에 그려져 있는 와카사야 덮밥집 상징 그림, 4> 연어 구이 덮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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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교토역에서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서 시조(四條)에 간 다음 한 블록 북쪽으로 가서 동쪽으로 가면 됩니다.

<참고 누리집> 니시키 시장, http://www.kyoto-nishiki.or.jp/

덧붙이는 글 |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교토 니시키(錦) 시장, #교토의 부엌, #김치,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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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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