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매일 원금과 이자를 갚는 '일수' 대출을 할 때도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드는 원금을 고려해 이자율을 적용해야 하며, 이때 이자율이 법정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면 대부업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등록 대부업자인 A(45)씨는 2008년 10월 B씨에게 1000만원을 일수로 빌려주고 100일간 하루 12만원씩 원리금을 분할 상환받기로 약정한 후 수수료 30만원을 공제한 970만원을 건넸다. 매일 12만원씩 100일간 120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은, 연 이자율로는 무려 159.9%에 달하는 수준이다.

B씨는 이렇게 매일 12만원씩 50회 돈을 갚다가 그해 12월 미처 갚지 못한 돈에 추가로 1200만원(미상환 원리금 450만원+수수료 50만원+실제 지급금 700만원)을 다시 일수로 대출 받았다. 이번에는 100일간 매일 14만4000원씩 총 1440만원을 갚기로 했다. 연 이자율은 136.2%에 해당한다.

이후 628만원을 갚은 B씨가 "남은 돈은 지금 형편이 어려워 일시에 갚지는 못하지만 하루에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하자, A씨는 "당장 전액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09년 1월~3월 사이 대기업에 다니던 B씨의 아들에게 "대기업 직원들은 약간의 물의만 일으켜도 잘려 나가는 민감한 분위기인 걸 잘 안다. 현재까지 밀린 857만원을 갚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 내게는 차용증이 있고, 빨리 갚지 않으면 급여를 압류해 직장에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신분상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요지의 전화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며 협박했다.

2002년 대부업법 제정 당시 연 66%였던 법정 최고 이자율은 2007년 10월 연 49%, 2010년 7월 연 44%로 인하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연 39%까지 낮아졌다.

결국 A씨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서보민 판사는 2009년 11월 A씨가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은 점, 밀린 돈을 받기 위해 채무 이행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급여 압류를 미끼로 협박한 점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가 "법정 최고 이자율 49%를 초과해 받지 않았고, B씨의 아들에게 정중하게 채무변제를 요청했을 뿐 협박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손왕석 부장판사)는 2010년 5월 공소사실 중 2008년 12월 추가 대출해 주면서 제한 이자율을 초과해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불법 추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8년 12월 1199만원을 대부해주면서 100일 동안 하루 14만4000원씩을 변제받기로 약정했고, 이후 32회에 걸쳐 628만원을 받았는데, 이때 이자와 원금을 구분해 충당하지 않고 매회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 변제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628만원 중 이자는 모두 104만원으로서 원금 120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이자율은 약 연 31% 정도로서 제한이자율에 못 미치게 된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불법 추심 혐의에 대해서는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에서 고지된 해악의 실현은 반드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해악의 고지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해도 그것이 권리행사를 빙자해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겁을 먹게 했고 권리실행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었다면 죄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B씨의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은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객관적으로 봐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이는 사회통념상 상당성 있는 수단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불법 추심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제한이자율 초과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차용원금 1200만원에 대해 100일 동안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일 14만4000원씩을 상환받기로 약정했다면 원리금 지급시마다 원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를 반영해 각 이자 약정 상환시까지의 원금과 차용기간에 따라 그 이자율을 산정하면 계산상 연 136.5%가 되므로, 결국 피고인은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그 후 분할 상환 받은 각 원리금에 포함돼 실제로 지급받은 각 이자 액수를 가린 다음 각 이자별로 그 상환일까지 남아 있는 차용원금과 차용기간에 상응한 이자율을 산정해 그 이자율이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 대부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실제로 분할 상환 받은 원리금별로 제한이자율 초과 여부를 따져 보지 않은 채, 차용일부터 최종 분할 상환일까지 상환된 이자의 총액을 산출해 이에 대해 최초 원금과 그 기간의 총일수에 기초해 산정한 이자율이 제한이자율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행위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일수, #대부업법, #제한이자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